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계 패엽굴 결집 ‘NFT’  

디지털세계의 ‘원본’ 개념
희소성 부여 디지털 재화
훈민정음NFT 1백억 모연
각계 상업적 성과에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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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지적재산권 보호에
NFT활용 순기능도 많아
디지털 공유에도 기반돼
“상업성과 떠나 관심갖길”

2021년 7월, 한국문화계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을 맞이했다. 간송미술관이 훈민정음 해례본 NFT를 100개 발행, 개당 1억원, 총 100억원에 이를 판매한 것이다. 수익금은 미술관 운영과 문화재 연구에 쓰였다. NFT가 문화사업의 새로운 분야로 떠오른 사건이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연예인의 사진 등을 담은 NFT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돌이나 방송 프로그램의 팬덤을 자극한 NFT 수집품이 수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는 올해 미국에 NFT합작법인을 세운다. SM과 JYP 등 국내 굴지의 엔터테이먼트도 NFT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MBC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인기 장면을 담은 NFT를 만들었다. 

게임업계도 난리다. 대표업체인 NC소프트가 게임에 NFT를 접목 시킨다고 하고, 수많은 업체들은 아예 NFT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 개념 NFT
너도 나도 손대는 NFT. 이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NFT는 도대체 무엇일까?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의 줄임말이다. 토큰이라니? 토큰은 또 뭘까 싶은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예전엔 버스를 탈 때 돈을 대신해 내는 동전 모양의 탑승권을 불러 ‘토큰’이라 했다. 일종의 화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세계에 통용되는 거래재화나 수단을 토큰이라고 한다.

대체가 불가능 하다는 것은 그 자체가 ‘세상에 유일’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닌 5만원권은 다른 1만원권 혹은 다른 돈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엄밀히 얘기하면 돈마다 특정 코드가 찍혀 있기에 이 또한 대체불가능이지만, 현실에서는 내 지갑의 5만원권이 다른 이의 5만원권과 다르지 않다. 반대로 팔만대장경 경판이나 부처님 진신사리, 반가사유상을 떠올려보자. 대체가 가능한가? 

이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인 ‘NFT’가 무엇인지 짐작은 갈 것이다. Ctrl+C/Ctrl+V로 복제가 쉬운 디지털 세계에서 복제가 되지 않는 일정의 가치를 지닌 재화, 즉 ‘디지털 원본’을 의미한다. 물론 이 복제가 되지 않는 ‘디지털 원본’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쓰이지만, 그건 방편일 뿐, 미래에는 다른 기술이 쓰일 수도 있으니 블록체인 기술이 NFT를 정의하진 않는다.

왜 NFT가 각광 받나?
그렇다면 왜 NFT, 디지털 원본이 각광을 받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디지털화가 일상생활 곳곳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깊게.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사람들은 원본의 개념을 찾기 시작했다. ‘소장’의 개념이 강한 NFT미술품이나 NFT문화재 거래가 세간의 이목을 끌지만 사실 이 ‘원본’ 개념이 더 밑바탕에 있다.

인터넷에서는 쉽게 모나리자 사진을 구할 수 있다. 조금씩 편집하거나 수정한 모나리자 사진도 떠돌아 다닌다. 실물을 보러 루브르 박물관에 가도, 걸려있는 것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원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먼저 NFT는 위변조나 복사 등이 많아 일정 가치를 지켜야 하는 분야에서 각광 받고 있다. 디지털 사진, 영상 등에서 그렇다. 저작권과 연계한 분야에서 가장 확실하게 저작권을 지킬 수 있는 것으로 NFT가 여겨지고 있다.

세상에 유일하다는 것과 디지털 재화로 변환된다는 것에서 다시 소유에 대한 가치가 더해진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미술품이나 문화재의 NFT 거래다. 

