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시민단체·종교인 등 오체투지
1월 29일 이태원역서 대통령실까지
30일 국무회의서 거부권 행사 결정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을 거부한다. 특별법을 공포하라!”

한파주의보는 한걸음 물러났지만 이태원의 아스팔트길은 여전히 유가족들에게 차가웠다.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9일 정부로 이송된 이태원특별법은 공포라는 단 하나의 단계만을 앞두고 있지만 국민의힘 측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상태다. 1월 30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이태원특별법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는 가운데 유가족과 시민단체, 4대 종교인들은 대통령실을 향해 또 한 번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국무회의 개최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1시 59분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4대 종교단체는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향하는 오체투지에 나섰다. 이번 행진은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 천주교남녀수도회정의평화환경위원회,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등 4대 종교가 한마음으로 주관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거부하고 이태원특별법 공포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에는 200여 명이 동참하고 이중 50여 명이 오체투지에 나섰다.

이날 오체투지 행진은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로 인해 진행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가족 측의 가처분 소송이 법원으로부터 인용결정을 받아 가능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 4대 종교인들은 오체투지에 나서기 전 참사 현장을 향해 고인들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 씨의 아버지)을 선두로 출발한 행진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동참한 모든 사람의 눈빛과 행동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유가족, 시민단체, 종교인들이 오체투지 행진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유가족, 시민단체, 종교인들이 오체투지 행진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발언문에서 “윤석열 대통령께 다시 한 번 호소한다. 괴로움에 미쳐버릴 것 같은 부모들의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 달라”며 특별법 공포를 호소했다. 또한 “우리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고 바라는 것은 아이들의 죽음에 한 치의 의혹도 없도록 진실규명을 이루는 것”이라고 당부하면서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발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발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노위원 시경 스님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비판에는 비대위원장까지 내치려 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억울하게 잃은 부모의 마음은 외면하고 있다”며 “부처님께서 ‘자식을 잃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말씀하셨다. 윤 대통령이 더 이상 국민의 슬픔과 유가족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노동위원회 위원 시경 스님이 발언하고 있다.
사회노동위원회 위원 시경 스님이 발언하고 있다.

유형우 부위원장(고 유연주 씨의 아버지)과 박영수 씨(고 이남훈 씨의 어머니)는 호소문을 통해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특별법을 공포하는 것만이 유가족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지원책”이라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