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잊혀진 사람·환경’에 주목하라

코로나 사태, 삶의 변화 요구하는 미세신호
한국 종교지형 ‘종교 없는 사회’로 진행 중
종교 떠난 자리 돈·지위 세속 가치만 남아 ?
‘종교 불신’ 주요 원인… 부모세대 반성해야
‘자리이타’ 한국 종교계가 되새겨야 할 본령

조성택 교수는 …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난 조성택 교수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 대학원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했으며, U.C 버클리에서 인도 초기 대승불교의 성립에 관한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9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스토니부룩 뉴욕주립대학 비교종교학과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2002년 3월부터 현재까지 고려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계간 〈불교평론〉 주간,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 인문학 단장,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4년 불이상(학술 부문), 2011년 불교평론 ‘올해의 논문상’을 수상했다.

코로나19 감염증 대유행은 인류 사회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불교도 마찬가지다.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법회와 교육이 본격화 되고 있으며, 사찰 및 종단의 재정 구조의 취약성 등이 확인됐다. 코로나19는 지금 불교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5월 20일 만난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 역시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시사하고 있는 지점도 ‘변화’임을 분명히 했다. 

“먼저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현상들을 봅시다. 인류의 이동수단과 물류의 이동이 멈추면서 지구가 살아났습니다. 물이 맑아지고 대기가 청정해졌습니다. 소음을 제거하고 미세한 소리를 듣기 시작하니 변화의 지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죠. 이제 인간의 삶은 변화해야 합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미세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2월 19일 한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감염 확산에서 가장 문제가 된 곳은 종교였다. 특히 일부 개신교단과 교회는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아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반면 불교계는 법회와 강연을 취소하거나 비대면 온라인 법회로 전환했고, 연등회는 취소했다. 조성택 교수는 불교계의 대응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쉬운 점도 함께 전했다. 

“개신교회의 특성상 예배는 교회의 예산에 직접 연관됩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우려하고 걱정하는 일을 해서는 안됩니다. 반면 불교와 가톨릭은 상대적으로 모범적이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연등회 취소에 있어서 신도들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어 보입니다. 행사 취소 대신 신도들을 위한 다른 대안을 제시해줬으면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조성택 교수는 코로나19로 나타난 새로운 신행문화인 온라인 법회가 가지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새로운 설법방법도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제가 대학서 온라인 강의를 하는데 학생들에게 ‘대면 강의와 비대면 강의 중 무엇이 좋은가’라고 물어봤어요. 많은 학생들이 비대면 강의를 좋아하더군요. 한 학생의 이유가 재미있었어요. 대면 강의할 때는 교수가 자신을 보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비대면 강의를 하니 교수가 자기만을 바라봐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겁니다. 온라인 법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이버 공간에 적응이 되면 스님과 신도간 친밀도는 높아질 겁니다. 또한 바로 바로 실시간 피드백과 쌍방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설법 방법론이 통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설법 방법도 고민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에서의 종교 위치를 묻자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특히 ‘종교 없음’이 우세해지는 현재 한국사회의 종교 지형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서구사회에서 보여지는 ‘탈종교화’와는 결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막스 베버는 근대를 ‘탈주술의 시대’라고 봤습니다.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 접어들며 탈종교화는 시작됐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탈종교화가 가속화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미 탈종교화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은 ‘종교가 없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제도권 기성 종교에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 통계청 인구센서스조사에서 무종교인들이 종교 인구를 추월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이 ‘종교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이유로 기성 종교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목사와 사모가 치료사역을 한다며 분무기로 입안에 소금물을 뿌려 집단 감염을 발생시킨 사례와 같이 종교인으로서 올바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성종교에 사람들이 진입하지 않는 것은 부모 세대가 종교인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입니다. 종교를 믿던 믿지 않던 똑같은 행실을 한다면 자녀 세대에게는 종교를 믿어야 할 명분이 없어지는 겁니다. 종교의 세대 전승에 있어서 불교의 경우 자유도가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유입이 더 어렵습니다. 문제는 종교가 없는 자리를 돈과 지위와 같은 세속적 가치를 채워 넣고 이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현세의 세속적 가치에만 매몰된 사회는 삭막하거니와 발전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앞으로 도래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불교와 종교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조성택 교수는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대승불교의 정신을 키워드로 내놨다. 

“현 시대의 사람들에 종교가 보여줘야 하는 것은 실천적 문제와 행동들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대승불교의 정신이자 종교의 본령인 ‘자리이타’에 집중해야 합니다. 세상이 변하지만, 그럼에도 불교와 종교가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본 정신입니다.”  

불교계가 집중해야 하는 코로나19 아젠다에 대해서는 조성택 교수는 ‘잊혀진 사람들’과 ‘환경’ 문제를 꼽았다. 

‘잊혀진 사람들’은 로버트 라이시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가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에 있는 개념이다. 라이시 교수는 기고문에서 코로나19 확산 후 새롭게 4가지 계급이 출현했고, 이에 대한 불평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시 교수가 말한 첫 번째 계급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The Remotes)’들이다. 노동자의 35%에 해당하는 이들은 전문·관리·기술 인력으로 노트북으로 장시간 업무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임금도 이전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두 번째 계급은 ‘필수요원(The Essentials)’들이다. 전체 노동자의 약 30%로 의사, 간호사, 운전기사, 경찰관, 소방관, 군인 등이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을 염려는 없지만 대면 접촉이 많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세 번째 계급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The Unpaid)’로 소매점·식당 종업원과 제조업체 직원들로 코로나19 위기로 무급휴가를 떠났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다. 네 번째 ‘잊혀진 사람들(The Forgotten)’은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잊혀진 죄수, 노숙인, 이주민 등이다. 

환경문제 역시 현재는 주목받지 못한 사회 문제이다. 코로나19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비롯해 대도시 밀집화와 집단사육이 꼽히지만 정작 언택트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늘어난 일회용기와 포장재 등 생활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과 대중에게서 잊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대변해주는 것이 현 상황에서 불교가 해야 할 일입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가장 대중에게 불교를 전할 수 있는 실천 아젠다는 바로 환경 분야입니다. 환경 분야만큼 종단적으로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종책과 실천 지침을 대중에게 전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조성택 교수는 불교와 종교는 위로와 경청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기 자리를 부여받지 못하고 잊혀진 자들이 그 공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우리 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마음이 건강한 사람 10%정도고 80%이상은 ‘미병’ 상태입니다. ‘미병’ 상태는 언제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우리사회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아예 자기 의견을 낼 수 없는 공간이 없습니다. 종교는 위로와 경청의 공간이 돼야 합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이를 들어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은 치유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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