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길 따라 만나는 부처님 교화 공덕

화성 신흥사 ‘부처님 교화공원’ 을 가다

초전법륜부터 경전 결집까지
교화 일화, 조각상 13장면 조성
인도 기원정사·죽림정사 재현

부처님 초천법륜을 재현한 석상. 초전법륜을 시작으로 부처님은 길을 따라 중생을 만나고 제도하셨다.
“비구들이여, 이제 전도의 길을 떠나라. 사람과 신들의 이익과 안락과 행복을 위해 길을 떠나라. 비구들이여,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법, 내용과 이론이 갖춰진 법을 설하라.”

부처님이 출가한 50비구들에게 설한 전도부촉이 장중한 음악과 함께 생생한 법문이 흘러나온다. 그 앞에는 중생들을 교화하고 있는 불상이 얕으막한 동산 한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법문을 듣다 보면, 부처님을 잘 모르는 사람도 당시의 상황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동산을 따라 오르는 길, 이 같은 부처님의 교화 공덕이 눈앞에 찬찬히 펼쳐진다.

화성 신흥사(주지 성일)가 아주 특별한 도량을 준공했다. 바로 ‘부처님 교화공원’. 10월 21일 준공법회에 앞서 16일 미리 찾은 ‘부처님 교화공원’은 최종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신흥사 옆의 야산을 공원화 한 ‘부처님 교화공원’은 2008년 시작해 최근 조성을 마친 대작 불사다. 규모만 18,500㎡(5600평)에 이르는 ‘부처님 교화공원’은 길을 따라 부처님 일대기 중 주요 교화 장면 13 테마가 석상으로 조각돼 있다.

조성된 석상 앞 안내판에 서면 음향센서가 자동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한 경전의 법문이 장엄한 음악과 함께 흘러나온다.

이 같은 시각과 청각의 조화는 40년 어린이 포교에 매진해 온 신흥사 주지 성일 스님의 아이디어다. 그만큼 교화공원의 곳곳에는 스님의 포교 원력이 묻어있다. 공원을 조성한 이유도 변화하는 어린이·청소년들의 성향에 따른 것이다.

부처님 교화공원은 주지 성일 스님의 40년 어린이 포교 원력의 집대성이다.
스님이 가진 포교 원력의 집대성이라고 볼 수 있는 교화공원은 규모만큼이나 재원도 44억원이 투입된 대작불사다. 처음에는 스님의 불사에 지자체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부처님의 교화 사례만 모은 공원에는 지원금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스님의 입장은 단호했다. 중생 교화에 있어 최고의 모범을 보여준 부처님의 이야기로 공원을 만들 수 없다면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스님은 다시 기도를 시작했고, 신도와 불자들에게서 30억 원의 불사금이 모연됐다. 나머지 모자른 재원은 스님의 보험금으로 해결했다. 그간 보험설계사를 하는 신도들의 부탁으로 매년 하나, 둘씩 들어준 보험들이었다.

성일 스님은 “가끔 신도들이 와서 보험을 어렵게 부탁해서 들어준 것이 매년 2, 3개가 됐다”며 “불사를 하면서 확인해보니 금액이 상당했다. 만기된 것은 찾고, 현재 내는 것들은 전부 해약하니 모자랐던 대금들이 해결됐다. 아마 신도들이 부탁한 보험들은 오늘을 위해 사용하려고 계약했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스님의 인도로 ‘부처님 교화공원’에 올랐다. 공원 입구를 따라 오르니 부처님의 교화 일대기가 펼쳐진다. 승만경 10대원이 담긴 승만부인의 일대기와 말리카 왕비 일화가 눈에 들어왔다. 스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승만부인은 부처님의 법을 부모에게 전했고, 말리카 왕비와 바사익 왕은 자녀들에게 불법의 소중함을 일깨웠습니다. 승만부인은 최고의 효도를 했고, 바사익 왕 부부는 최고의 교육을 시킨 것입니다. 굳이 평가하자면, 승만부인은 세상에서 제일 효도한 자녀이며, 바사익 왕 부부는 세상에서 자식을 사랑한 부모입니다.”

그 위에는 빔비사라왕의 귀의하며 만든 최초의 사찰 죽림정사와 수닷타 장자가 만든 기원 정사가 석상으로 자리하고 있다. 왕과 장자가 만든 사원들은 모두 인도식 붉은 벽돌로 조형돼 있다. 특히 죽림정사는 참배객들이 잠시 선정에 들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마련해 놓았다. 누구나 잠시 앉아 부처님의 교화 공덕을 반추하며 수행할 수 있게 한 배려이다. 특별히 인도식 벽돌로 사원들을 조형한 데도 이유가 있었다.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재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화성 신흥사에 조성된 '부처님 교화공원'은 부처님 일대기 중 주요 교화 장면을 석상으로 조형해 놓은 게 큰 특징이다. 사진은 부처님 바보 제자 주리판타카의 교화 장면.
“29년 전에 룸비니 동산을 참배하고 돌아서서 두 시간을 서럽게 울었습니다. 경전에 아름다운 풍경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잡초만이 무성했습니다. 교화공원을 만들면서 부처님이 계셨던 당시 상황들을 경전에 있는 그대로 재현하려고 했습니다.”

