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출가·신행 콘텐츠 준비를

‘디지털’이 기본 값인 잘파세대
비대면 마켓 성장세 주요 고객
메타버스 플랫폼서 다양한 활동
가상공간 거부감 無 불교 긍정적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월정사가 개발한 메타버스 명상플랫폼을 체험하는 대중들.
월정사가 개발한 메타버스 명상플랫폼을 체험하는 대중들.

앞선 밀레니엄 세대가 ‘디지털 퍼스트’를 추구했다면 잘파세대는 디지털 세상이 기본 값인 ‘디지털 온리’를 추구한다. 밀레니엄세대 이전에는 아날로그 라이프가 주고, 디지털은 보조적인 활용 도구로 삶았다면, 잘파세대는 디지털이 우선이고, 때로는 디지털로만 이뤄진 삶을 산다. 

잘파세대를 두고 ‘문해력이 떨어진다’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이는 디지털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반대로 잘파세대는 멀티태킹이 가능하고 영상 이해력이 그 어떤 세대보다도 뛰어나다. 잘파세대를 이해할 때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염두에 둬야 한다”(이시한)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지털 온리’의 특성을 가진 잘파세대는 모든 서비스를 디지털화하기에 비대면 마켓의 성장에 기인한 주요 고객층이다. 종국에는 이 같은 비대면 라이프 스타일은 가상공간, 메타버스의 이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직은 ‘진짜 메타버스 같다’는 기술이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초창기 형태의 플랫폼은 서비스 되고 있다. 실제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의 경우 미국 9~12세 어린이 70% 이상이 이용 중이고, 제페토는 이용자 중 10대 비중이 80%를 넘는다. 

메타버스에 진심인 불교계
불교계는 교리적으로 가상공간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해인사승가대학장 보일 스님은 저서 <AI부디즘>에서 메타버스가 보여주는 다양한 법계를 외면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스님은 “메타버스가 구현하는 매혹적인 색과 형상, 소리, 감촉들도 다름 아닌 우리의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현실이든 가상세계든 어차피 마음의 분별 작용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에 어떤 가치를 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이라고 밝혔다. 

“모든 존재와 현상은 마음이 투사된 것이고 오직 분별일 뿐”이라고 인식하는 불교는 ‘메타버스’라는 진보된 디지털 기술에 큰 거부감이 없다. 도리어 적극적인 활용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불교계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포교프로그램들을 개발해왔다. 

대표적인 곳이 서산 보원사다. 서산 보원사는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를 이용해 보원사지를 복원하는 공모전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제페토에 만든 가상박물관 ‘힐링동산’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이 제페토에 만든 가상박물관 ‘힐링동산’의 모습.

교구본사들도 메타버스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오대산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는 자체적으로 메타버스 명상 플랫폼을 개발해 2022년 8월 12일 열린 강원도 세계청소년명상주간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그해 10월 8일 개막한 오대산 문화축전에서는 학생 백일장 등의 행사와 월정사 화엄선문화연구소 제1회 국제명상세미나를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월정사의 메타버스 명상 플랫폼은 뇌파측정기와 HMD(머리 착용 디스플레이)를 착용하고 요가, 명상들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했다. 

의성 고운사(주지 등운 스님)는 올해 3월 제작발표회를 열고 ‘고운사 메타버스’ 구축 사업에 들어갔다. ‘고운사 메타버스’는 3D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다양한 가상현실(AR)·증강현실(VR) 체험이 가능한 콘텐츠가 개발된다. 누구나 고운사 3차원 공간에 들어오면 템플스테이·사찰음식·발우공양·108배·탑돌이 등 불교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이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작 이후 변화하는 기술과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 유지·보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잘파세대 출가자가 들어온다면
불교가 준비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승가교육도 있다. ‘디지털 온리’의 특성을 가진 현재의 잘파세대가 출가할 경우 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도 한국불교의 숙제다.

실제 보일 스님이 2021년 해인사승가대학 총동문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AI시대의 승가교육’은 이에 대한 일선 승가교육 현장의 고민을 알 수 있다. 보일 스님은 AI시대 승가상으로 △다양한 지식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통합적 시각을 지닌 사람 △종교·학문·예술 등 여러 영역과 교류가 가능한 사람 △다양한 일상 문제를 성찰하고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는 사람을 꼽았다.

스님은 “4차 산업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앞으로는 한문 경전 번역과 독해도 인공지능이 대신할지 모른다”면서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플랫폼이 다수에게 접근 가능해지면서 관건은 많은 지식을 쌓느냐가 아니라 그 지식, 데이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앞으로는 많은 경전을 외우고 해석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많은 경전을 언제 어떻게 적절하게 활용할지 아는 사람이 요구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보일 스님은 AI시대 승가교육 변화의 키워드로 △커리큘럼에서 프로그램으로 △교실에서 현장으로 △받는 수업에서 하는 수업으로 등을 꼽았다.

보일 스님은 “승가교육의 지향점은 불교‘에 대한’ 교육이라기보다 불교‘적인’ 교육”이라며 “수행공동체의 수업은 실제 수행과 중생구제의 이념을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제 세상은 열린 사고와 폭 넓은 사상을 갖고, 여러 가지 불교 개념들을 다양한 상황들에 적용할 수 있는 수행자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문헌
<이제는 잘파세대다>(이시한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잘파가 온다> (황지영 지음, 리더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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