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불교는 변방이 아니다. 우리나라 불자의 대부분은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영남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지역불교는 한국불교의 근간을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발전을 위한 초석이다.
본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도권, 강원ㆍ충청, 영남, 호남, 제주ㆍ섬 등 전국 5대 권역의 지역포교 일꾼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지역불교를 진단했다.
지역불교는 대부분 청년 불자 감소와 이를 극복할 교육 및 포교방안 부재를 공통적으로 호소하고 있었다.
충청불교는 전국적으로 비교 했을 때 많은 수의 사찰들이 분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교 및 전법 활동의 구심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청지역의 조계종 교구본사만 해도 지역의 대도시인 대전과 거리가 멀다보니 포교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일례로 대전 시청을 중심으로 성대하게 열렸던 지난 해 봉축 행사와 달리 올해 대전시 봉축행사는 지역 내 공원에서 개최됐다.
강원불교는 템플스테이가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떠오르면서 호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과 재가자들이 강원도를 찾아 템플스테이를 통해 한국불교를 체험하고 있지만, 지나친 상업주의를 우려하자는 목소리가 컸다.
인구의 절반이 불자라는 영남 지역은 그 위상과 달리 기복신앙과 신행활동에만 치중돼 있었다. 불교계 NGO들도 부산ㆍ경남 지부 개설은 아직 미흡하다. 영남 지역 불자들은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사찰들은 개별 활동은 열심히 하고 있으나 네트워크를 통한 역량 결집과 정보 공유에는 소홀했다.
호남불교는 전국에서 불교세가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다. 경남과 전북의 불교 인구는 3배 정도의 격차가 벌어져 있다. 반면 이웃 종교는 호남 지역에 가장 많은 신도들이 분포돼 있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주불교는 이웃 종교에 밀려 열세였던 지역 복지에서 최근 많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노인복지관, 약천사 자광원 등 복지시설 운영에 적극 참여 하면서 복지를 통한 포교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도서 지역도 불교 발전을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섬 포교는 공격적인 선교활동을 펼치는 개신교에 잠식 당한지 오래다. 전국 400여 유인도에서 600개의 교회가 활동 중이지만 사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광주지역 10여 신행단체들로 구성된 ‘섬불교 포교단’이 지난해 발족해 낙도 포교에 나서고 있다.
전국 각지의 불교계 인사들은 일련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지역불교 활성화를 위한 해법으로 청년 불자 발굴과 교육 시스템 강화를 꼽았다. 고령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그들을 위한 교육과 포교 시스템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충북지역 안병옥 포교사 단장은 “교육 수준이 예전 방식에 머무르고 있고, 스님과 신도들이 기복신앙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군포교, 병원 법당 등을 위주로 젊은 불자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동련 이사장 심산 스님은 “불교 교육 심화와 불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시대의 관심사를 반영한 시사교양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박기범, 노덕현, 이나은, 이은정)
▲ 수도권 지역 특히 인천과 경기 서부에서는 3등 종교로 밀린지 오래. 도심지에서 붉은 십자가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① 수도권 - 집은 많은데 절이 없다
인천ㆍ경기 서남부, 경기 북부 공동화 심각
21세기 행정구역 맞지 않는 현행 교구
서울과 수도권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몰려 사는 곳이다. 한국사회에서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지방 이전 시 인재 수급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젊은이들의 수도권 집중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수도권의 중요성에도 불교계의 수도권 포교현황은 암담한 실정이다. 2000만 불자라고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만을 놓고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문화관광부가 2005년 발표한 종교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 2250만 여 명 중 불교인구는 373만 여 명이다. 개신교 501만 여 명, 가톨릭 301만 여 명에 비하면 상당한 열세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자칫 삼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제3의 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인천과 서울 인근의 부천 지역에서는 가톨릭과의 차이가 0.1% 밖에 나지 않는 등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원인은 전통 사찰이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가 아닌 산중이나 중소도시에 위치한 것으로 꼽힌다. 그 결과 시민들이 쉽게 사찰을 찾아 불교를 접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 또 각 전통사찰들이 도심지역에 포교당을 건립하고 있지만 이를 개별적인 활동에 그친 것도 그 원인으로 꼽힌다.
