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교회협의회, 11월 3일 이례적 입장문
“이웃 혐오는 그리스도 뜻 아냐…불교에 사과”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 “모금활동 전개할 것”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 “잘못된 복음” 지적

남양주 수진사 방화사건과 관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포함한 개신교계가 잇따라 불교계를 향한 사과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그동안 반복돼 온 훼불 사건에 대해 일부 목사 등이 개인적 차원에서 사과의 뜻을 밝힌 사례는 있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주류 개신교계가 일부 신자들의 왜곡된 종교관을 인정하고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와 함께 2016년 개운사 방화 사건 당시 불교계에 참회하며 복구비용 모금을 펼쳤던 손원영 교수가 SNS를 통해 불자들을 향한 사과문을 게재한데 이어,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의 김용민 이사장은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기부금 모집 등록 즉시 첫 행보로 수진사 복구를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신교계의 이같은 이례적 행보가 이어지면서, 이번 수진사 방화 사태가 지난 세월 수없이 반복돼 온 개신교계 신자 훼불 행위의 근본적인 원인을 되짚고 진정한 종교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남양주 수진사 방화사건과 관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포함한 개신교계가 잇따라 불교계를 향한 사과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왼쪽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입장문, 오른쪽은 수진사 복구를 위한 범기독교계 모금활동 계획을 밝힌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는 11월 3일 ‘남양주시 수진사 방화사건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불교계를 향한 공식 사과는 물론,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며 그 상징을 훼손하는 행동은 근절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회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웃 종교의 영역을 침범하여 가해하고 지역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떠한 신앙도 이웃의 안전과 평온한 삶을 깨뜨리는 명분이 될 수 없다”며 “종교의 다름을 떠나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이웃을 혐오하고 차별하며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수진사 방화자의 광신적이며 배타적인 신앙행태를 평하기에 앞서,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이번 일로 상심하셨을 모든 불자께, 인근 지역주민들께, 그리고 관련 당국에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교회협의회는 “종교적 상징에 대한 방화나 훼손 사건의 대다수가 기독교 신자들에 의한 것이란 사실에 근거하여 극단적으로 퇴행하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함께 아파하며 회개한다”며 “한국 기독교가 이웃과 세상을 향해 조건 없이 열린 교회가 되도록 우리 자신들의 신앙의 표현행태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사랑으로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앞서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은 본지와의 메일 인터뷰를 통해 수진사 방화사건에 대한 뼈저린 사과와 함께, 복구를 위한 모금활동을 공식적으로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용민 이사장은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돌려대라는 예수의 말씀을 몸소 실천한 사람들은 불자님이셨고, 악으로 악을 갚지 말라는 예수의 사도 바울의 가르침에 합당한 모범을 보인 이들 역시 불자님들이었다”며 “기독교는 불자님들에게 부처님의 대자대비, 즉 극진한 사랑과 용서의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기독교는 불자님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며 “코로나 사태 당시 방역당국의 만류와 간청에도 교회들이 집회를 강행했다”고 뼈아픈 지적을 감내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훼불 사건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범죄이자 테러”라며 “이제는 방관하지 않겠다. 뜻있는 기독교인들이 나서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그 첫발로 김 이사장은 “개신교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평화나무가 서울시에 기부금모집 등록을 마치는 대로 범기독교인을 상대로 수진사 복구를 위한 모금운동을 펼치겠다”며 “또 훼불범에 대해 가장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함께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김천 개운사 방화사건 당시 복구모금을 펼쳤고, 이후 서울기독대 교수직에서 파면돼 고충을 겪고 있는 손원영 교수 역시 10월 28일 본지 기사게재 직후 SNS에 ‘불자분들에게 용서를 구함’ 제하의 글을 게재하고 “왜 이런 일들이 자꾸 발생하는 지 목사로서, 종교평화를 외치는 신학자로서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손 교수는 11월 3일 재차 호소문을 발표하고 “우리 개신교인들이 사찰에서 훼불하고 방화하며 또 불자분들에게 모욕감을 준 큰 잘목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정신병자의 소행이라는 등 책임을 회피하며 나의일이 아닌양 뻔뻔스레 눈을 감고 있다”며 “정말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손 교수는 특히 목사와 신학자들에게 “교인들과 신학생들에게 복음을 잘못 교육한 죄, 이웃종교인과 어떻게 더불어 잘 살아야 할지 제대로 안가르친 죄, 심지어 이웃종교인을 폄훼하고 모욕하도록 은연 중 강요한 죄를 참회하자”고 촉구했다.

이어 “이제라도 더 늦기전에 함께 종교평화를 향해 나아가자”며 “이웃종교인은 결코 우리의 원수가 아니라 진리를 함께 추구하는 벗이요 형제이자 자매”라고 강조했다.

개신교계의 잇딴 사과입장 표명과 관련, 이제는 개신교 내부적으로 교리의 전파 과정에서의 배타성을 인정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반복돼 온 개신교계 신자의 훼불 사건에 대해 개신교계가 ‘일부 신자의 행위’라는 인식에서 한발 나아가 공식적인 참회 입장을 드러낸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수진사 방화사건이 개신교계 내부의 인식 변화는 물론, 왜곡된 종교관에 의한 훼불 행위의 근본적인 원인을 되짚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번 사례가 종교평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남양주시 수진사 방화사건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10월 14일 경기도 남양주 수진사에서 발생한 화재가 기독교 신자의 고의적인 방화라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번 화재로 여러모로 피해를 입은 수진사와 모든 불자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진사 인근에 거주하고 계시는 지역주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도 사과드립니다.

수진사는 천마산 도립공원 초입에 자리하고 있으며 아파트 단지와 노인요양원 등이 인접해 있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험한 화재였습니다. 이웃 종교의 영역을 침범하여 가해하고 지역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어떠한 신앙도 이웃의 안전과 평온한 삶을 깨뜨리는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방화의 찰나, 그 손으로 주변의 복지시설과 많은 주거시설까지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하게 한 맹신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이 아닙니다. 종교의 다름을 떠나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이웃을 혐오하고 차별하며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닙니다.

지배와 착취, 독점과 사유화의 삶에 몰입했던 인류는 지금 대전환의 기로 위에 서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와 세계 도처에서 자신의 종교와 문화를 배타적으로 앞세운 독선과 오만이 이웃의 생각과 신앙을 혐오하는 끔찍한 테러행위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종교 간에 평화 없이 세계평화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코로나19 확산도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므로 발생한 생태위기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은 온 인류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분쟁의 중심에 종교가 있다는 불편한 현실과 함께 생태위기 극복을 위해 종교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빚진 마음이 커지는 이때, 기독교 신자에 의한 수진사 화재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좌절하게 합니다.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며 그 상징을 훼손하는 행동은 근절되어야 합니다. 범죄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종교적 상징에 대한 방화나 훼손 사건의 대다수가 기독교 신자들에 의한 것이란 사실에 근거하여 극단적으로 퇴행하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함께 아파하며 회개합니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데 기초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이웃과 세상을 향해 조건 없이 열린 교회가 되도록 우리 자신들의 신앙의 표현행태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사랑으로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 할 것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수진사 방화자의 광신적이며 배타적인 신앙행태를 평하기에 앞서,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이번 일로 상심하셨을 모든 불자께, 인근 지역주민들께, 그리고 관련 당국에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0년 11월 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이홍정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이정호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