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 주석 스님 지음/ 담앤북스 펴냄 / 1만4천원

들여다봄의 위로·공감 에세이
대중과 호흡하면서 느낀 이야기
잡지와 신문 밴드 글 모아 출간
지금의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해

코로나가 삶을 위협해도, 억수 같은 비가 모든 것을 집어삼켜도,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밥을 먹고 숨을 쉬고 사랑을 하고 또 꿈을 꿉니다.”

부산 대운사 주지 주석 스님이 첫 산문집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를 출간했다. 책은 스님이 그동안 불광, 국제신문, 불교신문 등 잡지와 신문에 기고한 글과 밴드에 올린 글 등을 묶은 것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오늘을 이야기하고 그 힘겨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를 이야기한다. 세상을 바라보고 대중과 소통했던 순간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글들은 생활 속에서 접한 직접적인 경험담뿐만 아니라 벽에 걸린 그림이나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성찰하는 반조의 순간도 섬세하고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과 인연’, ‘내 마음을 주제로 한 이야기, 수행하고 신도들과 함께 공부하는 출가자로서의 일상도 이야기한다.

주석 스님은 종교가 일상과 괴리된 것이 아니며 음악, 문학, 예술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전시와 콘서트 등 다양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 쿠무다를 운영하고 있다. 책은 저자가 종교와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수행자와 한 인간으로서 대중과 호흡하면서 느낀 사람살이, 세상살이, 그 속에서 깨닫게 된 지혜와 이해, 그리고 자신과 대중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돌담을 쌓는 석공을 보고 조화로운 세상을 생각하고, 선물로 받은 음악 파일에서 고정관념을 깨닫게 됐던 스님은 글을 통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대중 모두에게 필요한 위로를 전한다.

그런 스님의 위로는 자신의 일상과 인연들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보는 들여다봄에서 왔다. 먹고, 마시고, 생각하고, 기도하며, 모두가 겪는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깨달은 이야기들이기에 독자는 책을 읽는 순간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글을 들여다봄이라고 정의했다. 스님의 들여다봄은 지혜가 되고, 그것이 모두의 일상을 다시 비추는, 반조(返照)로서의 책이 된 것이다.

책은 가로 12cm, 세로 19cm 크기로 손에 가볍게 잡힌다. 편하게 쉴 때 틈틈이 읽을 수 있길 바라는 스님의 의도다. 책은 총 3개의 제목으로 구성됐다. ‘내 마음 담은 너의 표정’, ‘내 마음의 잔물결’, ‘오늘은 햇살 한 잔 어때요?’이다. 3개의 제목은 내용적인 분류보다는 글이 실린 매체별로 나눈 것이다. 그래서 어느 페이지든 읽고 싶은 부분을 선택해 편하게 읽으면 된다. ‘내 마음 담은 너의 표정<불광>, <해인> 등 불교잡지와 밴드에 올린 글들을 묶었다. ‘내 마음의 잔물결은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등에 기고한 글이다. 그래서 종교색은 최대한 배제했다. ‘오늘은 햇살 한 잔 어때요?’는 불교신문에 실었던 글을 모았다. 출가자로서의 수행과 부처님의 가르침이 드러난다. 책 사이에는 시처럼 짧은 글이 삽입되어 있다. 밴드 회원들과 소통하며 짧게 나눴던 글이다. 책을 구성하는 기고 원고와 절묘하게 어울려 이야기의 여운을 더한다. 특히 책 표지 프로필 아래 QR코드를 찍으면 스님의 목소리로 책의 내용을 직접 들을 수 있다. 매주 한 작품 씩 스님이 직접 녹음한 음성으로 업로드 될 예정이다.

저자 주석 스님.

주석 스님은 과거는 흘러가는 것이고 미래는 오지 않은 것이다. 과거의 고통과 미래를 걱정하며 다가오지 않은 시간들을 걱정하지 않고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공유하고 싶었다. 그것이야말로 지금처럼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지혜다고 말했다.

스님은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를 제목으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오늘의 발끝이란 지금 이 순간을 의미한다. 과거의 후회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지금 이 순간으로 돌이켜 자신이 서있는 곳을 바라보라는 당부이다.

주석 스님은 도반스님과 책은 절대 내지 말자는 약속을 할 정도로 출판을 마음에 두지 않았는데 시절 인연으로 이렇게 책이 나왔고 세상과 만나게 됐다미래는 이렇게 알 수 없으니 지금 이 순간 제대로 웃자고 했다.

주석 스님은 1988년 법주사 수정암에서 승일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현재 스님은 BBS 불교방송에서 주석 스님의 마음대로(大路) 라디오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으며 대운사 주지, 문화예술법인 쿠무다 이사장을 맡고 있다. 스님은 문화 포교의 파격적인 포교법을 제시하며 새로운 포교를 선도하고 있다. 스님이 운영하는 문화예술법인 쿠무다는 음악, 미술을 포함해 모든 예술 분야를 포용하고 불교라는 종교를 넘어서 불교와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의 모범을 보여준다. 새롭게 건립하고 있는 쿠무다 명상문화센터(가칭)는 예술인을 위한 공연장, 명상센터, 북카페, 방송국, 바다법당 등 말 그대로 모든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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