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도 이런 곳이? 다함께 가즈아!”

청년불자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때 불교계 역시 청년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조금씩 변화해왔다. 카페·갤러리·상담소·공연장까지 과거 불교와는 거리가 멀었던 문화적 요소들이 불교계 곳곳에 스며들었다. 그렇다면 어느 곳에 가볼까? 불자가 아니어도 젊은이라면 누구나 반할만 한 불교공간 4곳을 소개한다.

 

격식 없이 편하게 고민 털어놓기

서울 홍제동 비로자나국제선원

서울 홍제동에 자리한 비로자나국제선원은 격식과 전통을 추구하는 일반사찰과는 달리 열린 공간이다.

아이들이 맨발로 절에 오거나 법당에서 뛰어논다고 해서 이를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더욱 불교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특징이다. 형식보다는 절을 찾는 이들의 마음이 어떻게 해야 편안해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깼다. 특히 30~40대 젊은 비구니스님들이 상주하기 때문에 누구나 언제든 편히 절을 찾아 스님과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비로자나국제선원은 빌라 형태의 건물 한 동으로 이뤄져 있다. 1층에는 불교 색채를 최대한 배제한 갤러리카페 까루나를 운영해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카페 안에는 별도의 상담공간도 마련돼 있어 원한다면 스님과의 상담도 가능하다. 지하에는 선무도장이 마련돼 있으며, 2층 종무소와 3층 법당이 들어서 있다. 조계사 청년회 법회를 6년간 지도하고, 성신여대 불교동아리 법회를 돕는 비로자나국제선원장 자우 스님이 불교를 더욱 쉽게 접하고 절에서 하루를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도록 꾸민 것이다.

아직 비로자나국제선원에 청년법회는 없지만 부처님오신날 이후 창립할 예정이다. 선원만의 프로그램인 어린이 영어담마스쿨을 거쳐 성인이 된 청년들의 신심을 유지해주기 위해서다. 현재는 청소년법회를 운영 중이며,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반에 열린다.

법회 이후에는 서대문구립요양원에서 어르신 식사보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선원 인근에 조성된 안산자락길을 이용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홍제천 인공폭포를 감상하고, 메타세콰이어숲을 거닐며 가득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선원장 자우 스님은 대학생들에게 한 주 동안 뭘 했는지 물어보면 스트레스 받은 얘기가 대부분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힐링이 얼마나 필요한지 느낀다젊은이들이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사찰로 거듭나도록 노력 중이다.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02)6012-1731

#젊은 스님 #1인텐트 #레고붓다

서울 노량진 마음충전소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마음충전소는 대한민국 고시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공허해진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각종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고시생들을 상담 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특징이다. 본인이 원한다면 30대의 젊은 마음충전소장 등명 스님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마음충전소는 마음 보관 텐트, 레고 불상 만들기, 주먹밥 보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불자가 아닌 청년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마음충전소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1인용 텐트들이다. 마음충전텐트에서는 누구나 명상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고시생들은 주로 텐트 속에서 내가 왜 시험을 준비하는가’ ‘지금 왜 힘이 든가등의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는다고 한다.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 질문을 해보고 외부와 단절된 곳에 혼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텐트에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하는 과정을 통해 발견한 불안과 우울은 마음 보관함에 넣어 버릴 수 있다. ‘나의 불안한 마음을 부처님께 맡기고 간다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청년들의 희망을 충전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레고붓다프로그램도 실시해 많은 청년들의 이목을 끌었다. 레고로 작은 불상을 만들어 발원을 써 붙여 간직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아진 청년들이 작은 레고로 부처님을 완성하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실제 레고로 부처님을 만들면서 집중을 하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완성했을 때 개운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처음에는 마음충전소와 불교에 폐쇄적이던 학생들도 레고를 만들며 스님과 친해지고, 점차 자신의 얘기를 시작했다.

등명 스님은 삶이 버거운 친구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의지를 심어주고 공부하기 싫은 마음이 계속 드는 친구에게는 집중력과 정진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청년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즐겁게 마음 충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 중이다. 힘든 청년들은 언제든 마음 충전소를 찾아오라고 강조했다. (02)3666-0259

걷지 말고 손가락으로 찾아와!”

