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아티스트 대표 정기란(35) / 불교+현대미술 작가 정윤영(32)

불교 굿즈, 들어는 봤니?”

붓다아티스트 대표 정기란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등과 관련된 파생상품을 의미하는 굿즈(goods).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보편적인 용어가 됐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오타쿠를 대변하는 뉘앙스를 가진 표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우표와 같은 이니굿즈를 비롯해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해 만든 방한용품 평창굿즈까지 사회문화 전반으로 굿즈가 확산됐다. 그럼에도 불교계는 좀처럼 굿즈문화가 퍼지지 않는 곳이었다.

이런 가운데 불교디자인 상품을 판매하는 붓다아티스트 정기란(35) 대표는 자신만의 톡톡 튀는 감성으로 굿즈를 제작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청춘불자다. 2011년 스타트업으로 붓다아티스트를 창업, 부처님과 보살을 캐릭터화해 다양한 상품으로 만들며 불교문화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동국대에서 불교회화를 전공한 정 대표는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자 불교 굿즈 제작을 시작했다.

불보살 등 캐릭터 상품 개발
스타트업으로 2011년 창업
톡톡 튀는 젊은 감성 눈길

친근한 불교이미지로 젊음을

붓다아티스트서 판매하는 캔버스 아트

학창시절 탱화 그리는 걸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사무용품 문구디자인 회사를 다녔어요. 그래서 전공을 살리면서도 조금은 독특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문구회사를 다닐 때 배운 캐릭터화를 중심으로 불교이미지 개발에 힘쓰다보니 창업까지 인연이 이어졌어요. 새로운 불교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에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 건 2014년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주최한 불교문화상품 공모전에서 사천왕 페이퍼 토이로 일반부문 대상을 수상한 때부터다. 당시 이 작품은 불교의 호법신장인 사천왕을 귀엽고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재해석해 사천왕에 대한 무거운 관점을 바꿨다는 호평을 받았다. 사천왕 페이퍼 토이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구입해 전국 템플스테이 활동에 활용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16년 전통문화우수상품전 입선, 2017년 천태예술공모대전 특선, 2018 전통문화우수상품전 입선 등 꾸준히 공모전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편견 깬 재미있는 불교 시도
그가 운영하는 붓다아티스트서는 양류관음과 미륵반가사유상, 노사나불 등을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그린 캔버스 액자를 비롯해 불교관련 문양을 담은 종이봉투, 조계종 25개 교구본사 지도가 그려진 손수건, 물병과 전자파차단스티커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한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 또는 사찰의 디자인 의뢰를 받아 제품이나 포스터 등을 만들기도 한다.

정 대표가 7년간 본인만의 길을 개척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을까? 그는 불교굿즈들이 자칫 불교를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단 생각에 많은 고민을 거듭했단다.

처음에는 불보살님과 부처님을 캐릭터화 하는 것 때문에 어른 스님들의 염려가 많았습니다. 경외하는 마음으로 섬기며 성스럽게 마음을 모으는 도구로 탱화를 보고 불상을 봤는데, 제가 만든 굿즈로 사람들이 불교를 가볍게 볼까 염려하신 거죠. 그래서 지금도 석가모니 부처님을 캐릭터로 만드는 건 지양하고 있어요. 굿즈를 쓰다가 버릴 때 어떻게 하느냐는 말씀을 듣고 고민했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편견을 깨고 즐거운 불교, 재미있는 불교로 친근함을 줄 수 있어 기쁩니다.”

2014년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주최한 불교문화상품 공모전에서 일반부문 대상을 수상한 ‘사천왕 페이퍼 토이’를 대형으로 만든 것

정 대표에 따르면 그의 활동을 지지해주는 젊은 스님들은 불교문화가 더욱 확산되도록 붓다아티스트 같은 기업이나 문화콘텐츠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별적인 활동은 한계가 명확해 범불교적인 차원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저만의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졌거든요. 주위에서는 저 같은 스타트업이 불교 분야에 필요한 사업이라고 격려해주세요. 그렇지만 스님들이 나서서 딱딱한 불교를 벗어나 청춘, 그리고 미래를 위한 다양화를 모색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 대표는 끝으로 현재 한국불교의 젊음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콘텐츠로 불교문화 전문기획사설립을 꼽았다. 불교를 하나의 문화트렌드로 이끌기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하고, 다양한 도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불교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됐을 때 사찰 청년회가 40대로 이뤄진 모습에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그만큼 불교에 젊은 사람이 없다는 뜻이겠죠. 안타까운 일이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과제이기도 한데요. 저도 제 분야에서 불교의 젊음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모두가 다 같이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불교문화 전문기획사가 생긴다면 친숙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젊은이들의 마음을 여는 한국불교가 되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틀 벗어나 얻은 열린 미술시각