팔상성도·부모은중경 석판
야생화 조성된 황톳길 ‘눈길’
‘가족 교육의 장’ 면모 기대

주리판타카의 일화가 담긴 석상도 눈에 들어온다. 부처님 제자 중 가장 바보였던 주리판타카는 부처님 게송 한 구절을 외우지 못할 정도 였다. 슬퍼하는 주리판타카에게 부처님은 기원정사 마당을 쓸게 했고, 오직 빗자루질만 했던 주리판타카는 결국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광경을 묘사한 석상도 싸리나무 빗자루를 손에 쥐고 있다. 새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아무리 우둔한 사람일지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도에 이를 수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욱 생생히 마음에 와 닿는다.

부처님 상수제자였던 사리불과 신통제일 목건련 존자를 제도했던 모습을 지나니 싱갈라의 이야기가 담긴 석상이 보인다. 성일 스님은 이 일화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불자들의 ‘지남(指南)’이라고 강조했다.

“육방예경을 보면 싱갈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동서남북 상하 육방(六方)에 아침마다 목욕을 하고 절을 했습니다. 이에 싱갈라에게 부처님은 육방에 예경을 하는 이유에 대해 법을 설합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으로 키우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며, 부부는 서로 존경하고, 스승은 바르게 가르치고, 제자는 그 가르침을 잘 따르며, 친척은 서로 돕고, 고용주는 고용인에게 항상 선의를 베풀며, 고용인은 자신의 직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이 같은 법문을 듣고 싱갈라는 크게 환희심을 냈습니다. 이 가르침은 우리 불자들이 살아가야 할 지침입니다.”

길을 따라 오르니 가섭 3형제와 어린 라훌라를 교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어린 라훌라를 교화하는 일화는 어린이 교육의 선구적인 모습이라고 성일 스님은 강조했다. 공부도 하지 않고 남에게 해를 끼치고 아들 라훌라를 발 씻은 물과 대야로 비유해 꾸중하지 않고 스스로 깨치게 했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 하면 ‘동기부여 학습’의 모본이다.

“요즘 어린이, 청소년들을 만나면 학업에 지쳐 힘이 없어요. 강요로 억지로 하는 공부는 별 소용이 없습니다.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게 하고 그리고 행동하게 하는 게 올바른 교육의 방식입니다.”

바라나시 제일의 부자였던 야사 장자의 외아들을 인도해 출가시킨 장면을 지나, 동산 정상에 오르니 부처님의 초전법륜 현장이 펼쳐진다. 왕궁의 부귀영화를 모두 버리고 출가해 6년 고행으로 진리를 깨달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5비구에게 최초로 법을 설하시던 모습이다. 이때 설하신 법이 중도, 사성제, 팔정도, 연기법 등이며, 진리의 대 수레바퀴가 굴러 곳곳마다 밝은 빛이 퍼져 나가게 됐다.

“5비구에게 최초로 법을 전한 초전법륜을 비롯해 야사, 라훌라, 앙굴리마라, 주리판타카, 승만, 수닷타 등 부처님의 교화 사례는 어린이, 청소년, 성인 할 것 없이 가르침을 받아 마음이 열리고 바른 삶을 살아간 이야기들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어떻게 부처님 가르침 안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부처님 일대기를 기록한 팔상성도가 석판으로 조형됐다.
초전법륜상 위로 연등 설치 작업이 한창이다. 설치되는 연등과 석상들을 비추는 조명들 모두 태양에너지로 빛을 발한다. 친환경적이고, 운영비 절감에도 효과가 크다. 태양에너지 인등 특유의 은은한 불빛들이 밤에는 또 다른 정취를 낸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부모은중경〉과 부처님 팔상성도가 부조된 석판들이 장엄되어 있다. 잘 살펴보니 공원의 길들은 친환경 황토길이다. 폭신한 황토의 질감이 발을 편안하게 해준다. 동산을 오르내리는 길은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피어나는 야생화가 조경돼 공원의 운치를 더한다.

교화 공원 아래로는 가족들이 걸으면서 명상을 할 수 있는 숲길 조성이 한창이다. 이곳은 쉼터를 만들고 우드칩으로 길을 놔 편히 쉬면서 사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성일 스님은 교화 공원 전체가 부처님을 법을 배우는 가족 교육 도량이자 수행 공간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공원 위에서 바라본 신흥사 전경. 1970년대 농막 법당으로 시작한 신흥사는 이제는 어린이 포교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경전 속에서 만난 2600년 전 부처님 제새 당시 사람들의 삶 역시 오늘날 현대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부처님의 교화 이야기릍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 희망찬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돌아가는 길, 다시 공원을 올려봤다. 뉘엿이 넘어가는 노을 빛과 부처님 교화 장면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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