대불련 뉴미디어 콘텐츠 불나방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더 각광받는 시대, 불교 공간이 꼭 오프라인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지난 2월 전국 대학교 불교동아리 모임인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는 페이스북 페이지 불나방을 신설했다. ‘불교를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방의 줄임말인 불나방은 기존 대불련 페이스북만으로는 청년불자를 위한 콘텐츠를 담기 부족해 마련한 것이다.

대표적인 코너는 알쓸불상으로 알면 쓸데 있는 불교상식이라는 뜻이다. 카드뉴스형식을 빌려 불교용어·인물 등을 사진과 그래픽으로 보기 좋게 가공해 전달한다. 특히 4월에는 벚꽃의 계절을 맞아 봄꽃 구경하기 좋은 사찰 사대천왕을 소개해 대중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불나방TV’를 통해 불교와 관련된 질문을 받아 불교동아리 재학생들에게 보여주며 소통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첫 회에는 불교동아리는 연애 금지 아니냐는 코믹하면서도 톡톡 튀는 질문을 주제로 다뤄 눈길을 끌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는 연등회보존위원회 협조를 받아 연등회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소하지만 알지 못했던 불교에 대한 지식을 비불자의 눈높이에 맞춰 전하는 점과 청년불자들이 의기투합해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여타 불교 공간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윤섭 대불련 불나방 기획팀장은 앞으로 입체적인 콘텐츠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템플스테이나 젊은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불교활동 소개도 늘려나가고자 한다하반기에는 통일 이슈에 맞춰 불교굿즈를 제작해 탈북민을 위한 모금활동에도 나설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불나방은 현재 조금씩 대학생불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우 200명을 돌파했으며, 인스타그램 계정도 운영 중이다. 영상이 더 많아지면 유튜브 공식채널도 본격적으로 가동할 방침이다.

드넓은 바다 앞 열린 문화공간

부산 송도 쿠무다

부산 송정 바닷가를 마주보는 쿠무다(kumuda)’201312월 개원한 북카페다. 범어로 하얀 연꽃을 의미하는 쿠무다는 부처님의 청정함을 상징하는 연꽃을 이름으로 사용하지만 불교색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눈에 띄는 점은 종교라는 울타리를 허물고,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해 문화공간으로 카페를 활용하는 것이다.

카페 입구에 들어서면 로비 가운데 커다란 느티나무와 이를 둘러싼 원형탁자가 눈길을 끈다. 카운터에 매달린 펼친 책 모양의 메뉴판도 인상적이다. 카페 안쪽에는 대화를 나누기 좋은 별도의 공간이 있으며, 신발을 벗고 2층에 올라가면 좌식 형태로 카페 분위기를 즐길 수도 있다.

현재 매주 셋째 주 목요일마다 정기음악회가 열리고, 북콘서트·갤러리 작품 전시·청년을 위한 상담 등이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이 같은 프로그램이 수년째 지속되자 송정바다를 찾는 서핑족들을 비롯해 청년들이 찾아가고 싶은 공간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북콘서트에는 안도현·정호승·문태준 시인을 비롯해 혜민 스님, 개그맨 이수근 등 유명 작가와 활동가 등을 초청했으며, 신인작가 및 예술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한 마카롱·타르트 등의 베이킹 클래스강좌를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이처럼 쿠무다를 문화포교 아이콘으로 만든 것은 바로 주석 스님. 쿠무다 위층에 자리한 대운사 주지다. 스님은 어느 날 백화점에 갔을 때 스님도 이런 곳에 오나요?”라는 꼬마아이의 질문을 듣고 종교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쿠무다가 남녀노소, 종교인과 비종교인 등의 구분 없이 모든 이들을 포용하고자 하는 노력도 이 때문이다.

주석 스님은 고답(高踏)스러운 불교문화를 버려야 한다. 한국불교는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고 열린 눈으로 사회적 역할을 고찰, 담당해야 한다전통적인 불교만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세련된 문화에 불교를 담았을 때 사람들의 호감도와 참여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051)701-7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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