도심포교에 성공한 사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에 불과한 실정으로 개별 사찰만의 역량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포교역량의 미달은 지역사회의 영향력 상실로 이어졌다. 기독교 성시화 운동과 공공영역에서의 종교차별 사건이 인천지역과 경기 서남권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제3의 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인천과 강화, 부천 등 주변 지역에 대한 효과적인 포교를 위해서 이를 통괄하는 조직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 등이 제안한 강화 전등사 등 지역의 전통사찰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구 설립이 그 것이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는 2010년 1월 ‘종단 교구활성화에 관한 연구’를 통해 직할교구 분구 등 수도권 포교 발전을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은 “인천, 경기, 서울에만 2500만의 인구가 밀집돼 있는 등 수도권 인구 과밀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직할교구는 총무원에서 독립해 서울의 각종 신행 행사를 주도할 필요가 있고 인천은 별도의 교구 설립, 강화와 경기 서부지역에는 관할 교구본사를 지정해 교구 전체를 조망하는 행정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과 경기ㆍ인천을 통괄하는 직할교구의 경우 그 역량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직할교구에는 460 여 소속 말사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100여개 미만의 교구본사에 비해 세부적인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이며 조직도 총무원 교직자가 소임을 겸하고 있다. 직할 교구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현안 문제 해결과 교구차원의 행사 진행이 불가능한 것이다.
인천, 경기 서남권의 불교 행정망의 공동화는 직할교구의 관할 범위와 국가 행정구역이 일치되지 않는데서 기인한다. 이 같은 문제는 인천 지역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전, 광주 등도 지역불교 활동에 있어 공동화 현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불교계 전문가들은 행정망을 갖추기 전 대안으로 전략적인 본사 급 거점 사찰을 설립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도심지에 자리한 무각사에는 불교문화단체들이 결집해있어 역량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포교원은 지난 1월 9일 조계종 포교사단 인천경기지역단을 출범시켰다.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서 포교활동을 해오던 포교사단을 분할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전문기 초대단장은 “인천경기 지역은 기독교가 첫발을 디딘 지역으로 그동안 불교 포교의 거점이 부족해 상대적인 열세에 처해있었다”며 “지역 불교 활성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 단장은 “인천경기 지역은 배출된 포교사만 300여 명에 이르는 등 인적 토대는 이미 구축된 상태로 지역 사찰들과의 긴밀한 연계와 협조를 통해 역량을 극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산층이 주로 분포한 강남3구와 양천구의 불자 수는 서울 평균보다 훨씬 더 못미친다. 특히 개신교와 가톨릭에 이어 3위에 불과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강남구의 경우 불자수가 15.2%임에 반해 개신교는 23.5%, 가톨릭은 20.7%다. 실제로 불자들의 체감은 더욱 심각하다.
도심지가 발달한 곳일 수록 불교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이는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기 위한 연등의 설치를 보아도 드러난다. 시 외곽의 주요전통사찰의 지역에 끝도 없이 걸려있는 연등행렬에 비해 도심지에서 연등을 보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새로 건설된 신도시나 뉴타운에서는 더욱 더 보기 어렵다. 도시계획에 맞춘 종교부지 분양에서부터 관심부족, 자금조달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신 도심지에 대형 교회와 성당이 전략적으로 포진하고 있는 것은 신자, 특히 젊은이들의 이탈로 이어진다.
2010년 봉은사 한 법회에서 법사로 나선 스님은 “강남 지역의 3대 대형교회는 한해 예산이 수백억에 이른다 이런 대형교회들이 조직적으로 강남 거점 사찰인 봉은사세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은 도시화가 날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발맞춘 불교계 대안이 시급하다.
② 충청 - 충청불교 뭉쳐야 산다
지역 포교 구심축 실종
조계종 대전 활동 부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충청지역 사찰들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봐도 꽤 많은 수의 사찰들이 분포돼 있다. 적지 않은 사찰들이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충청은 항상 수도권이나 영남과 비교했을 때 지역포교가 미흡한 곳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충청지역 사찰들이 지역포교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불자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사찰이 문을 닫는 경우가 있어도 개별적인 활동은 지속되고 있다. 단지 이런 활동이 지역불교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전ㆍ충남 포교사단 최종대 사무국장은 “대체로 다른 지역은 사암연합회가 조직돼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충남지역은 중심축이 없기 때문에 활동에 어려움이 크다. 충남의 가장 큰 도시인 대전에 교구본사가 없다는 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전·충남 지역의 경우 지역 활동에 ‘중심축’이 있어야 된다는 인식이 형성된 것은 벌써 오래전이다.
최종대 사무국장은 “특히 조계종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 조계종 교구본사인 마곡사와 수덕사가 있지만, 실제로 이 두 사찰로 인해 수행결집이 이뤄지는 데는 여러 가지 정황상 무리가 따른다. 일반적으로 대전ㆍ충남에서는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등 타 종단의 활동이 훨씬 두드러지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에서 중심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체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번 봉축행사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대전의 봉축행사는 지난 해까지만 해도 대전시청을 중심으로 성대히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도심의 중심에서 벗어난 시민공원에서 개최됐다.