불교+현대미술 작가 정윤영

불교미술의 대표주자를 꼽자면 불화를 빼놓을 수 없다. 불화는 종류에 따라 예배용인 괘불과 교화용인 경변상도, 장엄을 목적으로 한 벽화나 단청 등으로 나뉘지만 대부분 불보살을 형상화했기 때문에 불자들의 신심을 증장시키는 방편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불화를 비롯한 현대 불교미술계는 하향길을 걷고 있다. 불교미술 장인들은 후학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관련 전공자들도 전공 아닌 다른 분야로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교미술을 전공한 일부 젊은이들은 불교를 손에서 놓지 않고, 다양한 미술기법과 접목해 새로운 작품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민대 일반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정윤영(32) 작가도 그 중 하나다. 정 작가는 학부시절 동국대서 불교미술을 공부했다. 맥락이 서로 다른 두 장르를 공부한 그는 자신이 젊은 나이에 경험한 병상에서의 아픔을 여러 겹의 비단으로, 식물 형상으로 표현했다. 특히 고려불화 채색기법인 배채법(背彩法)’과 순수서양회화 방식을 접목해 독특한 화풍을 그려낸다.

배채법·서양미술기법 접목해
자신의 내면세계 식물로 표현
불교미술 영역확장 모색해야

제 작업에는 저의 삶이 켜켜이 담겨있습니다. 저는 순환적 자연, 기억의 층위, 경계 같은 것에 관심이 있는데 작업의 출발 역시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됐죠. 때때로 경험한 신체의 식물 같은 느낌은 강렬했고, 식물성과 여성성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식물이미지와 신체이미지를 결합하듯 중첩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작업은 제 삶의 모습을 한 화면에 겹겹이 포개어 놓은 것이기도 합니다.”

너그럽고 편안한 불교의 매력
정 작가가 불교계에 이름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20131월 프로젝트 아티스트 그룹 핑크붓다(Pink Buddha)의 첫 번째 전시회 뱀은 봄에 脫皮를 한다에서다. 뱀의 해인 계사년을 맞아 열린 이 전시회는 불교서 관자재보살의 화신으로 상징되는 뱀을 소재로 7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정 작가는 이후 2014안에-있음(In-sein)’을 시작으로 2015감각의 산책자’, 2017식물 같은 밤등의 개인전과 핑크붓다를 비롯한 각종 그룹전에 참여해 자신의 내면세계를 식물형태의 그림으로 대중에게 알렸다. 눈에 보이는 작품에서 단박에 불교를 느끼긴 쉽지 않지만 정 작가는 작품 이면에 불교서 느끼는 매력을 담아낸다.

정윤영, 식물, 혼합 매체, 91×116.8cm, 2017

제가 느낀 불교의 매력은 일상의 곁에서 같이 호흡해준다는 게 가장 큽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지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불교는 다름에 너그럽고 그만큼 편안해요. 불교가 때론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이것이기도 하지만 저것이기도 한, 설명하기 힘든 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정 작가는 불교가 좋아 불교미술을 공부했지만 미술계에서 그와 같은 불교미술 전공자를 바라보는 인식은 지독히도 편협했다. 작품보다는 개인의 전공에 관심을 두고, 이를 이유로 종교색의 기준을 세우는 상업 화랑에서 경험한 좌절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예술가는 매순간 새로워야 하고, 익숙한 것에 거리를 둬야 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사람들에게 불교라는 틀에 갇힌 뻔한작가로 인식되는 게 아쉽습니다. 제 작품보다는 전공이 불교미술이라는 것에만 관심을 보이며, 그 사실에만 함몰된 채 기억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도 좌절의 아픔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졌습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니어도 제 작품을 알릴 공간은 있다는 신념으로 문을 두드렸거든요.”

이런 그가 바라는 불교미술계의 변화는 영역의 확장이다. 불교적 형상만을 불교미술로 여기지 않고, 작품에 담긴 불교적인 이야기를 읽어내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다.

표면적인 것보다 이미지 너머에 있는 불교적인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미술사의 맥락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것과 현대미술사의 맥락에서 바라보는 것은 그 출발부터 다를 수 있거든요. 제가 훈수를 둘 정도로 대단한 작가는 아니지만, 불교적 형상이 들어간 작품만 불교미술로 여겨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불교미술을 전공한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과감하게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도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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