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종교사회다. 탈종교현상으로 무종교인이 전체 인구의 50%를 넘겼으나 여전히 종교인구는 한국사회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8년 약 510개, 2011년 약 566개 교단과 교파가 존재한다. 탈종교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현대 한국사회의 종교 상황이 ‘종교백화점, 종교시장, 다종교사회’ 등으로 표현되는 이유도 여기있다. 외국에서도 한국이 다민족 국가인 중국 등과 달리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사회이면서도 다종교사회이고, 다종교사회이면서도 종교들의 상호 공존 정도가 높다는 점에서 한국의 종교
◆ 미군정·이승만 정부(1945~1960)한국사회에서 종교차별은 광복 이후 미군정(美軍政) 시기(1945~1948)부터 시작됐다. 기독교 국가를 지향했던 미군정은 노골적으로 기독교계 우대 정책을 폈다. 일본이 남기고 간 종교 적산(敵産) 대부분을 당시 전체 인구의 0.5% 밖에 되지 않던 개신교에 대부분 불하했고 그 자리에 교회와 학교 등 수백 개의 기독교 시설이 들어섰다.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제도적 특혜도 제공했다. 불교계가 수십년 애쓴 끝에 1975년에야 부처님오신날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됐으니 30년의 시간격차가
이승만 정부를 시작으로 각 정권에서 발생한 각종 종교편향·종교차별의 피해자는 대부분 불교였다. 불교계가 그동안 종교갈등을 포용하고 감싸 안아 온 대표적인 종교로 인식돼 온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후 75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불교계 화두는 종교편향이다.이는 불교계가 전국승려대회를 통해 종교편향·불교왜곡의 완전 종식을 촉구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전국승려대회는 사실상 지난 한해 개별 사안으로 분산된 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던 여론의 결집이다. 불자들의 상처와 불편함이 분노로 바뀌고 규탄의지
1월 21일 오후 2시, 한국불교 총본산 조계사에 전국 5000여 스님들이 결집한다. 종교편향·불교왜곡 저지와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는 지난 수십년간 반복돼 온 종교편향·불교왜곡을 이번에야말로 뿌리 뽑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출이다. 공공영역에서 지속되는 종교에 의한 갈등 요인을 경책하고 규탄하는 뼈아픈 죽비이자,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불법을 수호하는 방파제가 되겠다는 발원의 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국승려대회는 향후 우리사회 종교화합과 국민통합, 불법수호를 위한 역사적인 법석으로 기록될 전망이다.전국 사찰과 포교
“이탈리아에 한국문화원이 언제 생긴 줄 아세요?”자택을 방문한 기자에게 커피와 디저트 주류를 내온 마우리찌오 리오또(Maurizio Riotto, 64) 안양대 부설 연구소 HK+사업단 교수는 상기된 표정으로 질문했다. “모르겠다”고 답하자 “2016년입니다”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탈리아라면 한국과 수교를 체결한 지 138년이 되는 국가다. 그럼에도 수교를 맺은 지 132년 만에 한국문화원이 설립됐다는 게 놀라웠다. 리오또 교수는 말을 이어갔다. “일본은 이탈리아에 문화원을 1962년에 만들었어요. 그리고 자신들의 종교, 문화,
지난해 11월 12일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암전된 전시실을 따라가면 초입에 대형 미디어 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순환’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물이 얼고 기화하는 이미지들을 통해 공(空)과 연기(緣起)를 표현해 냈다. 전시 공간에 만나는 두 반가사유상의 온화한 미소를 만나기 전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갖도록 스스로를 침잠시킨다. 궁금했다. 이 같은 사유의 작품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가. 알게 돼서는 놀랐다. 작품을 만든 작가가 푸른 눈의 외국인 감독이어서.그는 ‘사유의 방’ 입구의 ‘순환’
앨런 튜링과 50파운드지난해 3월, 영국의 런던 중앙은행은 최고액권인 50파운드 지폐에 새겨질 새 인물을 공개했다. 기존 구권 지폐에는 앞면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18세기 증기기관을 발명해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제임스 와트가 새겨져 있었다. 신권의 새 주인공으로 낙점된 사람은 바로 ‘앨런 튜링’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고 전해진다. 어째서 영국인들은 ‘앨런 튜링’을 자신들이 내세우고자 하는 인물로 선택했을까? 앨런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난공불락으로 알
4차산업혁명 기술들의 특징은 초지능·초연결 등으로 정의된다. 이 특징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기술이 AI(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AI의 상용화는 먼 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딥러닝은 음성 인식, 영상 분류, 사물 감지, 콘텐츠 설명 등 인간과 유사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교육하는 머신 러닝 기술로 사용하면 할수록 발전하는 특징을 가진다.해외 불교계에서는 AI 활용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고야산을 총본산으로 한 일본 진언종은 최근 소
29살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인 연구원. 다양한 취미를 가졌고, 부캐(부캐릭터)는 패션모델. 박세리, 송가인 등 유명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을 제치고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한 사람은 누굴까. 바로 롯데홈쇼핑에서 선보인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Rozy)다. 가상세계 속 인간인 로지는 가상의 공간과 세계관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열풍이 일었고, 단숨에 유통가를 사로잡았다. 이런 로지가 탄생할 수 있는 배경에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있다. 불교와 메타버스 접점은가공,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현
혁신 주도 출·재가인력 양성 ‘우선’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현재 이뤄지고 있는 디지털 혁명은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방법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불교계도 디지털화 되는 사회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응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경전을 비롯한 불교의 원천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검색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디지털 혁명 시대가 불교에 미칠 영향을 이 같이 분석하며 말머리를 풀었다. 김 교
