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속초 신흥사 설법전서 다례제도 봉행

비문쓴 정휴스님 “자연과 삶서 공안 찾은 수행자”
​​​​​​​문도회 주축으로 오현 스님 선양 사업 재단 계획

무산 오현 스님 원적 3주기를 맞아 부도탑비를 무산스님 문도회 스님들 비롯한 신흥사 대중 스님들이 제막하고 있다.
무산 오현 스님 원적 3주기를 맞아 부도탑비를 무산스님 문도회 스님들 비롯한 신흥사 대중 스님들이 제막하고 있다.

거리낌 없는 무애(無碍) 도인이자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의 삶과 무차별의 가르침을 몸소 펼쳐보인 아득한 성자 설악당 무산대종사 오현 스님(1932~2018).

2018년 5월 26일 오현 스님은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보니/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억!’ 이라는 <임종게>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1년 5월 23일 강원도 설악산 신흥사 조실 무산대종사 원적 3주기를 맞아 스님의 구도 역정과 발자취를 선양하는 부도탑과 부도비가 조성됐다.

속초 설악산 신흥사(주지 지혜스님)는 5월 23일 경내 설법전과 부도전서 무산대종사 원적 3주기 추모다례재 및 부도탑비 제막식을 봉행했다.

신흥사 문장 지원 스님이 비문 내용을 읽고 있다.
신흥사 문장 지원 스님이 비문 내용을 읽고 있다.

1932년 경남 밀양서 태어난 오현 스님은 신흥사 주지 및 조실, 조계종립 기본선원 조실, 조계종 원로의원 등을 역임했으며, 특히 2016년 4월 종단 최고법계인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1977년부터는 조계종 제 3교구본사인 속초 신흥사 주지를 맡은 이래 회주와 조실을 지내며 백담사에 무금선원을 만들어 직접 무문관 수행을 하는 등 선풍진작을 위해 힘썼다.

또한 시조시인으로 활동하며 필명인 ‘오현 스님’으로 더 잘 알려진 스님은 <아득한 성자> <심우도> <절간 이야기> 등을 남기며, 선시(禪詩)를 불교문학의 한 장르로 승화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외에도 만해마을을 조성하고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해 만해대상, 만해축전을 개최하는 등 포교 분야에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부도비를 살펴보고 있는 정휴 스님(사진왼쪽)과 우송 스님.
부도비를 살펴보고 있는 정휴 스님(사진왼쪽)과 우송 스님.

이번 부도탑비는 마근 · 우송 스님 등 무산스님 문도회가 주축이 돼 스승의 가르침을 선양하고자 원적 3주기에 맞춰 부도탑과 부도비를 조성한 것이다. 신흥사 대웅전 오른쪽에 위치한 부도전안에 세워진 오현 스님 부도탑비는 前 조계종 종정 고암 스님과 신흥사 중창조인 성준 스님 부도 옆에 나란히 서있다. 특히 이번 오현 스님의 비문은 무산 스님의 생전 가장 친한 지음이자 도반이던 정휴 스님(금강산 화암사 회주)이 행장을 정리 요약해 넣었다.

정휴 스님은 “6개월간 비문에 넣을 행장을 정리하다 느낀것은 오현 조실 스님께서 중국 선사들의 공안에 집착하지 않고 자연과 우리네 삶 속에서 그대로 공안을 삼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며 “조실 스님께서는 높고 낮음이 없는 무차별의 깨달음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우리의 이웃이 곧 부처될 미완의 여래라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사람이 존귀하다는 것을 누구 보다도 잘 깨달아 지위가 높고 잘사는 사람 보다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려는 한량없는 자비심과 대비심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휴 스님은 “결론적으로 오현 스님은 부처나 중생에 집착하지 말고 네 자신의 본래 진면목을 깨달을 것을 강조하셨다”며 “문둥병 부부와도 함께 생활하는 등 중생의 삶 속에서 자기 수행을 실천하는 두타행을 통해서 중생을 섬기는 지혜를 깨달았으며, 자기를 낮추고 또 낮추다 보니까 자기가 갖고 있는 본래의 진면목에 도달할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런 것들이 다른 수행자에게 볼 수 없는 독특한 면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다례재서 행장을 읽고 있는 화암사 회주 정휴 스님.
다례재서 행장을 읽고 있는 화암사 회주 정휴 스님.

이에 앞서 열린 다례재에서 조계종 원로의원 성우스님(불교TV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설악산은 5년 전 왔을때도 3년 전에도 설악산이었다. 역시 오늘 다시 왔어도 설악산은 설악산이며, 아마 3년, 5년, 10년 뒤에도 설악산일 것”이라며 “설악산이 이렇게 오현 스님 떠나신 지 3년이 지나도 계속 설악산일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오현 스님을 ‘조실’로 모시며 스님께서 평소 베푸셨던 은덕과 덕망들이 아직도 생생히 이 설악산에 살아숨쉬는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성우 스님은 “왠만한 사찰에서는 어른 스님이 떠나고 나면 흔적을 치우기에 바쁜데, 이곳 신흥사는 오히려 큰 스님의 뜻을 받들어 교구도 문중도 모두 화합해서 여여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설악 무산 스님도 틀림없이 이 모습을 지켜보시면 어험 그래 잘들 지내고 있구나하고 기뻐하실 것”이라며 “이 중심에는 현재 회주로 있는 우송 스님의 보이지 않는 노력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격려했다.

이어 신흥사 회주 우송스님도 문도대표 인사말을 통해 “조실 스님께서 원적에 드신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주기 다례재를 지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세월이 빠름을 직감한다”며 그만큼 조실 스님께서 끼치신 영향이 크고 생전에 쌓으신 덕이 높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송 스님은 “잠시뒤에 있을 조실 스님의 부도탑비 제막식은 특별히 3주기에 맞춰 봉행하기 위해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아 정성껏 모셨다”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대중과 함께 조실 스님의 가르침을 잘 이어가도록 더욱 정진하겠다”고 애도했다.

이날 추모다례재에는 조계종 원로의원 성우스님·일면스님·보선스님·도후스님, 화암사 회주 정휴 스님, 신흥사 문장 지원스님, 석종사 조실 혜국스님, 조계종 교육원장 진우스님, 포교원장 범해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금곡스님,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일오스님·영진스님 등을 비롯해 재가자로서는 주호영 국민의힘 국회의원, 손학규 前 경기도지사, 김진선 前 강원도지사, 이근배·신달자·오세영 시인 등 생전에 오현 스님과 인연이 깊었던 정관계및 문학계 인사, 백담사 용대리 주민 등 1천여 사부대중이 참석해 추모했다.

한편, 신흥사 관계자는 “무산 오현 스님 선양 사업을 위한 재단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며 “현재 속초 시내에 재단 건물이 들어설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알아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