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실천본부·현대불교신문 공동기획

전 국민 기증 등록…정부차원 지속적 캠페인 비결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어느 나라나 매우 큰 숙제다. 기증희망 등록이 의미하는 것이 곧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굵직한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와 함께 희망등록 현황이 급격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실제 장기 기증률이 줄어드는 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과 효율적인 제도 시행이 절실할 때다. 장기기증과 희망등록 활성화에 대한 해외사례를 살펴보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구인 국제장기기증 및 이식 등록기구 IRODaT(International registry in organ donation and transplantation)가 공개한 2020년 장기기증 사례를 살펴보면, 인구 백만 명 당 기증률을 따지는 pmp(per million population)에서 미국(38.03)과 스페인(37.97)이 단연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pmp는 9.22로 전 세계에서 20위권이다. 

공적 관리·교육 체계 갖춘 미국
미국이 이같이 높은 기증률을 자랑하는 데는 장기에 대한 공적 관리 체계를 탄탄히 갖췄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역 단위로 장기확보 및 이식망이 구성돼 있다. 1977년 설립된 장기기증 연합 네트워크(the 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 UNOS)를 중심으로 50개 주에서 62개의 장기조달기구(Organ Procurement Organization, OPO)가 활동하며 모든 장기기증 관련 단체들과 연계돼 있다. 장기기증 연합 네트워크는 3교대로 24시간 가동되며 이식 대기자의 정보가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또 장기이식 수술에 대한 임상적 결과자료를 수집해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특히 각 장기별로 의사와 기증인·이식인 가족들로 구성된 20개의 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어 투명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장기조달기구는 ‘Donate life’라는 통합 브랜드를 사용하며, 광고나 마케팅 활동의 시너지효과를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적은 예산에 각 단체별로 예산을 사용하도록 돼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매우 효율적이다.

미국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관련된 도구들을 갖추고 있다.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직장 교육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기증 정보는 물론 리플릿, 사은품, 관련된 도구들 그리고 강사까지 제공한다. 기증자 가족을 위한 교육, 슬픔에 잠긴 기증자 자녀를 위한 교육, 외국인을 위한 교육, 종교를 통한 교육, 의료진 교육 등 계층별 교육도 갖춰져 있다.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인 공헌과 봉사의 의미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장기기증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 또 1월 로즈퍼레이드를 시작으로 매월 장기기증 행사가 정해져 있어 국민의 관심이 장기기증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노출시킨다.

국가 나서 장기기증 캠페인 펼치는 스페인
스페인의 장기기증률 전 세계에서 단연 독보적 수준이다. 인구 100만 명 당 38명이 기증하는 세계 최고 장기 기증국이며 이는 외국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제공된다. 스페인에서는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90% 이상이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장기이식을 받고 있다. 

스페인에서 기증활성화가 된 이유는 모든 국민이 장기기증을 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는 점에 있다. 장기기증을 원치 않는 경우 역시 주민센터에 직접 신고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가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표명한 경우에만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제도(opt-in)를 취하는 것과는 반대다. 장기기증 희망등록부터 이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별로 의학적 법적인 체계가 갖춰져 있어 장기기증자와 이식자 모두 혜택을 받으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 세계적으로 장기기증이 가장 활발한 나라로 손꼽힐 수 있게 됐다. 

국가와 공공기관이 협업해 다양한 장기기증 캠페인을 펼치기도 한다. ‘당신은 타인을 위한 완벽한 사람입니다(You are the perfect for others)’라는 캠페인으로, 스페인 국립장기이식기관과 국영 우체국 꼬레오스(Correos), 메디아셋 에스파냐 방송국이 함께 펼친다.

방송을 보고 장기기증 희망서약을 하면 꼬레오스에서 특급우편 서비스 소포360을 이용해 이들에게 감사 서신과 기증자 카드 등이 담긴 패키지를 발송한다. 덕분에 한 해 약 17만 명이 등록할 정도로 활성화됐다. 또한 전문가 교육센터(TPM)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높은 전문 지식과 신뢰를 갖춘 전문인들이 지역 및 국가 단위로 갖출 수 있었다. 

