쓰레기 모자를 쓴 파파야스

어느 날 부처님이 입적하기 전, 아난다를 불러 말씀하셨다.
“내가 죽고 나면 바라나시에 구제라는 거사를 찾아가거라. 그에게는 우바국다라는 아들이 있을 것이다. 그 아이를 데려다 출가시켜 불법을 가르쳐라. 네가 이행하지 못한다면 다음 사람에게 내 뜻을 전하거라.”
시간이 흘러 아난다도 입적하게 되자, 부처님의 뜻을 그의 제자 야세기에게 전했다. 야세기는 아난다의 말에 따라 바라나시로 가 구제를 찾았다. 그때 구제는 아파구제라는 남자아이를 낳았다. 야세기가 구제의 아들을 데려가고 싶다고 뜻을 전했다.
“아파구제는 저의 첫 아들이라 제 뒤를 잇게 하고 싶습니다. 부디 제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제가 또 아들을 낳게 되면 그때 그 아이를 출가시키겠습니다.”
그 다음해, 구제는 난타구제라는 아들을 낳게 됐다. 야세기는 또 구제를 찾아갔다.
“첫 아이는 제 일을 잇게 하고, 둘째에겐 집안일을 맡기고 싶습니다. 만약 제가 또 아들을 낳게 되면 그땐 반드시 출가시키겠습니다.”
구제는 자신의 아들을 출가시키는 것을 매우 아까워했다. 시간이 흘러 구제는 셋째 아들을 낳게됐다. 이름은 우바국다였다. 우바국다는 용모가 매우 뛰어나고 총명했다. 야세기는 우바국다를 보고 생각했다.
‘존자가 말씀하신 우바국다가 바로 저 아이로구나.’
야세기는 구제에게 우바국다를 자신에게 달라고 말했다. 구제도 이번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직은 아이가 어리니 조금 더 자라면 드리겠습니다.”
아이는 자랄수록 비범함을 보였다. 우바국다가 20살이 되던 해, 야세기는 우바국다를 찾아갔다. 우바국다는 야세기의 말에 따라 출가했다. 그는 출가를 하자마자 도를 깨쳤다. 우바국다는 도를 얻은 후, 대중들 앞에서 많은 설법을 했다.
그 나라에는 파파야스라는 이가 함께 살았다. 그는 우바국다가 대중들 앞에서 설법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그는 우바국다가 설법하고 있는 장소에 나타나 금화를 뿌려, 사람들이 금화를 줍느라 설법을 듣지 못하게 했다. 또 남자들이 모여 있으면 미인들을 데리고 와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우바국다에게도 여자를 보내 유혹하게 하는 등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파파야스는 매일 같이 우바국다 앞에 나타나 설법하는 것을 방해했다. 하지만 우바국다는 파파야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설법하는 데만 집중했다.
어느 날 우바국다가 선정에 들어 있을 때였다. 파파야스는 그 틈을 타 우바국다에게 요상한 모자를 씌운 후, 사람들에게 우바국다는 머리에 이상한 모자를 쓰고 다닌다고 흉을 봤다. 우바국다는 파파야스를 불렀다.
“자네가 나에게 좋은 모자를 선물해줘, 나도 고마움을 표시로 선물을 준비했네.”
우바국다는 파파야스에게도 모자를 선물했다. 파파야스는 별 의심 없이 그 모자를 냉큼 썼다. 그러자 모자가 쓰레기로 변했다. 파파야스는 얼른 그 모자를 벗어 버리려 했지만 무슨 방법을 써도 모자가 벗겨지지 않았다.
결국 파파야스는 제석천왕을 찾아갔다.
“제석천왕님, 제발 이 모자 좀 벗겨주십시오. 제 머리에서 썩은 내가 진동해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 모자는 그것을 만든 사람만이 벗길 수 있다네. 내 힘으론 어쩔 도리가 없네.”
파파야스는 하늘에 있는 여러 왕들을 찾아가 물었다. 결국 아무도 그 모자를 벗겨줄 수 없다고 하자 다시 우바국다를 찾아갔다.
“제발 이 모자를 벗겨주십시오.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
“너는 너의 죄를 알겠느냐.”
“예 부디 저를 가엾게 여겨 이 모자를 벗겨주십시오.”
“네가 진심으로 자비심을 내 중생을 사랑하고 보호하면 그 모자가 보석으로 변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나쁜 마음을 내면 쓰레기로 변할 것이다.”
파파야스는 이후, 늘 착한 마음을 내며 살았다. 우바국다는 그 후로도 여러 중생들을 제도해 불법을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