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불교 생명·환경관 자체

코로나19 사태는 시작일 뿐
21C 인간 질병 75% 이상이
동물서 유래한 병원체 원인
저탄소·식문화변화 없다면
감염병·이상기후 등 악순환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초반 새롭게 나타나거나 재발한 인간 질병 중 75% 이상이 동물이나 동물성 식품에서 유래한 병원체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역시 박쥐에서 인간으로 옮겨온 전염병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는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의 근본적인 원인이 환경 위기에 있음을 인지하고 변화를 위한 대안을 모색해 실천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창궐해 인간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또 그 과정에서 불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편집자 주


코로나19 사태는 지구가 인간에게 주는 경고로 평가된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환경 오염, 공장식 축산 등으로 인한 각종 환경문제가 인간에게 얼마나 심각한 재앙으로 찾아올 수 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전세계 산업이 강제로 멈추고 사람들의 이동이 급감하면서, 모순적이게도 지구 환경이 개선되는 변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면서 미세먼지가 눈에 띄게 줄고 가시거리가 증가하는 등 대기오염이 완화됐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의 지붕’으로 일컬어지는 만년설의 산맥 히말라야는 스모그가 사라지면서, 160km 떨어진 펀자부주에서도 육안으로 히말라야 산맥을 볼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일시적일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세계 각국에서 기후 관련 규제를 완화해 산업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이 바로 ‘그린뉴딜’이다.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뜻한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최근 ‘포스트코로나와 그린뉴딜’을 주제로 진행한 웹세미나에서 김선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연구위원은 “그린뉴딜은 녹색성장을 위한 큰 우산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저탄소와 탈탄소’”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그린뉴딜의 핵심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과거로 회기할 것인지, 아니면 녹색혁명의 기회로 삼아 신재생 에너지 의존도를 증가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에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최근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을 포함시켰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5월20일 “우리가 가야할 길이 그린뉴딜에 있음은 분명하다”며 “국제사회와 시민사회의 요구를 감안해도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등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린뉴딜’에 발맞춰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비거니즘이다. 개개인이 육식을 줄이고 채식 위주의 삶을 실천할 때 의외로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는 “의외로 채식 위주의 식단 변화는 이산화탄소 뿐 아니라 메탄과 블랙카본 등 단기성 온실가스를 현저하게 줄여준다”고 강조했다. 블랙카본의 40~50%는 축산업 확대를 위해 숲과 대초원을 불태우는 과정에서 배출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8월 제네바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는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한 토지이용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담긴 ‘기후변화와 토지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골자는 전인류가 채식이나 비건(완전채식)으로 식습관을 바꿀 경우 최대 연간 80억 톤 규모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

특히 고 대표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1%가 축산업과 이로 인한 부산물에 기인하고 있으며, 13%가 자동차와 비행기, 선박 등 교통수단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축산업에 사용되는 토지는 지구 총 토지 규모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절반 가까운 토지에서 사막화가 진행 중이다. 전세계 축산 농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도시인 41만명이 배출하는 쓰레기 양과 맞먹으며, 미국 축산업에서만 매초 700만 파운드의 배설물이 나와 토지를 오염시킨다. 식습관의 변화가 실제로 지구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고 대표는 “식습관 변화, 그리고 생산에서 폐기까지 먹을거리와 관련한 시스템만 개선해도 전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50% 가까이를 줄일 수 있다”며 “인류는 식습관 변화를 통해 환경파괴의 악순환을 끊고 인간과 지구, 밥상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할 전환점에 서있다”고 강조했다.

지구와 인류 미래를 위한 환경문제 해결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재창궐 가능성을 낮추고 병든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문제다. ‘그린뉴딜’에 대한 국제사회 전반의 공감대, 그리고 이를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개인의 인식 변화를 통한 공감대 확산과 이에 기반한 실천이 함께해야 한다.

근본생태 철학자 아느 네스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철학적 관점부터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과거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관리해 왔다는 인식을 대체할 새로운 가치관과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고 실천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만 지구와 인간이 공존하는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 바로 ‘환경의 종교’인 불교가 해야 할 역할이다. 불교계가 앞장서서 주도하고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무엇보다 그린뉴딜은 불교의 생명관·환경관에 토대를 두고 있다.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가운데, 세상 모든 만물에 불성이 있음을 알고 온 우주가 거대한 인드라망으로서 서로 관계하고 변화한다는 것이 불교의 생명·환경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만물과 환경간의 관계성을 잘 보존하고 지켜나가는 것, 이로써 불교적 이상세계 정토(淨土)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불교계의 역할이자 불자들이 실천에 나서야 할 이유다.

이와 함께 불교계는 불교교리의 재해석을 통해 시대적 요구에 맞는 지속가능한 삶의 형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구위기를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가치들이 부처님이 설한 가르침 속에 무궁무진하다. 연기법, 자비와 불살생의 생명윤리, 불교의 자연관을 드러내는 의정불이(依正不二, 인간과 자연이 둘이 아님) 사상, 소욕지족(少欲知足)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가르침을 어떻게 현대에 맞게 변화시켜 대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실천을 이끌 수 있는 지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라면, 보신주의를 경계하고 육류 중심의 식단에서 채식 중심으로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오늘날 동물을 사육하고 상품화하는 공장형 축산업은 수요가 줄어들수록 사양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 공장형 축산업은 살모렐라균, 조류독감, 신종플루와 광우병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듯 세균과 바이러스의 배양소와 같다. 좁은 공간에 동물들을 빼곡하게 채워 사육하는 방식은 반생명적일 뿐 아니라, 병원균의 변이와 감염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불교환경연대가 지속해 온 녹색사찰 캠페인도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녹색사찰은 사찰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실천약속이다. 녹색사찰은 떡과 공양물을 담는 비닐을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로 바꾸고 종이컵과 일회용 접시 대신 개인컵과 뻥튀기 등을 사용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특히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배달서비스 이용 급증으로 일회용 쓰레기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개인과 사찰이 먼저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는 것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채식 위주의 식단,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전기 등 에너지를 절약하는 등의 일상 속 실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국 사찰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선도하는 건 어떨까. 동시에 불교계 차원에서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우리사회 환경의식 개선을 주도, 공감대를 모으는 교육의 장이 된다면 말 그대로 불교적 가치의 사회적 회향 그 자체일 것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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