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교 韓사회 ‘종교감수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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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도자가 특정종교일 때 
종교편향이나 훼불사건 증가
공공 영역 공직자·정치인들
종교감수성 높일 제도 강화를

한국은 다종교사회다. 탈종교현상으로 무종교인이 전체 인구의 50%를 넘겼으나 여전히 종교인구는 한국사회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8년 약 510개, 2011년 약 566개 교단과 교파가 존재한다. 탈종교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현대 한국사회의 종교 상황이 ‘종교백화점, 종교시장, 다종교사회’ 등으로 표현되는 이유도 여기있다. 

외국에서도 한국이 다민족 국가인 중국 등과 달리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사회이면서도 다종교사회이고, 다종교사회이면서도 종교들의 상호 공존 정도가 높다는 점에서 한국의 종교 상황을 독특하다고 보면서 주목하고 있다. 

그렇기에 사회, 문화, 정치 등 한국사회 전반에서 종교의 영향력은 외면할 수 없고, 종교로 인한 갈등은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요인이 크다. 이를 위해 헌법에서는 종교 자유와 종교 분리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공영역에서의 종교편향과 종교편향은 지속적으로 반복돼 왔다. 한국사회에서 종교차별은 광복 이후 미군정 시기(1945~1948)부터 시작됐다. 기독교 국가를 지향했던 미군정은 노골적으로 기독교계 우대 정책을 폈다. 일본이 남기고 간 종교 적산(敵産) 대부분을 당시 전체 인구의 0.5% 밖에 되지 않던 개신교에 대부분 불하했고 여기에 교회와 학교 등 수백 개의 기독교 시설이 들어섰다.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제도적 특혜도 제공했다. 공영방송인 서울방송을 통해 일요일마다 선교방송을 내보내는 등 기독교 우대정책을 펼쳤다.

이를 이어받은 이승만 대통령은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을 무시한 채 국기배례를 주목례로 바꾸고 제헌의회의 시작과 초대 대통령의 취임선서를 기도로 시작하는 등 국가의전을 기독교식으로 치르는 관례를 만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종교편향은 한국사회에 깊게 파고 들었고, 이를 통해 기독교는 산업화와 맞물리며 급격하게 교세를 성장시켰다. 반대로 불교는 정화유시로 인해 대처·비구 갈등이 빚어졌으며, 불교재산관리법·자연공원법 등을 통해 온갖 규제를 받았다. 현재 문제가 되는 국립공원 내 사찰의 문화재구역입장료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빚어진 것이다. 

이렇듯 이승만 정부부터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모든 정권에서 종교편향·차별이 이뤄졌고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불교에게 돌아갔다. 

축적됐던 불교계의 분노가 터져나온 일도 있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지속적인 종교편향 행위를 규탄하기 위해 봉행된 ‘8.27범불교도대회’다. 당시 범불교대회 직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가 설립되는 등 어느 정도의 변화는 이뤄졌다. 

2009년까지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을 위한 법개정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공무원 행동강령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관련 법안 전반에 종교차별 금지조항도 추가됐다. 심지어 국가공무원법 제59조 2항(종교중립의 의무)이 신설되면서 ‘공무원은 종교에 따른 차별없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공무원은 소속상관이 이에 위배되는 직무상 명령을 한 경우 따르지 아니할 수 있다’는 규정까지 명시됐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5월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업무 편람’을 발간해 각급 기관에 배포했으며,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교육 매뉴얼까지 제작했다. 이런 정책으로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에 접수된 종교차별 사례는 2009년 77건으로 시작돼 매년 감소추세를 보였고 이를 통해 공무원 개개인의 종교차별 행위를 스스로 점검하는 예방·교육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정책적 변화에도 공공영역에서 종교편향과 종교차별 행위는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이런 공공영역의 종교편향은 우리 사회의 독특한 종교 인식에 따른 경향이 크다. 일반적으로 종교 갈등은 종교간 교리나 이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종교 갈등은 “종교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에 상반된 이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상반된 이해에서 발생한 간극들이 정부나 공공기관 정책과 밀접히 연결되며 이것이 종교편향과 차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불거진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으로 인한 논란과도 일치한다. 종교음악인 캐럴을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홍보하는 과정에서 불교계 반발에 직면한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실제 연말연시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문화적 방안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에서 캐럴을 문화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문체부의 시각이 드러난 바 있다. 

문체부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장관이 직접 조계종을 찾는 등 즉각적인 진화에 나섰지만, 그럼에도 불교계 여론은 쉽사리 돌아서지 않았다. 이미 지속된 크고 작은 종교편향·종교차별에 대한 기억에 더해, “불교계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의 행보에 대해 불교계의 불만은 상당히 누적돼 있었다. 해외 순방에 항상 현지 성당에서 고위 가톨릭 인사를 만나는 등 대통령의 신앙을 과도하게 노출하거나 불교 역사를 지우는 가톨릭 성지화 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퉈 활성화하는 데에 따른 불편함이 불교계 내부에는 축적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불교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가까이 정부의 방역조치를 철저히 준수하면서 사찰의 희생을 감내한 모범적인 행보를 이어왔지만, 방역지침에 대한 반발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기독교계와 ‘종교계’로 묶여 동급의 취급을 받은데 대한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교 폄훼발언에 이어,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조계종이 요청한 전통사찰 및 문화재 보유사찰의 유지전승을 위한 추가예산이 사실상 묵살되면서 ‘다른 종교계가 실속을 챙길 때 불교계는 희생만 하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은 “5년 동안 이어진 종교편향 상황에도 불교는 방역에 적극 협조하며 코로나 방역 성공에 일조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정부와 여당의 무시와 조롱이었다”면서 “정부의 국립공원 정책에서 비롯된 문화재구역입장료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수 차례 제안서를 보내 요청했다. 국립공원으로 인한 불교 규제는 적폐다. 정부가 해결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 종헌특위 위원장 선광 스님은 “정청래 의원의 발언은 그동안 불교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문화재관람료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한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는데다가 그 스스로 기독교 신자라는 점에서, 스님과 불자들은 단순한 실수나 왜곡으로 보지 않는다”며 “공직자들이 헌법에서 규정된 종교자유와 정교분리, 종교중립을 수호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만 우리 사회의 진정한 종교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종교편향·종교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대사회·대국민 차원의 종교인권 감수성의 확대에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국가정책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공직자의 역할 및 영향력을 고려할 때 공직자에게 일반 국민보다 고양된 종교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며, 나아가 우리사회에서 종교편향, 종교차별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 역시 상호 종교에 대한 이해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이금옥 순천대 前법학과 교수는 ‘공직자의 종교적 편향과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에 대한 논의’에서 “인권감수성의 부족 등으로 종교차별이 권리침해라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공무원의 종교적 편향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공직자 직무수행시 준수해야 할 의무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위반시 관련 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본지 신년인터뷰에서 “불교는 교리적으로 다름과 차이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표현되는 종교감수성을 갖추고 있는 반면에, 신흥종교의 경우 초월신에 대한 신앙의 과정에서 절대적인 믿음이 배타적인 성향으로 이어져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국가지도자인 대통령이 특정종교일 때 종교편향이나 훼불사건이 상당이 증가해 왔다는 점을 인식하고, 공공영역에서 활동하는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종교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교육시스템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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