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정사 2세대 개막…한국불교 미래 만든다

 

임인년 새해, 안심정사가 한국불교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30년전 논산 작은 도량에서 신도 한세대를 신도로 출발한 안심정사는 30년이 지난 현재 서울 강남 한복판 5층 건물전체를 사용하는 도량을 비롯해 전국 5개 분원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포교도량으로 성장했다. 회주 법안 스님의 원력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바로 한국불교의 진면목을 바로세우는 것, 이를 통해 불자와 뭇 중생들이 부처님께 더없는 신심으로 귀의해 보다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겠다는 신념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한국불교의 현실을 직시하고, 불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향후 한국사회를 불국토로 만들어 갈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절박함이 더해졌다. 그래서다. 법안 스님은 2022년 임인년 한해를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았다. 

올 한해 안심정사는 지난 30년간 쌓아온 불자들의 신심과 원력을 토대로, 대사회적 외연을 확장해 한국불교의 새로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변화를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이는 안심정사의 향후 30년을 넘어 한국불교를 변화시킬 토대가 될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장 힘든 시기,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안심정사의 새해 원력을 회주 법안 스님에게 직접 들었다. <편집자주>

1월 5일 오후 1시.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에 위치한 안심정사 부산도량이 북적인다. 초하루나 특정 재일도 아닌 평범한 평일 오후, 사찰에 불자들의 발길이 가장 뜸할 시간임을 감안하면 의아한 일이다. 심지어 안심정사 부산도량은 아파트에 인접하거나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것에 위치해 있다. 달맞이길 골목에서 더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다소 ‘생뚱맞은’ 위치로, 과장을 보태면 “이런 곳에 사찰이 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한 장소다.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흔치 않은 외진 골목 안에서 안심정사 도량 인근에만 차량이 줄지어 서있는 생경한 풍경이다.

“오늘 방생법회가 있는 날이어서 유독 사람이 많아요.”

법안 스님이 미소로 양해를 구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에도 스님께 합장 인사를 하고 삼배를 올리는 신도들이 쉼 없이 이어진 까닭이다. 일부는 최근 기도를 통한 가피담을 스님께 얘기하며 환한 미소로 “더 열심히 기도하겠다”“이제는 채식을 해보려고 한다”“올해부터 공양을 더 많이 하겠다”며 감사와 다짐을 함께 전했다.

코로나 시국이 지속되면서 지치고 힘든 사회적 분위기와는 일견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활기찬 분위기다. 방생법회가 있는 날이어서 신도들이 유독 많다는 스님의 말도 사실과 달랐다. 안심정사 부산도량 인근, 몇 안되는 상점 중 한곳의 사장님은 “그 사찰은 항상 사람들이 곳인데, 코로나 이후에 오히려 수가 적어졌다”고 귀띔했다.

사실 이곳에 사찰이 존재한 지는 꽤 오래됐다. 그러나 사람들이 찾아오는 사찰이 된 것은 법안 스님이 이를 인수해 안심정사 부산도량으로 가꾼 이후부터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신도들을 기다리던 동네사찰이,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신심이 차곡차곡 쌓이는 사찰로 거듭난 셈이다.

이는 법안 스님이 불자들의 신심에서 한국불교의 미래를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불자들의 신심은 정말 대단합니다. 부처님께 귀의하고 예경을 올리는 신심에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간절함이 있지요. 지금 한국불교의 위기는 이런 신심을 잘못된 방향과 시각으로 보는데서 출발합니다. 대다수 불자들이 원하는 것은 행복하고 윤택하고 건강한 삶이지 깨달음이 아니거든요.”

출가자는 깨달음을 구해 중생을 구제하고, 재가자는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신심을 낸다. 그러나 지금 한국불교는 재가자들이 깨달음을 얻는 방법을 가르치는 풍토로 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물론 재가자들이 수행하고 기도해 깨달음을 얻는다면 더할 수 없이 훌륭한 일”이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재가자들은 각각의 삶 속에서 직면하는 무거운 짐을 해결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은 수많은 중생들 가운데서도 극히 일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스님은 “재가불자들이 부처님께 귀의해 자신의 삶 속에서 고통을 해결하고 보다 윤택하게 만든 후에, 스스로의 신심이 깊어져 깨달음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출가자들의 역할”이라고 단언했다. 삶 속에서 직면한 고통을 치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참선을 하고 화두를 참구하며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극히 일부만이 가능할 뿐 대다수의 재가자들은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각각의 상황에 맞는 가르침을 통해 처방을 내리셨습니다. 모든 제자들에게, 또 모든 이들에게 처한 상황을 고려한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셨지요. 출가자는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며 이를 통해 중생을 치유하는 의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고통으로 번민하는 재가자는 환자에 가깝습니다. 의사가 환자를 치유해야지 이미 아픔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의사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개개인이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을 먼저 치료한 후에 행해도 늦지 않아요.”

안심정사의 현재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위기’에 흔들림 없는 대표적인 사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사회적으로 회향한 공양미만 130톤, 2020년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다. 재수불공, 지장기도, 방생법회 등을 통해 집계된 안심정사 기도비도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힘든 만큼 기도에 의지하려는 이들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 소원성취 도량, ‘기도발 잘 받는 도량’으로 더 많은 불자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다. 안심정사에서 코로나 사태로 영향을 받은 것은 사찰을 찾는 불자들이 보시하는 불전함의 공양금 뿐이다.