최 사무국장은 “포교사들 역시 포교활동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재정적으로 후원을 해 줄 수 있는 재단이나 단체들이 없어 활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포교사들이 자신의 사비를 털어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그동안 활동해온 포교사들도 그만둘 확률이 높기 때문에 포교의 중심축이 될 단체의 설립은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그나마 충북은 대전·충남에 비해 다소 상황이 나은 편이다. 충북은 대표적으로 옥천사암연합회와 보은 법주사의 활동으로 충주, 청주, 청원까지 지역불교가 대체로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충북의 활동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충북은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 할 인재불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충북지역 안병옥 포교사 단장은 “충북 사람들이 점점 고령화 되면서 교육 수준이 예전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 스님과 신도들이 아직도 기복신앙을 버리지 못한 분들이 많다. 불교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교육하고 싶어도 인재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안 단장은 또 “현재 군포교, 병원 법당 등을 위주로 포교활동을 진행하며 젊은 불자 유치에도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청불교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충청불교는 아직까지 어느 한 분야도 만족할만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교육과 포교에서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으며, 신행도 수동적이다.
대전·충남의 경우 불교계 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사찰별·분야별 활동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역 전체를 먼저 생각하고 사찰과 개인의 역량이 결집돼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 지역 역시 그동안 문제됐던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불교 활성화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어떠한 활로로 포교활동을 해야 하는지 방향조차 잡지 못 하고 개별 사찰 운영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축제와 불교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활동도 왕성한 편이다.
충남은 용화사, 연화사, 성불사, 세등선원, 통도사 대전포교원 등에서 이미 오래전 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양질의 프로그램들을 활성화해 지역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점차적으로 많은 스님들이 복지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개신교가 점령했던 복지관 설립도 점차 활성화 되고 있다.
도심에서도 외국인과 관광객을 위한 템플스테이 사찰들이 늘어 도심포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불자회, 대전시청 불자회 등 신행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충북 지역 사암연합회들도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음악회, 체육대회 등 각종 지역행사 개최에 이바지 하고 있다. 특히 인구가 점점 고령화 되가는 것을 감안해 정기적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행사도 이어오고 있다. 법주사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보은군과 함께 고민을 나눈다거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시설들을 확충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도 작지만 여러 사람들이 불법을 전하기 위한 뜻을 모으고, 활동을 이어나간다면 충청불교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③ 강원 - 상업화 경계에서
템플스테이가 오히려 병
신도 증가 위한 포교방편 개발해야
강원불교는 한 때 지역경제가 악화되면서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신행, 교육, 포교, 사회활동 등 모든 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부 사찰을 제외하곤 대부분 사찰들은 살림살이 조차 꾸려나가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강원불교는 점차 달라지고 있다. 템플스테이 덕분이다.
특히 강원도는 자연 경관이 빼어난 사찰들이 많아 다른 지역에 비해 템플스테이가 더욱 활성화 되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진행되는 영월 법흥사 1박2일 템플스테이는 인기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템플스테이로 인해 정기적인 관광객 유치로 강원도는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사찰 운영 역시 활성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불교문화를 일반인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은 불교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템플스테이가 강원 불교 발전에 독이 되는지, 약이 되는지는 아직 좀 더 두고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템플스테이가 지나치게 성행하면서 자칫 불교가 너무 상품화 되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진정한 불법을 알리기보다는 상업적인 이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다.
현재 템플스테이는 단순히 불교의 사업이 아닌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템플스테이 지정 사찰들은 국고 지원도 받기 때문에 강원도에서는 국가 지원금을 받기 위해 템플스테이 사찰로 등록하려는 사찰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강원도에서 템플스테이 사찰로 등록된 곳은 낙산사, 신흥사, 월정사, 법흥사 등 12곳이다.매년 많은 사찰들이 템플스테이 사찰로 등록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지만 등록 과정은 낙타가 바늘구멍 뚫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최근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정된 치악산 명주사 역시 몇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템플스테이 사찰 등록에 성공했다. 템플스테이 사찰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전통사찰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주지 스님이 얼마나 의욕적인지가 관건이다.
명주사 선학 스님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사찰에 일정 시설 지원비 등이 나오자 일부 사찰들은 그 돈을 노리고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심사요건이 까다로워 그런 사찰들은 대부분 선정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템플스테이가 불교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높인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강원불교 포교단 전상웅 사무국장은 “강원불교가 템플스테이로 인해 관광지의 역할만 하고,불교를 제대로 전하지 않는다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상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전 사무국장은 또 “템플스테이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돌아가기 때문에 강원불교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오히려 템플스테이 때문에 강원도에 많이 성행했던 기복신앙도 거의 없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선학 스님 역시 “독특한 템플스테이가 많은 사찰과 공유돼 발전된다면, 새로운 발상의 전환으로 이 시대에 맞는 불법 포교를 펼칠 수 있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불교계는 템플스테이보다는 젊은 불자 감소에 더 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충청지역과 마찬가지로 강원도 역시 고령화 현상이 오면서 젊은 불자들이 많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젊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수도권으로 많이 빠져나가면서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상웅 사무국장은 “현재 파라미타의 활성화로 청소년 불자들은 많이 확보하고 있다. 20~30대 불자를 늘리기 위해 유치원 등을 대상으로 아이들과 학무모들에게 포교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으며, 직장직능 포교에서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각 지역 불교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인프라가 구축이 되지 않거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활동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갖춘 프로그램이 적다.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인재양성도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강원도 일부 사찰들은 교육, 포교, 복지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뚜렷한 차별점이 없어 현상 유지에 급급한 수준이다.
