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자업자득

며칠 전 소생하기 어렵다는 암 환자들의 인터뷰를 보았다. 현대의학으로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하여 병원 문을 나선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 산으로 들어가 무거운 삶의 여장을 풀어 놓았다. 그리고 나무와 대화를 하고 연약한 초목과 속삭였으며 계곡의 물소리에 취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윤활유를 듬뿍 부어놓은 듯 한 하늘가에 덧없이 흘러가는 뭉게구름에서 건강했던 날의 추억이 구름 보다 몇 배나 빠르게 맴돌고 갔다. 철따라 갈아입는 산색은 다툼이 없다는 이치도 재차 확인했다.

아마 그들은 긍정의 철학을 자연에서 몸소 늦게나마 체득한 듯하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해내고자 애쓰다 보면 육신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고 정신세계에도 균형을 잃기 마련이다. 몸속의 휴식 없는 세포는 자신의 위치를 잃고 방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리듬이 깨져 질서의 파괴가 오기 마련이다. 평소에 우리 마음에 긍정의 에너지, 행복의 에너지를 끌어들이는 자석이 있는가 하면 불만의 에너지, 부정의 에너지를 스스로 불러들이는 경우도 있다. 반복적으로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 병에 걸리기가 쉽다.

철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는 물체를 자석이라고 한다. 이 자석은 내구성으로 분류하면 영구자석과 일시자석으로 나누어진다. 천연적으로는 자철광(磁鐵鑛)이 있다. 인공적으로는 강철을 자기화하여 만들기도 한다. 어느 시기가 되면 인공적인 자석은 그 기능을 다하고 나면 별반 쓸모가 없어지고 만다.

근기(根機)라는 말이 있다. 범어로 Indriya 라고 한다. 근이란 뿌리를 말한다. 뿌리는 생명의 근원으로 줄기와 잎 열매를 지탱해 주는 원천이 된다. 만약 뿌리가 부실하면 잎과 열매는 순간에 기력을 잃고 말 것이다. 인드리야는 Indra에서 나온 말이다. 인드라는 우주를 창조한 브라마와 우주를 유지시키는 비쉬누 그리고 창조된 우주를 파괴시키는 시바를 거느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그 사람은 근기가 없어 그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염려하기도 한다. 반면에 그는 상근기라서 능히 그 일을 거뜬히 해낼 것이라고도 한다.

소크라테스는 “배운다는 것은 잊어버렸던 것을 다시 기억하는 것”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그러기에 과거세에 익힌 글이 신속하게 터득되는 사람도 있고 익혔던 기술이 쉬 손에 익는 경우도 있다.

옛날에 검술을 좋아하는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용을 잡을 수 있다는 도룡검법(屠龍劍法)을 가르치는 도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천리길을 멀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그곳에서 3년 동안 열심히 검술을 익혔다. 이제는 다 익혔다고 만면에 흡족한 웃음을 머금고 익힌 검법을 시험하고자 용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용을 볼 수가 없었다. 주변에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혹시 용을 본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글쎄요, 용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본적은 없소이다.” 결국 그는 도룡검법을 한 번도 써 먹을 수가 없었다.

세상일이란 무엇이든 배우고 익히면 다 될 것 같지만 영 딴판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월을 잃고 헛되이 힘만 소진하는 경우가 되고 마는 일이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불교에서는 업보중생이란 말을 흔히 쓰고 있다. 업(業)이란 행위를 말하는데 누가 가져다준다거나 떠맡기는 것이 아니고 자기 스스로 짓는 행위다. 그러니 그 결과에 대해 누구를 원망한다거나 상황을 탓할 일도 전혀 아니다. 오직 자기가 짓고 자기가 과보를 받을 뿐이다. 어떤 이가 선업을 지었는데도 이렇게 찌들리게 살고 있는 현실에 답답해하는 경우를 본다. 반면에 어떤 경우는 세상의 지탄을 받는 사람이 인데도 호화호식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이 공평하지 못하다고 장탄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의 해답은 간단하다. 자전거 페달을 힘껏 돌리고 나면 일정기간이 지나야만 멈추게 된다. 선이나 악업도 각각 멈추는 시기가 있다. 멈추었을 때를 과보를 받는 시기라 보면 된다. 바퀴가 돌고 있는 모양만 보고 있으면 답답할 뿐이다.

현대의학에서 DNA의 무게를 밝혀냈다. 60억 인구의 DNA 무게가 쌀 한 톨의 무게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가벼운 유전인자가 각기 다른 인간 유형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실로 무서운 에너지가 아닐 수 없다. 선(禪)에서 한 생각이란 말을 자주 쓴다. 깨침도 한 생각 한 찰나의 일이고 행과 불행도 한 생각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엄청난 편차를 가져온다. 그러니 마음을 잡도리를 잘 하지 않으면 생각 생각은 요동치기 마련이다. 항상 마음을 챙기는 사람은 위의가 있고 그 기풍이 남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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