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국난 극복 원력 한 자리에 모이다

2020년 한국불교는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재난 속에서 국민들의 아픔을 보듬는 데 주력했다. 방역 지침을 지킬 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냄으로써 호감도를 높이는 한해였다. 대사회적으로는 불교 문화유산의 재평가와 상월결사의 확대, 백만원력 결집불사의 진행 등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사업들이 시작됐다. 한해동안 한국불교 주요 이슈 10개를 선정·정리했다. 정리=신성민·노덕현·송지희 기자
1. 코로나, 불교에 화두를 던지다
‘코로나19’는 2020년 한국사회를 관통한 이슈다. 이는 불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가 한달 연기됐으며, 연등회는 취소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불교계는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희생을 감수하며 선제적 방역에 나섰고, 현재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코로나19는 한국불교에도 화두를 남겼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시대의 신행·포교를 비롯해 사찰 재정의 다각화, 종교로서 사회적 역할 등은 앞으로 불교가 고민할 시대적 과제다.
2. 연등회 인류무형유산 등재 확정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2020년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슈였다. 연등회의 인류무형유산 등재까지는 장장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난 2018년 3월 유네스코 본부에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간 등재를 위해 연등회보존위원회, 문화재청 등은 긴밀히 협력해 왔다.
원행 스님은 “모두가 주인으로 참여하는 연등회에는 전 지구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공동체 정신이 담겨있다”며 “오늘의 결정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후대에 잘 전승되도록 연등회의 보존과 전승에 더욱 정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 상월결사 한해동안 이어지다
붓다의 길을 따라 걷는 고행의 발은 인욕의 상징이었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는 10월 7일 대구 동화사서 시작해 10월 27일 서울 봉은사에서 21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장장 511km에 달하는 이 길 위에서 순례단은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도반이자 국난극복의 첨병이 됐다.
만행결사 자비순례에서 순례단은 매일 30km를 걷고 밤에는 노숙과 다름없는 텐트에서 잠을 자며 씻지도 못하는 고행을 자임했다. 길위에서 중생의 안락을 위해 정진했던 부처님과 그 제자들처럼 순례단은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위해 매진했다.
회향도 잠시, 한 달이 지난 11월 28일. 만행결사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불자들의 노력은 전국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다. 조계종 제24교구본사 선운사(주지 경우)가 11월 28일 본·말사 걷기명상 성지순례를 개최한 것이다. 제22교구본사 대흥사가 동안거 후 걷기순례, 상월선원 결사대중이 내년 10월 경 삼보사찰 순례에 나서기로 하는 등 코로나 극복과 국민 화합에 대한 불자들의 바람이 걷기순례란 새 문화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상월결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4. 조계종 종단 불사 본격화
2020년은 조계종이 추진하는 종단 주요 불사가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해였다. 우선 조계종 36대 집행부의 백만원력결집불사 핵심 사업인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기공법회가 12월 29일 봉행된다. 인도 분황사에는 전통한옥 양식의 대웅전과 숙소, 지역주민을 위한 보건소가 세워진다.
지난 6월 17일에는 행정수도 세종시의 포교 거점이 될 광제사와 한국불교문화체험관 착공식이 진행됐다. 전월산 광제사와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대지면적 16,000㎡(4,840평) 부지에 세워진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연면적 5,495.96㎡(1,662.5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다.
11월 24일에는 육해공군 3군본부가 위치한 계룡대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펼 호국 홍제사 불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1만 3200여 평 대지에 2021년까지 조성될 예정인 계룡대 호국 홍제사 불사는 대웅보전이 들어서는 법당이 연면적 700여 평, 교육연수시설로 만들어지는 교육관이 연면적 250여 평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5. 태고종 15년 만에 새 종정 추대
태고종 종정에 지허 스님이 추대됐다. 태고종 종정이 새로 추대된 것은 15년만이다. 더욱이 전 종정 혜초 스님이 2004년부터 15년간 3번의 임기를 만료한 2019년 4월 이후, 종정이 약 1년간 공석이었다는 점에서 지허 스님의 종정 추대는 종단 안팎의 관심을 받았다.
태고종이 그동안 각종 분규 등으로 그 위상이 약화된 상황에서, 종단의 정신적 스승인 종정을 새롭게 추대하면서 종단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이 모이기도 했다. 지허 스님의 종정 추대식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내년에 봉행될 방침이다.
6. 나눔의집 사태, 일파만파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쉼터로 개원해 30년 가까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매진한 나눔의집이 운영비리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나눔의집에 근무하는 일부 직원들이 “후원금이 할머니를 위해 사용되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광주시와 경기도청 감사 결과 악의적인 횡령은 없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특히 내부제보를 했던 일부 직원들이 법인·시설과 대립각을 세워 내부갈등이 심화되면서 사태가 점차 악화되는 등 우려를 낳기도 했다.
7. 불교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올해 차별금지법 제정활동은 사실상 불교계가 주도했다는 평가다. 21대 국회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입법 발의되면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를 주축으로 한 제정촉구 움직임이 더욱 본격화됐다.
정의당표 차별금지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민주당이 ‘종교’를 예외조항으로 추가한 차별금지법안 발의를 추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13년간 6번 발의됐다가 폐기·철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불교계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입법화가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모였다.
8. 불교문화재 은닉, 설 자리 없다
지난 6월 25일 내려진 대법원 1부는 사립박물관장 A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고 은닉 불교문화재 39점에 대해 내려진 ‘몰수’ 명령도 확정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라 ‘불교 성보 유통이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는 2심의 판결이 인정됐다. 문화재 몰수 판결도 불교에서는 처음 있는 사례로 은닉 성보 환수에 청신호가 켜졌다.
당시 판결에 대해 조계종 문화부는 “불교 문화재의 유통이 비상식적인 일임이 법적으로 인정됐기 때문에 불법 유통이 근절될 수 있게 됐다. 도난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또한 지난 10월 29일에는 조계종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04년 사이에 도난된 뒤 장기간 은닉돼 온 14개 사찰의 불교문화재 16건 32점을 회수하기도 했다.
9. 주요신행단체장 새얼굴로 교체
국회 정각회(회장 이원욱)가 11월 18일 오전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제21대 국회 정각회 개원 및 신임 회장 취임법회를 봉행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제21대 국회 정각회는 지난 6월 29일 창립됐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개원법회가 지연됐고, 이날 봉행되게 됐다.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주윤식)도 10월 6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제26·27대 회장 이·취임법회를 봉행하고 27대 집행부 활동을 시작했다.
불교는 불교문화를 축으로 한 다양한 사업들을 새해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2020년을 바탕으로 2021년에는 활발발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10. 신흥사 영산회상도 환지본처
한국전쟁 직후 사라졌다가 미국의 박물관에서 발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속초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가 원소장처인 신흥사로 66년만에 돌아왔다. 이번 사례는 조계종이 이를 소장했던 LA카운티박물관과 성보반환을 골자로 한 포괄적인 문화교류에 대한 상호협의를 도출한 데 따른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환지본처’라는 점에서 불교계 감동이 적지 않았다.
특히 혼란했던 한국전쟁 전후시기 해외로 반출된 성보가 종단을 중심으로 한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 각계 기관의 지속적인 노력과 현 소장처의 문화재 보존에 대한 선의가 더해져 환지본처에 성공한 모범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