지역불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더구나 문화와 자원이 풍부한 강원 불교가 템플스테이 외에는 별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강원도도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에서는 삼척대 교수불자회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지역경제기반이 어업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찰과 교수불자를 포함한 사암연합회를 구성하고 지역민과 함께 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민 생활에 밀착해 불교를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이다.
이런 노력들을 바탕으로 지역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된다면 강원 불교는 한국 제일의 불법 지역이 될 충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 교세가 강한 영남불교는 전통적 신앙에 치우쳐 있다. 낙동강에서 방생법회를 하고 있는 스님과 불자들.
④ 영남 - 현실에 안주가 문제
60% 넘는 불자, 무기력
사회참여 통한 위상 제고 필요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은 한국 불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가장 많은 불자들이 분포해 있고, 교세가 강해 한국 불교 발전의 초석이 되는 곳이다.
200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의 ‘종교인구 분포’에 따르면 영남권으로 분류되는 대구광역시, 부산광역시, 경남북도, 경상남도의 불교 인구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20~30% 가량 높게 나타났다. 대구는 61.4%, 부산은 67.4%, 경북 63.2%, 경남 71.9%로 조사됐다. 경남은 불교 인구가 가장 저조한 전북(23.9%)과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영남은 1985~2005년 사이 불자수가 0.3% 가량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 0.3~3.8%까지 증가해 한국 불교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영남에서 불교가 10년 이상 강세를 유지하자 개신교는 부흥회를 열거나 불교 폄훼활동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신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선거철이면 후보자들은 사찰을 방문하고, 법회에 참석하는 등 불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한국 불교계는 이처럼 교세가 강한 영남 불교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역민들의 강한 불심을 기초로 영남 불교가 한국 불교 발전을 위한 의제를 선점하고 전체적인 위상을 높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영남 불교는 높은 불자인구에도 불구하고 한국 불교를 선도하는 모습은 아직 미약하다. 불교 폄훼 등 현안에 대한 대응 이외에는 한국 사회의 병폐에 대한 불교적 혜안 제시나 사회 참여 활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영남권은 이런 활동의 기초가 될 불교 NGO 지부의 개설조차 미흡하다. 대표적 불교계 NGO인 재가연대조차 ‘대구경북 재가연대’만 있을 뿐 부산·경남에는 아직 지부가 없다. 불교환경연대도 광주전남지부가 지역 불교 발전을 위한 다양한 고민과 활동을 펼치는 것과 대조적으로 영남권 지부가 없다. 불교계에서는 불자수는 영남이 많지만 불교NGO들의 사회참여 활동이 활발한 지역은 호남으로 꼽을 정도다.
불교의 사회참여는 복지를 통한 방안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불교계 사회복지 시설의 전국 분포를 살펴보면 영남권은 교세가 약한 서울과 수도권보다 낮은 수준이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발표한 ‘2009 사회복지시설의 지역별 분포’에 따르면 불교 사회복지시설은 서울과 경기에 28.5%, 14.2%가 분포돼 있다. 대구는 5.3%만이 분포돼 교세가 약한 전남의 4.9%와 비슷한 수준이다. 부산은 8.9%, 경북과 경남은 각각 11.2%, 6.6%로 조사됐다.
이처럼 영남 불교는 높은 교세에도 불구하고 사회 참여에 둔감하고 한국 사회에서의 불교의 위상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이 결과 영남 불교는 곳곳에서 개신교의 불교 폄훼가 벌어지고 있다.
템플스테이 관련 예산 삭감, 전국 각 사찰 땅 밟기, KTX 울산역 통도사 병기 무산, 공직자들의 종교 편향 활동 등 불자들은 지난 3년 간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대구 동화사 등 각 사찰에서 벌어진 땅밟기 행태는 불교계의 큰 충격을 불러왔다. 이에 대해 영남 불교계는 대책을 논의하는 등 항의와 대응에 나섰지만 차단하지 못했다.