모든 국민 장기기증 등록된 프랑스
장기기증에 적극적인 프랑스는 2017년부터 가족이 장기기증에 반대해도 사망자가 생전에 기증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면 장기적출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법 시행에 들어갔다. 모든 국민이 뇌사상태일 때 장기기증을 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새 법안에 따르면 장기기증을 거부하고 싶은 사람은 본인이 반드시 생전에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고 주민센터에 신고(opt-out)해야 한다. 프랑스는 1976년부터 이미 생전에 장기기증 거부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사망자에 대해 장기기증에 동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법을 시행 중이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사망 시 장기적출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법 시행에 들어간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당황해 장기기증 의사가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치는 것을 방지하고, 법에 명시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증자나 수해자가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솔선수범 나선 지도자층과 기업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이식할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대책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장기기증을 넘어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과 생명을 제공하며 국제적인 장기 밀매의 현장에서 국민을 보호하며 국가의 산업 생산성을 높인다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장기기증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사회지도층과 공인이 앞장 섰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재임시절 간 이식이 필요한 어린이를 위해 장기기증을 호소한 적이 있으며 영국의 블레어 총리 부부도 직접 장기기증 등록을 함으로써 영국 내에서 기증운동이 활성화되기도 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애플사는 창업자 故 스티브 잡스가 간 이식을 받은 후 아이폰을 이용해 간단한 방법으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할 수 있도록 앱(App)을 개발했고 이는 실제로 매우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이 앱은 이식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 이식 게임(Transplant game)을 개최해 이식 대기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하며 장기기증을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참고자료 -------------------------------
1) 해외사례를 통해 보는 장기기증 활성화 방안(최기호·장경숙, 주간 건강과 질병 제11권 제39호, 2018)
2) 해외 사례 비교 고찰을 통한 국내 인체조직기증 활성화 방안(현윤정, 경북대, 2020)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

장기기증 희망등록, 한 사람 생명 살리는 디딤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전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어느덧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습니다. 추위로 쌀쌀했던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계절이 시작된 것입니다. 살랑살랑 봄바람 타고 오는 봄꽃향기와 함께 수많은 행복이 가득 피어나는 계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부처님이 태어나시면서 설하신 이 말씀에는 불교의 모든 가르침이 함축돼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고귀하고 존엄한 가치를 지니니 한 번밖에 없는 생명을 소중하게 섬기라는 말씀. 바로 생명 존중, 인간 존중입니다. 모든 사람이 바라는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는 부처님의 세 가지 가르침을 명심해야 합니다.

첫째, 이 세상 모든 이치는 원인이 있어 결과가 온다는 인과의 이치를 깨달아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저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 서로서로 상부상조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셋째, 우리들 공존의 터전인 국토를 청정하게 하고 아름답게 가꾸며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사회와 이웃들을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시대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부처님이 오신 뜻을 받들어 끊임없는 정진으로 서로를 공경하며 더불어 행복하기 위한 자비를 실천해야 합니다. 또한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이치를 깨달아 본래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불성을 지닌 중생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부처님을 닮아 가도록 정진해야 합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실천하고 있는 활동들도 부처님 가르침과 뜻을 같이 합니다. 생명나눔이라는 고귀한 실천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2000년, 간이식 수술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사람입니다. 1분 1초를 다투던 순간, 간을 기증해 준 뇌사자가 없었더라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저에게 간을 기증해 준 그분 덕분에 저는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장기기증 수혜자로서, 저는 기증자의 뜻을 높이 기리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가며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진정한 이타행을 실천하며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기증자의 뜻을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어주는 일은 최고의 자비인 동시에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생명 존중, 인간 존중의 가장 헌신적인 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 자신뿐 아니라 남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이것이 바로 생명나눔입니다.

의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장기이식만이 최선책인 사람을 위해 장기를 기증하는 것은 불교의 근본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불교에서는 이생에서의 죽음을 진정한 죽음으로 보지 않습니다. 죽음이란 새로운 탄생이며 이는 윤회하는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선택과 순수한 자비심으로 장기를 기증한다면 그것으로 인해 신체의 고통이 있다 하더라도 그 선업에 의해 반드시 더 좋은 과보를 얻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은 “나 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온 우주 만물의 기운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장기기증은 장기 부전의 고통 속에서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는 자비의 실천입니다. 여러분의 아름다운 나눔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장기이식만이 마지막 치료수단인 환자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름다운 나눔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디딤돌이 되어주십시오.

당신의 약속이 희망이 됩니다.
당신의 나눔이 기적이 됩니다.

부쩍 따뜻해진 바람과 이제 막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들뜨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상황이 개선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일상생활을 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에서 찾게 되는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봄이 되시길 바랍니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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