핀테크(FinTech 또는 Financial Technology)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빅 데이터, SNS 등의 첨단 정보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를 통칭한다. 핀테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분야는 지급결제 수단의 변화다. 이른바 무현금 사회의 도래다.무현금 변화 양상 빠르다한국은행의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이용률은 9%에 불과하다. ‘페이’ 결제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간편결제 이용은 하루 평균 4490억 원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
2021년 7월, 한국문화계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을 맞이했다. 간송미술관이 훈민정음 해례본 NFT를 100개 발행, 개당 1억원, 총 100억원에 이를 판매한 것이다. 수익금은 미술관 운영과 문화재 연구에 쓰였다. NFT가 문화사업의 새로운 분야로 떠오른 사건이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연예인의 사진 등을 담은 NFT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돌이나 방송 프로그램의 팬덤을 자극한 NFT 수집품이 수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는 올해 미국에 NFT합작법인을 세운다. SM과 JYP 등 국내 굴지의 엔터테이먼트도
2042년 1월 어느 날 아침 6시, A씨는 스마트 홈에 설정한 알람인 사찰 범종 소리로 눈을 떴다. A씨의 기상에 맞춰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웨어러블 기기가 심박수, 혈당을 체크한다. 침대에서 나와 화장실로 가 간단히 세면을 하는 A씨에게 인공지능이 오늘 스케줄과 함께 입고 나갈 옷 코디, 건강 상태를 조언해 준다.화장실서 볼 일을 마친 A씨는 거실로 이동했다. 이내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고 메타버스에 접속하니 주위는 평소 자신이 다니는 사찰이 됐다. 그곳에서 A씨는 아침 참선 수행 클래스에 참여했다. 인공지능 스님의 가르침대로
일상 평온 찾아들길 희망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2022년 새해에는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하루빨리 코로나19의 힘겨운 상황이 진정되어 우리의 일상도 평온과 안정이 찾아들길 희망해 봅니다. 한 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여러분들은 무엇을 생각하였으며,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셨는지요.〈중대가전연일야현자경〉에는 ‘오늘 할 일을 부지런히 행하라. 누가 내일의 죽음을 알 수 있으랴’라는 부처님 말씀이 있습니다.이 가르침을 따라 희망찬 새해는 코로나19가 하루속히 종식되길 바라며 부처님 자비광명이 함께하시길 발원합니다. 새해 복
한스욕 에플레 교수는1993년 베를린 의대 의학박사를 취득하고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베를린 의대 슈테글리츠(Steglitz) 병원 의사를 지냈다. 1995년부터 베를린대 샤리테병원 내과의사를, 2006년부터 베를린의대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감염학 전문의로서 의학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침과 동시에 심성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2001년부터 한마음선원 독일지원 신도회장을 맡아 독일 전법 포교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불자로서의 인연을 맺는 일은 수많은 전생의 삶 속에서 쌓인 결과일 것이다. 먼 독일땅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한국사찰
이토록 삶과 죽음을 시시각각 목도하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던가.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쫓으며 살아온 과보일까.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보다도 위태로운 오늘, 그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뒤로하고 다시 희망을 품는다.새해를 맞았기 때문이다. 2022년 임인년, 유무정의 만상이 새로운 궤적을 시작한다. 국보로 거듭난 정암사 수마노탑 위로 어제의 별들은 지나갔다. 별들이 어둠을 지나간 것처럼 이제 우리는 다급한 이 시대를 건너가야 한다. 새로운 궤적을 시작해야 한다.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은 2020년 6월 25일 보물 제410
새해 첫날이었다. 새벽 예불을 알리는 범종소리에 솔명이는 눈을 비볐다. 멍한 얼굴로 입에 선하품을 물었다. 눈을 반쯤 감은 채 개량한복을 주섬주섬 입었다. 털모자를 들고 일어서다가 방문 옆에 걸린 새 달력을 바라보았다. 달력 첫 장에는 검은 호랑이가 그려져 있었다. 올해가 검은 호랑이해였다. 별들이 반짝일 때마다 추운 공기를 마구 뿌려댔다. 솔명이가 절에서 제일 싫은 것은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얼굴에 찬물을 바르듯 고양이 세수를 했다. 얼굴에서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머리카락이 없는 민머리가 추웠다. 서둘러 털모자를 눌러쓰며
지난 2년 동안 인류는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살펴보더라도 전세계가 공히 어떤 한 질병에 동시다발적으로 위협을 받은 시대는 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2년에 걸친 위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지구촌의 위기가 인류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공부를 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2020년 2월 봉암사에서 안거를 마치고 나올 때였다. 모든 통신을 끊고 지냈던 터라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 대한 감이 오지 않았다. 공주 학림사에서 예정돼 있었던 담선법회(談禪法會)가 취소된 것을 보고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
1992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인근 한 선원. 16살 소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날 숭산 스님 제자가 법문한 ‘부처님 생애’는 소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소녀는 가장 높은 지위로 태어났지만 가장 낮은 자세로 임했고 가난하고 병든 자에게도 공평했던 2600년 전 부처님 이야기에 매료됐다. 어머니를 여인 직후 삶과 죽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헤매던 중 부처님을 만난 것이다.동유럽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는 우리나라에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국토의 1/4이 숲이고 2800개가 넘는 호수가 있으며 산 하나 없는 평원의
조계종·태고종 선암사 소유권 분쟁지난해 4월 대법원이 선암사 순천시전통야생차체험관을 철거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토록 하면서 선암사를 사이에 둔 조계종·태고종 간의 소유권분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조계종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판결은 국가가 정한 법률에 따라 합법적으로 등록한 조계종 선암사의 실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반박한 데 이어, 선암사의 조계종 교구본사로서의 지위회복에 나섰다. 태고종의 경우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가운데 법적으로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후 법정 소송은 지난해 두 차례의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