전체 인구의 61.4%가 불자인 대구에서는 팔공산 불교테마공원이 개신교계 반발로 무산됐다. 대구의 개신교계 인구는 19.1%에 불과하다. 울산 KTX역에 통도사 병기 추진도 개신교의 반발에 부딪혀 물거품이 됐다.
인구 절반이 불자인 만큼 교세가 막강함에도 개신교의 불교 폄훼 조차 제대로 대응 못할 만큼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은 “부산불교는 기복적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대의 아픔을 출가자가 치유해주지 못하면 불교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별기고〉 동련 이사장 심산 스님 (부산 홍법사 주지)
화려한 외면에 비해 내실 부족
지금까지 부산 불교는 신심만 있었다. 뜨거운 신심으로 3000배 철야기도며 봉정암 순례기도, 전국 사찰 삼사순례 등 이름이 거창한 수행정진에는 어디에도 지지 않았다.
부산 불교가 전국에서 제일이라고는 하나 신행은 체계화되지 못했다. 부산 불자들의 신심과 원력은 부산이 아닌 바깥으로만 향하고 있다. 구체적인 불교교육은 약한 반면 전통적 신앙만 강조돼 있어, 화려한 외면에 비해 내실이나 교양적인 신행의 품위는 타 지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또 사찰별로 불교 강좌가 개설돼 있긴 하지만, 불교교리 외 신도들의 교양이나 불교적 소신을 갖고 시사를 바라보는 눈을 뜨게 하는 면에서는 약했다. 흔히 부산 사찰들이 전국 사찰을 다 먹여 살린다고들 이야기 하지만, 정작 부산 불교계의 신심은 넉넉하지 않으며, 이것이 바로 부산 불교의 보편적인 현실이다.
앞으로 부산 불교가 명성에 걸맞게 나아가려고 하려면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 1~2년의 문제가 아니라 적어도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지금부터 차분하게 신도 교육과 어린이ㆍ청소년 포교에 집중해야 한다.
어린이법회가 한 사찰의 중심이 돼 아이들의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법회를 개설해야 한다. 어린이 불자를 키우지 않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불국토는 없다. 하물며 어린이들을 끝없이 교육시키고 신행면에서 무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불교를 둘러싼 이 사회가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는 일이다.
홍법사에서는 어린이 법회를 기본으로 ‘영유아 수기’ ‘동자승 단기출가’ ‘마을상좌’ 등 끝없이 아이들을 부처님 품안으로 이끄는 인연을 맺어주고 있다. 오늘날 스스로를 불자라고 밝힌 숫자가 한 자리수인 현실을 감안하면 모든 스님들이 마을상좌를 둬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알고 부모의 마음을 알고 포교의 현실을 알 수 있다. 그저 법회에 나오는 정도로는 그 아이를 영원히 불자로 만들기에 부족하다. ‘부처님의 제자이며 스님에게 진리를 배우는 아들이다’라고 확신시켜야 한다. 동자승 단기출가에 대해 ‘1년에 10명 배출해서 무슨 도움이 되냐?’고 한다. 하지만 올해로 7년째에 접어들어 동자승 출신 어린이불자가 60명을 넘어섰다. 영유아수기법회 역시 3년째 100명 이상의 어린이불자를 배출했으며, 지난달 마을상좌수계 역시 이미 150명 이상의 청소년 및 청년 불자들이 홍법사와 인연을 맺었다.
아이들은 성장기가 중요하다. 천진무구의 깨끗한 동심에 자비와 복덕, 지혜의 불심을 심으면 그 효력은 영원하다. 그대로 불국토가 되는 것이다.
부산 불교의 현실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현재 각 사찰은 너무나 개별화돼있다. 저마다 최선을 다해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같이 엮어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시스템이 없다. 그래서 사찰의 평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채 가치관과 의례도 서로 다른 것이 현실이다.
부산에서 실질적인 구심점 역할을 할 조계종부산연합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종단의 지침을 현장에서 해석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가까이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조계종연합회의 할 일이다. 그동안 사찰의 개별화를 고려해 포교구심점으로 뭉친 것은 ‘포교하는 스님들의 모임’인 전법도량이다. 처음 10개 사찰로 시작해 이제 15개로 늘어났고, 이 전법도량을 무난히 이끄는 연습을 거쳐 조계종부산연합회가 원만히 발족할 수 있었다.
스님들의 원력을 바탕으로 불교교육 및 심화과정, 불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시대의 관심사를 반영한 시사교양, 기본적인 종무행정 등 스님과 신도, 종무원에게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야한다.
인재를 키우자. 오면 오고 말면 마는 수동적인 포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당신은 나의 제자다’라는 마음자세로 먼저 다가가자. 도심에 사는 불자들이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는 별장 같은 원찰의 은사스님이 계신다면 그는 아마도 환경적으로 삭막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자가 아닐까.