법안 스님은 인터뷰 내내 “불자들의 신심이 곧 한국불교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부처님께 귀의해 삶이 윤택해진 불자들의 신심이 모이는 지점에 한국불교의 저력이 있습니다. 불교계의 대정부, 대사회적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심의 결집이 필요하죠. 신심이 모인 곳에 원력이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한국불교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며 우리 사회를 불국토로 만들 수 있는 근본토대임을 잊어선 안돼요.”

인터뷰 당일 오전 법안 스님은 부산시 공로패를 받았다. 매년 40톤 가량의 공양미를 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회향한데 따른 것이다. 공로패를 받기 전에는 해운대 구청장과 차담을 했다. 스님은 “안심정사 부산도량에 모이는 불자들의 신심이 사회를 이롭게 하니 정치인들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당연한 이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스님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대사회적인 위상 강화, 외연 확장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도수가 줄고 출가자수가 감소한다고 해서 한국불교가 위기라고 하지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님들이 필요한 것을 보지 말고 불자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직시해야 합니다. 사회적인 표현으로 공급자 중심의 불교가 아니가 수요자 중심의 불교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죠. 같은 맥락에서 불교계가 정부를 향해 무언가를 요구하기보다, 어떤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자들 역시 우리 스님들에게는 치유해야 할 한명의 중생일 뿐이지요.”

그런 점에서 스님은 올해 더없이 분주하다. 안심정사의 30년 노하우를 딛고 한국불교 미래를 위한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에 착수하기 때문이다. 불교지도자 양성과 한국불교 대사회 위상 제고, 외연 확장과 해외포교로의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중생구제의 최전방에서 활동할 지도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한 안심불교학술원을 기반으로 삼아, 올해부터는 전문교육기관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학‧대학원 등 교육기관 인수 및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안심불교학술원의 확장을 넘어, 한국불교 미래를 지탱할 수 있는 토대로서 불교지도자 양성‧배출을 위한 정식 교육기관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불교계가 운영하는 언론으로서 ‘안심위클리’ 출범도 가시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선보일 안심위클리는 불교 내부가 아닌 대사회적 사안을 다루는 일반언론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나아가 평생교육원 운영을 통한 교육의 기능도 고민 중이다. 교육이야말로 미래를 담보할 지속가능한 동력이라는 스님의 확고한 신념에 따른 것이다.

안심불교학술원과 함께 지난해 출범한 안심불교포럼(이사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포럼은 정계‧학계‧언론계를 아우른 불교지식인네트워크로 지난해 11월 첫발을 내디딘 이후, 그동안 불자로 알려지지 않았던 지성인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속속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6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국동서철학회 임원들이 포럼 구성으로 합류했다.

“참 신기하지요. 그동안 불교지성인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긴 했지만 크게 염두에 두질 않았는데 안심불교포럼이 창립한 후 모이는 관심을 보니,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데 무심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각계 지성인들이 모인 안심불교포럼이 한국불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력으로서 역할을 한다면 참 든든하지 않겠습니까.”

안심정사의 해외도량 운영도 핵심과제 중 하나다. 신심에 기반한 한국불교의 저력을 해외에서 확인하는 과정인 동시에, 한국불교의 세계적 위상 제고를 위한 시도다. 이를 위해 코로나 이후 폐사위기에 처한 해외의 한국사찰 중 하나를 인수할 생각이다.

어느 것 하나도 쉬운 일이 없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외연 확장을 통한 한국불교 위상제고의 토대를 닦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신심, 원력이 필요하다.

법안 스님은 올 한해 기도에 더욱 매진키로 다짐하는 이유다. 올해 추진할 모든 과제들은 한국불교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한가지 목표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부처님 가르침의 본질로 돌아가 불자들의 신심을 일깨우고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확신이 있다.

올해 스님은 2021년부터 이어온 1000일 기도를 회향한다. 그때부터 한국불교 발전과 세계화 원력을 세우고 또다시 기도정진에 입재할 예정이다. 신도와 불자들을 위한 기도도 확대할 방침이다.

“출가자가 기도수행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스님은 이미 새벽 2시반부터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예불과 공양, 행사, 신도들과의 상담 시간을 제외하면 오롯이 기도에 쏟아 왔다. 계율도 철저히 지킨다. 육식과 오신채를 철저히 금하고 전국도량을 오가는 일정에도 항상 사찰 내 신도들이 함께 하는 공양간에서 죽 등으로 공양하는 식이다. 간혹 식사 때가 맞지 않아 외부에서 공양하게 되는 경우에는 미리 고구마나 옥수수, 감자 등을 준비한다.

그렇다보니 안심정사에서 스님과 함께 기도하는 신도들은 자연히 식습관도 채식 식단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다. 스님은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 속에도 업이 있기 때문에, 기도가 습관이 되면 자연히 먹는 음식도 달라지고 식습관이 달라지면 기도의 가피도 보다 확연히 느낄 수 있다”며 “ 때문에 소원성취를 위해 기도를 시작한 불자들도 점차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면서 참된 불자로서 신심의 깊이를 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재수불공에도 더욱 진력하고자 합니다. 세속에 발 딛고 살아가는 재가자들에게 재물과 건강은 행복한 삶의 기반이 됩니다. 부처님께 귀의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일궈낸 불자들이 그 신심을 더욱 증장해 실천으로 회향한다면 자연히 한국불교의 위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믿습니다. 함께 기도하고 함께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불자님들은 더 행복해지고 한국불교는 더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지난 30년을 딛고 한국불교의 새 미래를 열어갈 안심정사. 기도로 모인 신심과 원력들이 한국불교 발전을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우뚝 서는 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곧 불국토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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