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사노위
1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서
유족 11명 삭발 동참…스님들이 도와

“아이 낳지 마십시오. 새끼 키울 수 없는 나라입니다. 아이 낳지 마십시오.”

아들을 비롯해 159명 희생자의 억울함을 다시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고 이남훈 씨 어머니 박영수 씨가 절규했다. 오체투지, 단식, 행진 등 ‘이태원 특별법’ 제정을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이날 국민의힘에 의해 또 한 번 좌절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은 1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민의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식을 단행했다.

‘이태원 특별법(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수정안)’은 국민의힘 불참 속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열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유족들은 야당의 이같은 결정을 반발하며 “이태원 특별법을 신속하게 공포하고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설립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삭발에 앞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금껏 온몸을 던져 정부에 호소하고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또다시 외면했다”며 “참으로 비정하다. 우리에게도 앞으로 여당은 없다. 국민의힘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주사위는 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며 “마지막 남은 인내를 윤 대통령에게 기대한다. 신중하게 잘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도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특별법 표결을 거부한 데 이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입법권을 무시하라고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에게 건의한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가 정말 잔인하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 그렇게도 두렵냐”고 지적했다.

이어 고 고 이주영 씨의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고 이남훈 씨 어머니 박영수 씨, 고 최혜리 씨 어머니 김영남 씨, 고 김현수 씨 어머니 김화숙 씨, 고 유연주 씨 아버지 유형우 씨, 고 김미정 씨 어머니 박랑주 씨, 서수빈 씨 어머니 박태월 씨, 고 김단이 씨 외삼촌 김진환 씨, 고 정주희 씨 어머니 이효숙 씨, 고 문효균 씨 어머니 이기자 씨, 고 이민아 씨 아버지 이종관 씨 등 11명이 차례로 삭발했다. 목에 두른 흰 천 위로 머리카락이 떨어지자 눈물도 함께 흘렀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유족들도 울분을 토해냈다.

삭발은 사회노동위원회 위원 시경·혜문·법정 스님과 개신교 목사 2명이 도왔다. 시경 스님은 “참담하고 가슴이 아프다. 언제까지 유족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하냐”며 “윤 대통령은 유족들의 아픔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이태원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태원 특별법은 1월 19일 정부 이송을 앞두고 있다.

김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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