지금까지 신심을 중심으로 한 기복적인 신행에서 벗어나 교육이 바탕이 된 객관적인 종교인의 모범이 되는 단계로 진화해야만 한다. 이처럼 불교교육과 신행활동의 다양성을 추구해 나가야 하는 조계종부산연합회가 주어진 종교적 역할들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부산불교가 발전할 수도, 현재에 머무를 수도, 혹은 퇴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대는 아파하고 있는데 출가자가 치유해주지 못한다면 불교가 존재해야할 이유가 없다. 불교가 내 덕을 보게 할 신심이 우리 스님들에게 먼저 넘쳐나야 한다. 이것이 스님들이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이며 가치다.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역할이다.
지난 3월 열린 ‘민족문화수호대법회’에서 보여준 조계종 스님들의 열의는 감동을 넘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런 것 없이도 뜨거운 신심만으로 지금까지 잘해오지 않았나. 부산불교는 할 수 있다.
▲ 해뜨는다문화가족복지센터(센터장 정선)가 2010년 다문화 가정에 김장 김치를 전달하고 있다. 광주불교는 복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불교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⑤ 호남 - 위기 속에서 희망을
불자 전국 최저, 무종교 최다.
포교의 ‘블루오션’
우리나라 불자수는 1985년 805만 9624명에서 2005년 1072만 6463명으로 266만 6839명이 증가했다. 200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종교 인구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불자들이 가장 많은 지역은 부산(67.4%)과 제주(63.7%)로 나타났다.
반면 ‘호남불교’인 광주광역시,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는 각각 29.9%, 23.9%, 33.1%로 부산과 제주의 절반에 그쳤다. 이는 전국 평균인 43%보다 낮으며 교세가 제일 약한 인천(27.3%)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호남불교의 위기는 청년 불자의 실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조계종 교구 본사 중 신도회가 구성되지 않은 사찰도 있고, 신도 대의원대회를 열어도 80대 이상 고령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합창단을 만들고 싶어도 젊은 불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청년 불자수가 미약하다. 전라북도의 경우 국회의원 11명 중 불자는 한 명도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개신교 재단의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종교 서약을 강요하거나 봉축 행사 때 설치한 연등이 ‘종교편향’이라며 항의하는 사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전주시 개신교 단체는 최근 연등 설치가 보행 안전을 저해하고 종교자유를 침해한다며 전주 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그러나 이들 3개 지역은 무종교인 비율이 높아 불교 발전과 포교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광주광역시는 무종교인 비율이 51.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무종교인 비율은 전국 평균 46.5%보다 높거나 유사한 46.3%, 51.0%로 나타났다. 그 만큼 포교의 여지가 전국 다른 지역들보다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호남 불교계도 교세의 열세를 극복하고 포교 확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해 10월에는 광주ㆍ전남 전법단이 출범해 35명의 전법사가 위촉됐다.
광주ㆍ전남 신도회는 또 지난 해 12월 신도회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을 열고 재가불자회 발전 방안과 지역 불교 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광주전남 불교계NGO들도 광주전남 불교의 사회참여와 불교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지난 해 연대 기구를 발족하기도 했다.
완주 송광사 청년회는 ‘지역 불교 발전을 위한 정진법회’를 2009년 11월 전주 아름다운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선운사는 고창종합사회복지관을 비롯한 다양한 복지기관을 위탁운영하면서 복지를 통한 포교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선운사가 운영 중인 복지시설에는 하루 평균 500~600명이 이용 중이다.
그러나 호남 불교 관계자들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 차원의 개별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원일 전북불교신도회 사무처장은 “신행단체들은 점점 줄어들고, 상좌가 없는 절도 많다. 종단 차원에서 포교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청소년 심리와 복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기고〉 이해모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호남인의 아픔 보듬어야 불교 자란다
호남불교는 백제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백제불교는 일본에 처음 불교를 전하는 역할을 했다. 일본과의 교류를 통해서도 아스카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역사적으로 호남불교는 매 시기마다 민중들과 함께 호흡함은 물론 한국불교 속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도침 스님의 국권회복운동, 진표 스님의 미륵신앙운동은 어려운 시기 민중과 함께 호흡하고 민중들을 교화하는 실천적 선지자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고려불교가 타락하여 민중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불교의 위상이 땅끝까지 추락했을 때 새로운 불교의 혁신과 기치를 내세워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송광사에 수선사(修禪社)를, 원묘국사 요세 스님은 백련사에 백련사(白蓮社)를 설치하여 대중결사운동을 펼쳐왔다.