돈 이면의 ‘원본’ 개념 유의해야
예를 들어보자. 영험하기로 소문난 OO스님의 기도소리가 있다. 사찰 종무소 판매대에서 이른바 사찰이 어느 정도 보증한 OO스님의 진품 목소리를 구입해 들을 수 있다. 인터넷에도 물론 OO스님의 기도소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기도가 진짜 OO스님의 목소리라고 누가 보증할 수 있을까. 일반인이 녹음한 비슷한 복제품과 차이가 없다면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을까.

NFT는 그 자체로는 ‘원본’임을 입증하지 못한다. 일정의 공신력을 지닌 기관에서 ‘원본 인증’ ‘희소성 보증’을 하는 순간 가치를 지닌다.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 음성은 인터넷에도 있다. 테이프로도 나와 있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나 해인사, 조계종에서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을 NFT화한다면 어떨까. 무분별한 복제의 디지털 세계에서 하나의 안전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아난존자 ‘여시아문’, 부처님 재세시 NFT
부처님 입적 후 칠엽굴에서 500아라한이 모여 아난존자의 ‘여시아문’으로 시작한 부처님 법문 결집은 당시 아날로그 시대의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이후 선지식들이 직접 경전에 새기거나 인도 구법행을 통해 현지 경전을 갖고 오고, 이를 국가나 종단 차원에서 인증하는 과정이 있었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원본’ 개념이 바탕이 되면 더욱 활발한 활용이 가능해진다. ‘pixabay’와 같은 사진 무료제공 사이트에 들어가보자. 해당 사진작품에는 저마다 사진 작가들의 저작권 등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무료다. 작가들의 무료보시된 사진들이다. NFT에는 저작권자와 소유자, 활용처 등이 명시가 되기 때문에 투명한 사용이 가능하다.

훈민정음 NFT화를 시도한 간송미술관 측은 “NFT는 디지털 세계의 방편으로도 훌륭하게 작동한다. NFT가 지닌 투명성으로 인하여 후원이나 기부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FT 확산과 함께 이에 관련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조계종은 2011년 불교문화지적재산권 안내서를 내놓고 지적재산권 보호 및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다.

2000년 초반 디지털화를 틈타 일부 방송이나 특정 디자인 업체 등이 사찰이나 종단 동의 없이 불교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상품을 개발해 놓고 오히려 원저작권자인 불교계가 이용할 경우 돈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는가하면 예경의 대상이 되는 성보물이 왜곡돼 사용되거나 희화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디지털 4.0시대 불교문화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지적재산권 침해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NFT 상업적 성과, 기술 평가에 악영향
NFT는 상업적 성과가 가장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업적 성과는 자칫 디지털 원본에 대한 중요성이 상업적 이용을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에 그치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교문화콘텐츠 전문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나 NFT라고 하면 일단 그게 돈이 되는지부터 문의가 들어온다”며 “수억에서 수백억까지 호가하는 미술품 NFT 거래부터 아이돌 상품화 등에 불교 NFT라고 하면 일단 사업, 상품화 개념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상업활동이 활발한 태국 불교계의 경우 NFT를 활용한 디지털 부적을 판매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불교도가 다수인 태국에서는 부적이나 종교적 장신구를 수집하는 것이 하나의 전통으로 고승 부적은 수천 달러를 호가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벤처기업 크립토아뮬렛(CrytoAmulets)은 2021년 10월부터 NFT 불교부적을 판매 시작했다. 

크립토아뮬렛의 NFT 부적은 태국 고승인 루앙 푸 헨(Luang Pu Heng) 스님이 실제 기도의식을 치룬 부적으로 만들어졌다. 크립토아뮬렛 측은 오히려 대량생산되는 실제부적들보다 손실되지 않고 진위여부 확인 등을 장점으로 들었지만 디지털 부적에 대한 반감을 불러오기도 했다.

장재진 동명대 불교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NFT에 대한 상업적 성과는 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올 기재가 되지만 이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NFT 본연이 지닌 장점을 희석시킨다”며 “불교계가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 보호 차원과 향후 디지털 콘텐츠 공유 차원에서 원본을 인증한다는 의미에서 NFT 관심을 갖고 해당분야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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