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하고 스며들게…한가함을 제공하라

가정서 사랑받고 자란 세대
꼰대질에는 에어팟으로 차단
약한 연결에는 강한 아이들
커뮤니티 모임으로 불교 접근
몸·마음 건강 중시하는 세대
코로나 이후 美명상산업 강세
멍때리기 인기…불교도 활용을

서울 남산 일원에서 열린 생명나눔 걷기 명상 축제서 참가학생들이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하고 있다.
서울 남산 일원에서 열린 생명나눔 걷기 명상 축제서 참가학생들이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하고 있다.

잘파세대를 설명하는 서적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특징은 ‘자중감’이다. 아이들이 없는 시대에 가정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잘파세대들은 재정적인 부분과 더불어 충분한 애정을 받고 자라났기 때문에 가족과의 유대감이 유난히 높은 편이다. 

또한 X세대 맞벌이 부모를 둔 잘파세대들은 조부모나 외조부모 아래서 자랐기 때문에 노인들과 유대 관계가 나쁘지 않는 특징도 가진다. 앞선 세대인 X세대와 밀레니엄 세대가 노인과의 갈등이 있었다면, 잘파세대들은 이런 세대 갈등을 희석시킬 수 있는 세대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자중감이 높은 잘파세대들은 그 표현을 ‘크리에이터’ 감각으로 나타낸다. 릴스, 틱톡 등에는 댄스 챌린지에 도전하는 잘파세대의 숏폼 영상들이 넘쳐난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슬릭백 챌린지가 이를 보여준다. 

<이제는 잘파세대>의 저자 이시한 성신여대 겸임교수는 “자중감이 있는 잘파세대는 기회가 오면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고, 인기 많은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불교적으로 살펴보면 이 같은 잘파세대의 자중감을 포교의 방편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열린 상월결사 대학생 전법위원회 워크숍에서 제시된 상월결사 캐릭터·엠블럼을 비롯해 웹툰, 메타버스 등 콘텐츠 공모전들은 잘파세대의 자중감과 성취감을 고양할 수 있는 포교 방편이다. 

더불어 자중감이 강한 만큼 이에 대한 주의점도 필요하다. 이는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이 상월결사 대학생 전법위원회 워크숍에 강조한 ‘대학생 전법의 주의점’을 상기할 필요하가 있다. 당시 이 회장은 “법회에서 대학생들에게 ‘이것밖에 안 왔어’라고 말하는 스님이 계신다. 자존감을 중시하는 현재 대학생들은 자신을 숫자로 평가절하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또한 ‘나는 말할테니 너는 들어라’식의 꼰대 설법은 에어팟 노이즈 캔슬링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생 법회는 수업이 아니다. 학생들은 휴학, 군입대 등 신변이 변화무쌍하다. 내일도 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대학생 전법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잘파세대는 약한 연결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약한 연결의 커뮤니티 모임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독서나 와인, 골프, 독서, 명상 등의 커뮤니티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편이다. 심지어는 이 같은 커뮤니티 모임은 비즈니스 모델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유대와 공감은 윤리적 소비, 소위 가치로도 이어진다. 디지털 세계를 통해 생각의 단위를 세계로 확장할 수 있던 잘파세대에게 기후 위기는 남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다. 비건 제품을 사용하고 비건에 동참하는 것은 자신이 지향하는 선한 가치를 드러낼 수 있기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건강과 함께 지구환경을 함께 지키는 ‘플로깅(쓰레기 주우며 걷기)’을 활용하는 것도 전법의 방법이다. 아직까지 불교계에서는 수행의 일환으로 걷기명상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친환경과 건강에 관심이 많고, 가치소비를 하는 잘파세대에게 사회기여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것도 잘파세대의 취향과 연결된다. 최근 한국사회에 분 ‘제로 슈거 열풍’이 이를 반증한다. 실제 제로 슈거 탄산음료는 물론이고 제로 슈거 스낵, 제로 슈거 소주도 등장했고, 불티나게 팔렸다.  

이들은 마음 건강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실제 명상 앱인 캄과 헤드스페이스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캄의 경우 2021년 기준 다운로드 1억회, 300만명 이상의 서브스크리셥 멤버를 보유 중이다. 2022년 매출은 3억3000만달러(한화 4390억원)를 달성했고, 이는 2021년 대비 66% 증가한 수치다. 

헤드스페이스 앱은 2021년 기준 6500만회 다운로드 됐고, 매출은 2021년 기준 2억2000만달러(한화 2930억원)을 이뤘다. 

마음수련과 명상은 게임의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실제 ‘마음챙김 게이밍’을 표방하며 2022년 탄생한 ‘딥웰’은 의사와 게임개발자가 참여한 스타트업으로 정신 건강을 위한 치유와 셀프케어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마음과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함께 나타난 것이 ‘멍때리기 대회’와 같은 ‘의식적 게으름’이다. 황지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는 “아무 생각없이 무언가 하염없이 바라보는 불멍이나 물멍에 열광하는 것이나 조용한 곳을 찾아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캠핑이 붐을 이루는 것도 의식적인 게으름을 원하는 마음이 반영돼 있다”며 “불멍, 물멍 등 의식적 게으름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의 경우 ‘의식적 게으름’을 제공함으로써 잘파세대를 불교로 이끌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프로그램이 템플스테이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명상을 비롯해 요가, 차담 등 다양하다. 심지어는 불멍이 프로그램인 사찰도 적지 않다.   

다만, 잘파세대들에게 템플스테이를 통해 허들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나, 이를 신앙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한국불교의 숙제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이제는 잘파세대다>(이시한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잘파가 온다> (황지영 지음, 리더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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