고려시대에 이어 조선시대를 이어 조선침략시기에 의승군 활동, 갑오농민전쟁 시기에도 많은 승려들이 농민군에 함께 하였음은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불교의 현재적 모습과 위의를 갖추기 시작한 근현대에 들어서 호남불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마다 제대로된 역할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개신교와 가톨릭은 우리나라에 이식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종교임에도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역사적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적 질곡과 함께 호흡해 왔다.
물론 호남지역 불교도 지광 김동수열사의 보살적인 삶, 80년대 후반 이후 지선 스님이나 진관 스님, 대불련이나 청년회 등 양심적인 불자들이 자주, 민주, 통일운동에 진력해 왔다. 그리고 수많은 고승대덕이 호남지역에서 배출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전체 호남지역민들의 고통과 아픔, 애환을 섭수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이 현재 전국 최하위 교세와 더불어 사회적 영향력이 밑바닥에 와 있지 않나 가슴 아프게 성찰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불교의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자.
먼저 호남지역은 백제탑과 빼어난 부도들, 석장생 그리고 구산선문 사찰과 역사문화 원형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찰들이 즐비하다. 온갖 보물들을 보듬어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유무형의 문화원형들을 발굴해 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예스런 맛을 살린 고찰들의 문화관광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호남지역민들의 아픔과 고뇌, 애환은 무엇인지를 냉철히 살피어 적극적인 전망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지역민들이 고통받고 아파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살피고 그 고통받고 아파하는 부분을 위무하는 실천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때다.
다시 말해 불교의 사회적 역할과 참여를 담보해 내는 불교NGO의 영역이 확대되고 넓어져야 한다. 따라서 사회복지 영역을 넘어서서 이제는 생명, 평화, 통일, 언론, 여성, 다문화사업 등 다양한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공동체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대부분이 농촌을 근간으로 해서 움직이고 있는 호남불교이기에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공동체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좋은 예가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의 귀농학교나 대안학교 등 대안운동, 땅끝마을에서 다양한 농촌사찰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미황사 등을 주목하여 다양한 지역공동체운동의 모델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제 외형적인 건축불사를 지양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속에서 디지털 세대,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이웃들에게 어떠한 믿음과 희망을 안겨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시작해 보자.
⑥ 제주 및 도서 - 신도에게 혜택 주는 불교로
제주지역 복지 포교로 최근 약진
도서지역은 실리를 줘야
제주 불교의 주요 이슈는 타 종교단체에 비해 열세였던 불교계 복지시설의 약진과 도내 불교계의 법인 등록을 통한 체계적인 사업 추진이다.
현재 제주도내에서 운영되는 노인ㆍ장애인 복지시설 88개소 가운데 불교 관련 시설은 15%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이웃종교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이웃종교에 비해 뒤떨어졌던 제주도내 불교복지현황이 최근 약진을 보이고 있다.
제주 약천사(주지 성원)는 2009년 12월 도내 최초로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인 자광원을 개원했다. 이후 서귀포시가 지원하는 푸드마켓사업의 위탁경영자로 선정되는 등 불교복지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약천사는 올해 8월부터 남원읍 위미리에 조성되는 사회복지법인 구도원 산하 노인전문요양시설 자미성을 위탁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또 사단법인 ‘함께하는 세상’ 발기인 대회를 마치고 불교복지 및 문화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준비를 마쳤다.
제주태고복지재단(대표이사 법담)은 2010년 11월 노인복지시설인 제주특별자치도 노인복지관을 열었다. 이곳은 제주 지역의 첫 번째 교계 운영 노인복지시설인 동시에 약천사가 운영하는 자광원에 이은 두 번째 교계 복지시설이다. 이 밖에 제주태고복지재단은 사회복지법인을 등록해 미타요양원을 운영하는 등 사회복지 참여의 폭을 넓혀 가면서 도내 불교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제주도노인복지관 개관이 제주 지역 불교복지 발전의 주춧돌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걷기 명상 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제주섬 꼬라 순례’도 법인 등록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섬 꼬라 순례 임원진들은 대외적 활동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법인 등록을 통해 전국의 불자들을 제주섬 꼬라 순례로 이끌 계획이다.
‘성스러운 산이나 탑을 시계바늘 방향으로 도는 탑돌이’를 뜻하는 티베트어 ‘꼬라’는 순례자들이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지역 사찰을 참배하며 참 나를 찾는 수행 프로그램이다.
