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광 스님의 수미산 순례기] ⑥카일라스서 쓰는 편지 –셋째 날에-
[진광 스님의 수미산 순례기] ⑥카일라스서 쓰는 편지 –셋째 날에-
  • 진광 스님/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 승인 2019.11.0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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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카일라스 그리고 짜시달레!

조계종 교육부장 진광 스님은 지난 822일부터 95일까지 조계종 해외연수 순례 일환으로 영진 스님과 함께하는 티베트 수미산 순례를 다녀왔다. 진광 스님은 80여 스님과 함께 했던 여정을 서간문 형식으로 보내왔다. 이에 본지는 스님의 순례 서간문을 인터넷에 순차적으로 게재한다. <편집자 주>

조계종 교육원 ‘영진 스님과 함께하는 티베트 수미산 순례’ 참여 스님들이 수미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 ‘영진 스님과 함께하는 티베트 수미산 순례’ 참여 스님들이 수미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른 아침 일어나 아침으로 죽 한 그릇을 먹고 호텔 뒤편의 쥬틀북 사원을 참배하러 갔습니다. 티베트의 대표적 고승이자 음유시인인 밀라레빠가 그 옛날 은거해 수행했다는 천년고찰 입니다. 모든 것이 낡고 색이 바래 고색창연 하기만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밀라레빠가 티베트의 토속종교인 뵌뽀교의 고승과 힘겨루기로 동굴파기 시합을 해 이기면서 생긴 동굴이 쥬틀북 사원이랍니다. 그는 또한 카일라스 오르기 시합에서 정상까지 아침햇살을 타고 순식간에 올라 카일라스의 점유권을 획득한 일이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하고 싶지만 구름과 안개에 가려 카일라스는 좀처럼 얼굴을 내보여주지 않습니다.

저 멀리 강변 벌판에는 순례자의 텐트와 야크떼들이 아스라이 펼쳐져 보입니다. 이 물줄기는 카일라스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물로 티베트의 젓줄인 알롱창포 강의 최상류가 됩니다. 이 냇물은 여러 지류가 몸을 섞으며 알롱창포강이 되고 히말라야산맥 동쪽끝을 돌아 부라마푸트라 강이 되면서 갠지즈강과 합쳐진다고 합니다.

문득 그것을 보며 송대의 소동파의 오도송이 생각납니다. “시냇물 소리는 도리어 부처님의 장광설이요 산빛은 또한 부처님의 청정법신이 아니리요. 밤 사이 들려오던 냇물소리는 팔만사천법문일지니 후일 누가 있어 이를 사람들에게 일러 주리요!”라고 말입니다. 오늘의 카일라스와 알롱찬포강의 소식을 세상 사람들에게 여실히 알려주고 싶습니다.

쥬틀북 사원을 나와 하산길에 오릅니다. 완만한 내리막길이 평탄하게 이어집니다. 고도가 낮아진데다 몸과 마음이 편하니 보이지 않던 야생화의 아름다움이 비로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텅빈 길을 텅빈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책하듯이 건는 것입니다. 가끔 언덕배기에 타르초가 흩날리며 순례의 완주를 축하하고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듯 합니다.

수십 길의 깊은 협곡위로 타르초가 펄럭이는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넓은 평원과 큰 호수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 호수가 바로 귀호로 유명한 락샤스탈 호수라고 합니다. 마치 신기루인양 멀리서는 선명한데 가까이 가면 잘 보이지를 않습니다.

드디어 카일라스 52km 코라 순례길의 종착지에 다다랐습니다. 서로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스스로 에게도 참으로 뿌듯하고 환희 스럽기만 합니다. 식당겸 가게인 천막안에 들어가 텐차(짜이) 한 잔을 하며 지니온 길을 되새겨 봅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신화의 시대를 잠시 다녀온 느낌입니다.

23일간의 카일라스 코라 순례길은 문명세계와는 동떨어진, 속세와는 거리가 먼 카일라스라는 신의 거처에서 신을 만나고 영혼과 대화하며 꿈속을 헤매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 그런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대중스님들의 힘으로 한사람의 낙오자나 다친 이가 없이 원만히 회향할 수가 있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며 행복한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날씨가 허럭되어 카일라스의 사방의 진면목을 속속들이 조망할 수 있었으니 지도 법사이신 영진 스님과 대중 스님들의 크나 큰 복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대중이 내려온 후에 근처 마니석 돌무더기 앞에서 23일간의 카일라스 수미산 코라 순례길의 원만 회향을 기리는 회향식을 가졌습니다. 순례를 마친 모든 대중 스님네들이 환희용약하고 자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에불과 반야심경 후에 부산 선암사 주지 원타스님의 축원과 함께 제가 쓴 발원문이 낭독 되었습니다.

“‘영진 스님과 함께하는 티베트 수미산 순례에 동참한 대중일동은 이 모든 것을 이루었으니 실로 희유하고 수승한 인연공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랜 염원과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우리 순례동참 대중일동은 부처님을 다시 뵈옵는 듯 하고, 내안의 부처와 진리를 찾은 듯 하여 환희용약하고 수희찬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길이자 희망이며 깨달음의 증거가 됩시다, 자신이 곧 부처이고 진리이며 선지식이고 길벗입니다. 그대의 삶과 수행이 곧 순례이자 기적이 되기를 서원합시다! 내안에 수미산과 마나사로바 호수를 간직한채, 그들과 함께 허공과 구름,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이 전하는 이야기와 함께하는 삶과 수행이기를 발원 하옵니다!”

마지막으로 지도법사이신 백담사 유나이자 한국 선불교의 희망인 영진 스님의 화향사가 이어졌습니다. 당신의 위의와 행해로 대중을 잘 이끌어 주셨기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고구정녕한 말씀에 모든 대중 스님들의 가슴에 감동과 환희로 다가 옵니다.

화향식후 기념촬영을 하고는 서로에게 축하와 박수를 보내며 23일간의 카일라스 코라 순례길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1년에 한국 사람이 고작 200여 명 순례를 오는 곳에 80명이나 되는 스님들이 온 것은 실로 희유하고도 역사적인 대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제가 기획한 순례이지만 실로 무모하고도 엄청난 모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무모한 도전이나 용기 없이 성취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법입니다. 다만 갈망하고 우직하게 도전해 나갈 따름입니다. 이번 순례를 통해 특히 동국대 일산병원의 김명숙 수간호사의 수고와 헌신에 깊이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그 분을 모셔온 것은 기가 막힌 신의 한수라고 할 것입니다.

이번 영진 스님과 함께하는 티베트 수미산 순례를 계기로 한국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새로운 인연과 복덕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평생에 한번은 꼭 가봐야 할 카일라스 코라 순례길을 여러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무언가를 꿈꾸는 순간, 그것은 곧 현실이 되리라 믿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그냥 꿈으로 끝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현실이 되는 법입니다. 모두의 가슴마다 카일라스와 마나사로바 호수의 꿈을 하나씩 간직하시어 반드시 지금, 이곳에 실현하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아듀, 카일라스!” 나는 카일라스에게 안녕이라고 말하지만, “짜시달레!” 카일라스는 내게 처음 본 듯이 안녕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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