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헌종법 따라 60일내 차기 원장선거 실시
‘직선제 주장’ 전국승려대회와 갈등 불가피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821일 사퇴함에 따라 조계종이 총무원장 권한대행체제에 돌입했다. 권한대행은 총무부장 진우 스님이 맡는다. 또한 조계종은 종헌종법에 따라 60일 내 차기총무원장 선거를 실시할 전망이다.

조계종은 설정 스님의 사퇴 기자회견 직후 종무회의를 통해 권한대행체제가 시작됐음을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설정 스님은 권한대행을 맡은 총무부장 진우 스님에게 나를 대신해 종단을 잘 이끌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계종은 총무원장 권한대행 진우 스님 명의로 특별담화문을 내고 종단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상황이 조속히 수습될 수 있도록 종헌종법에 입각해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조계종은 종정 진제 스님이 율장 정신을 받들어 종헌을 준수하고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사부대중과 국민 여망에 부응해 여법하게 선거법에 의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88일 발표한 교시를 봉대할 것을 다짐했다.

진우 스님은 담화문에서 우리 종단은 종정예하의 교시를 봉대하고, 종단의 조속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사부대중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한국불교의 명운이 풍전등화에 놓여있다는 위기감으로 사부대중 모두는 종단의 변화와 혁신, 개혁을 염원하는 원력을 모아 승가 공동체 정신과 불교공동체 정신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종회의원선거와 맞물릴 듯
이는 총무원장 유고 시 60일 이내에 차기 총무원장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된 현행 종단 선거법에 따라 향후 행정업무를 실시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 중앙선관위는 위원장이 공석이지만 간사가 직무대행을 맡아 차기 총무원장선거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60일 이내 총무원장선거를 실시할 경우, 설정 스님의 제35대 집행부를 탄생시킨 주류가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서도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차기총무원장 선거는 오는 10월 안에 치러지지만 현직 중앙종회의원 임기는 118일 만료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17대 중앙종회의원선거 역시 이 시기 맞물릴 것으로 예상돼 선거에 따른 병폐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총무원장 직선제를 주장하는 전국승려대회가 826일 예정돼 종단 집행부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태풍 솔릭영향으로 인해 대회일정을 23일에서 26일로 연기한 승려대회 주최 측은 ·재가 참여하는 종단개혁위원회 구성 재정 투명화 및 공영화 종단 주요사안 결정에 종도 참여 보장 총무원장선거 직선제 도입 총무원장의 선거 개입 방지 법적 명시 등을 승려대회 목표로 세웠다.

주최 측이 과거 1994년 승려대회처럼 많은 분들이 모이면 초법적 권한을 갖고 종단개혁에 나서는 근거로 삼겠다고 밝힌 만큼 승려대회 참여인원에 따라 차기총무원장 선거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승려대회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집행부 및 주요 인사들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대한불교조계종 특별담화문

오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께서 사부대중 모두의 뼈를 깎아내는 대 각성, 대 참회를 통해 건강한 종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당부의 말씀과 함께 사의를 표하시고 산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오늘 설정 큰스님께서 그동안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가신 것에 대해 총무원 집행부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서 종단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상황이 조속히 수습될 수 있도록 종헌종법에 입각하여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힙니다.

종도여러분!

우리 국민들이 불교에 의지하고 출가수행자를 아름답게 여기는 이유는 치열한 세상의 세속적 욕망 속에서도 깊은 산사의 처마 끝에 걸린 초승달과도 같은 쉼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종단이 처한 작금의 현실은 국민들께서 우리 종단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종단이 처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종도여러분께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원칙은 종헌종법 질서에 따른 종단의 안정과 화합입니다. 종정예하께서도 지난 88일 교시를 발표하시어 율장 정신을 받들어 종헌을 준수하고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사부대중과 국민 여망에 부응해 여법하게 선거법에 의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교시를 내리셨습니다.

이에 우리 종단은 종정예하의 교시를 봉대하고 이를 통해 종단의 조속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사부대중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특히, 한국불교의 명운이 풍전등화에 놓여있다는 위기감으로 사부대중 모두는 종단의 변화와 혁신, 개혁을 염원하는 원력을 모아 승가 공동체 정신과 불교공동체 정신 회복을 도모해야 합니다.

국민여러분!

우리 종단이 처한 문제의 원인이 우리 공동체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내부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국민여러분께서 출가 수행자에게 바라던 기대와 희망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한국불교 1700년의 세월동안 수많은 갈등과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국불교의 정신을 관통하고 있는 대자비심과 원융회통의 정신이 살아 있었기에 오늘날의 한국불교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비록 오늘의 현실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지만, 우리 한국불교는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켜온 오랜 전통과 지금 이 순간에도 깨달음을 향해 치열한 정진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제방의 수행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며 부처님의 삶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불제자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민여러분께서도 한국불교가 오늘의 아픔을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길을 반드시 열어 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놓지 않으시길 당부 드립니다.

일찍이 부처께서는 응당 머문 바 없기에 비우고 내려놓으라고 하셨습니다. 시비의 분별을 또한 내려놓아야 한다 하셨습니다. 종단이 위중한 상황을 극복하는 길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 종단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서로가 발 딛고 있는 위치에서 한걸음씩 뒤로 물러나 인내하고 양보하는 넉넉한 품으로 갈라진 서로의 마음을 개혁과 혁신으로 따뜻하게 보듬어야 합니다. 그 길만이 새로운 우리 종단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집행부는 우리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종도와 국민여러분들께서도 한국불교와 우리 종단에 대해 변함없는 애정과 신뢰, 그리고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불기2562(2018)821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권한대행 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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