5월 3일자 제주불교신문은 “그동안 제주섬 꼬라 순례는 대외적인 활동 및 사업에 적지 않은 활동 동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법인 등록을 통해 불자는 물론 일반인까지 꼬라 순례 참여도를 높이는 한편 불교전반에 위상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근래에 섬이 주목 받고 있다. 마지막 남은 청정한 자연이기 때문이다. 섬에도 불교는 있다. 예전에는 그랬다. 그렇지만 요즘은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한국의 섬은 3198개이며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465개이다. 특히 한국의 섬 가운데 90%가 서남 해안권 전라도에 산재해 있다. 해방이후 기독교는 섬 지역 선교에 적극 나서 현재 294개 유인도에 657개의 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반면에 불교는 10여 사찰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육지에서 나고 자란 나는 섬 주민들의 성향을 잘 모른다. 섬포교에 나선이들 대부분이 그렇다. 외딴섬에서 높은 파도와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불편한 생활환경을 감내하기까지는 육지 사람과는 달리 강한 의지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예로부터 거친바다를 무대로 생활하는 섬은 육지에 비해 신앙심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들어 섬 지역 불교는 타종교에 밀려 존폐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이유로 남도 땅 불자들이 섬불교 포교단을 구성해 섬을 찾고 있다.
2010년 1월 말, 포교사단 광주전남지역단과 호남불교문화원 등 지역 신행단체가 뜻을 모아 섬포교에 나섰다. 매달 마지막 일요일을 섬포교의 날로 정하고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전법의 길을 출발했다.
섬포교단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신안군 암태도에 자리하고 있는 노만사였다. 큰봉산 산중턱에 자리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이 노만사를 찾기에는 길이 가파르고 교통편도 좋지 못한 실정이었다. 농촌이나 섬에 들어가 보면 고령화 시대를 실감한다. 젊은 층의 신도를 만나보기 어렵다.
노만사는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약수가 나오는 천혜의 도량으로 주지 범도 스님이 조석예불과 기도정진으로 열심이건만 시대에 맞는 포교전략에는 한계가 있는 듯 했다. 한의사, 미용사를 비롯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매달 노만사를 찾았으나 지역민의 동참은 생각보다 저조했다.
암태도에는 10여 개의 교회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농번기에 목사들이 직접 얼음과자를 들고 나타나 농사일을 거들었다고 한다. 교회를 중심으로 품앗이가 이뤄지면서 불교인들이 위축되고 교회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포교는 봉사’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섬불교 포교단이 일회성 행사보다 꾸준히 섬을 찾아 부처님의 명훈가피력이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자 지역 불자들의 어깨도 한층 올라갔다.
어르신들에게 부처님의 경전을 일러주고 염불을 강요하기보다는 육지에서 준비해간 음식으로 점심을 공양하고 손발톱을 깎아드리며 대화도 나누었다. 이미 노년으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야윈 어깨를 주무르며 정을 쌓아갔다. 그리고 포교사들이 결성한 예술공연팀은 지역 어르신과 즐거운 놀이 한마당을 펼쳤다.
만나는 횟수가 늘어가며 지역 어르신들과의 정은 두터워져 갔다. 1년을 보내고 보니 포교에 많은 역할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았다. 개신교의 경우 방주호라고 명명한 선교용 배가 20여 척 가까이 운행되고 있건만, 사찰은 승합차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말 섬불교 포교단은 ‘한국의 섬, 불교포교단’으로 명칭을 바꾸고 도제 스님(광주전법단장)을 단장으로 모시고 조직을 확대했다. 섬포교 활성화와 체계적 활동을 위해서다.
섬포교단이 활동하는 곳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가장 급한 것은 차량이다. 자원봉사자와 장비를 이동하는데 필수인 차량을 구하는데 급급해한다. 특히 섬포교 현장에서 지역민을 운송해야 하건만 차량이 부족해 안타깝게 발만 동동 구르곤 한다.
섬포교를 위해서는 섬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이고 폭넓은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섬포교를 종단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특히 고령화시대의 노인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함을 강조하고 싶다. 노인복지에 대한 직접서비스로 말벗, 상담, 가족기능제공, 취미활동지도, 외출보조, 질병간호 등이 있다.
물론 부처님에 대한 가르침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직접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켜주며 동화되는 포교를 시행해야 한다. 종교의 가르침을 최우선으로 하기보다는 △자발성 △공익성 △무보수성 △지속성에 무게를 두고 꾸준한 섬불교활동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꼭 전문성이 아니더라도 불자라는 확고한 신심과 의지로 ‘나누면 행복해 진다’라는 사명감만 있다면 누구나 환영한다. 척박한 땅에 씨앗을 뿌리고 가꾸기까지 어찌 어려움이 없겠는가?
불교는 인연을 강조한다. 자주 만나다 보면 그것이 바로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부처의 씨앗을 심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함께 노력하다보면 변함없는 섬포교 실천수행으로 외딴섬에서 부처님이 환하게 웃으시며 우리를 맞아 주실 것이다.
기울어져가는 섬 지역 사찰의 기세를 다시 살려 예로부터 불교와 용왕사상이 대표적인 전통신앙이 자리 잡아 이고득락하기를 간절히 발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