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자연적 폭포 많은 사찰엔 인공폭포 적어

폭포

송광사 계담의 물이 보를 타고 넘으면서 폭포 효과를 보인다. 우리나라 사찰 여러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 폭포의 한 유형으로 인공폭포지만 자연폭포로 인식되고 있다.
폭포는 낙차가 있는 지형에서 물이 아래로 떨어지도록 만든 수경관형식이다. 예로부터 폭포는 장엄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할 뿐만 아니라 자연을 느끼게 만드는 시설이었기에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폭포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필요한 경우 인공적으로 조성하여 정원에 도입하기도 하였다. 인공적으로 만든 폭포는 거의 대부분 자연폭포를 흉내 내어 만든 축소된 경관요소이다.
자연형 폭포의 경우에 있어서 물의 처리방식은 비천(飛泉)이라고 하는 비교적 힘찬 낙수형태와 괘천(掛泉)이라고 해서 조용히 흘러내리는 형태가 있다. 또한 인공적으로 만든 폭포의 경우 지당에 물을 넣을 때 소리를 내며 위에서 떨어지도록 하는 폭포형 급수장치인 현폭(懸瀑)과 물이 넘쳐들게 한 자일(自溢)이라는 유형이 있어 폭포가 설치되는 장소의 성격이나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사찰은 산자수명한 곳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물과의 인연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사역주변을 흐르는 계류는 기본적인 수경관요소이고, 경사가 급한 경우에는 계곡을 따라 흐르던 계류가 폭포가 되어 떨어지기도 하였다. 우리의 산사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폭포로는 소백산 희방사의 희방폭포, 지리산 불일암의 불일폭포, 소요산 자재암의 원효폭포와 청량폭포, 함양 용추사의 용추폭포, 양산 홍룡사의 홍룡폭포, 포항 보경사의 12폭포 등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형성된 폭포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사찰 내에는 인공적으로 폭포를 만드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 정원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폭포는 경주의 안압지가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것은 직선수로를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물이 2단 석구를 통해 모아졌다가 다시 자연형 수로를 통해 작은 못에 고이고 이 물이 수로를 따라 흘러 안압지에 이르러서는 2단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린다. 이 폭포는 심미적으로는 시각적 효과와 청각적 효과를 동시에 가지는 것이고 기능적으로 물의 흐름을 조절하여 안압지의 물이 순환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찰에 만든 인공폭포의 유형을 보면, 가장 많은 것이 못에 물을 담기 위해 도수된 물이 낙차를 가지고 못에 떨어져 폭포효과를 가지는 경우이다. 이 경우 안압지와 같이 물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게 자연석을 놓아 물이 떨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끌어들인 물을 나무홈대를 통해서 떨어트려 폭포효과를 낸다. 나무홈대는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서 만들거나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나무을 반으로 잘라 속을 파내서 쓰기도 한다. 옛글에는 나무홈대를 견, 견간, 죽간, 연통, 가조, 고목 등으로 표현하였고, ‘높이 띄워 물을 나른다’는 의미에서 비구(飛溝)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한편, 축대의 상부에 수로의 말단부를 연결하여 물이 떨어지도록 만든 폭포의 유형도 있다. 더 나아가 계곡에 보를 만들어 물을 담아두고 그 물이 보를 타고 흘러내리면서 폭포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자연형 계류와 유사한 경관성을 가진다.
우리나라 사찰에 설치한 폭포의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본다. 먼저 순천 선암사의 경우 현재의 성보박물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청파당 옆에 있는 쌍지의 물이 해우소 옆으로 흘러내려 곡수로를 따라 곡지에 도수되고 곡지의 물이 다시 곡수로를 따라 석단 아래로 폭포를 이루며 떨어지도록 했는데, 지금은 이러한 폭포효과를 볼 수 없게 됐다. 그것은 지난날 있었던 곡수로가 멸실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변형된 곡지의 수량이 적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폭포, 비천과 쾌천방식으로 나눠

인공폭포 낙차 이용해 만든 경우 많아

경주 불국사 석누조 폭포효과 유발


김천 직지사의 경우에도 폭포가 있는데, 폭포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사역을 관통하며 설치된 수로를 따라 흘러내리는 물이 낙차가 있는 곳에서 현폭형태로 떨어지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양주 묘적사의 경우에도 작은 폭포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것도 직지사의 폭포와 같이 수로를 흐르던 물이 낙차가 형성된 지점에서 아래로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것을 보면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인공폭포는 대체적으로 수로와 연관되어 형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산 통도사 사명암에는 오래전에 만든 못이 하나 있는데, 이 못의 수원은 못 바닥에서 용출되는 용출수와 절 위쪽에서 지하수로를 통해서 끌어들인 자연수이다. 이 못에 물을 대기 위해 지하수로를 통해서 끌어들인 물은 자연석으로 만든 폭포장치를 통해서 입수되는데, 평소에는 물이 많지 않아 뚜렷한 폭포효과를 불 수 없지만 물이 많은 경우에는 폭포가 연출하는 멋진 수경관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나무를 깎아 만든 나무홈대를 통해서 물을 떨어트리기도 하였는데, 이렇게 나무홈대를 이용해서 물을 대는 경우는 오래전부터 사찰에서 볼 수 있었던 인수방식이었다. 조선시대에 불국사를 찾았던 이덕홍(李德弘, 1541~1596)은 기행문인 『동경유록(東京遊錄)』에서 “연못 북쪽에 나무홈대의 비천(飛泉)이 수리를 가로질러 석조에 떨어지고 있다”라고 적고 있어 나무홈대를 통해서 물을 못에 끌어들였으며, 선암사 달마전 삼탕에 물을 끌어들인 장치도 나무홈대였다는 것이 이러한 사실을 증거하는 것이다.
순천 송광사 계담에 고인 물이 보를 타고 흘러내리면서 폭포효과를 내는 것도 우리나라 사찰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폭포의 한 유형이다. 이것은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설치된 환경이 자연계류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폭포처럼 인식된다.
경주 불국사의 석단에 불쑥 튀어나온 석누조의 경우에도 폭포효과를 유발하는 수경요소이다. 실제로 대웅전 마당에 내린 빗물이나 무설전 후면에 있었던 샘물이 이 석누조를 통해서 흘러내릴 때는 폭포와 같은 경관을 연출한다. 불국사에 구품연지가 있었던 당시에 석누조를 통과한 물이 하부 자연석에 떨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수경효과는 일품이었을 것이다.

묘적사 폭포는 수로를 따라 내려운 물이 지형 처리를 위해 축석한 석단에 이르러 현폭 형태로 떨어진다.
토도사 사명암 못에 물을 대는 나무홈대도 폭포 효과를 가지는 수경 요소이다.
직지사 경내의 수로 말단부에 장치한 현폭 사역 관통하며 수로 따라 내린 물이 낙차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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