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상설 불교회화실 교체전시

19~20세기 화승 조성 불화 눈길
축연, 서양화 음영법 표현해 독특
근대기 화승 초본들도 확인 가능
이건희 콜렉션 근대불화 첫 공개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 ' 축연 스님이 조성한 불화로 19~20세기 무렵  조성됐다.   불보살들의 이목구비와 주름, 몸의 양감에 서양화의 음영법이 활용됐다.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 ' 축연 스님이 조성한 불화로 19~20세기 무렵 조성됐다. 불보살들의 이목구비와 주름, 몸의 양감에 서양화의 음영법이 활용됐다.

불화는 지금도 여러 형태로 조성되고 있다. 그렇기에 현대의 불화는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기법들이 활용되기도 한다. 이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불화들도 비슷했다. 개화기, 서구 문물이 들어오며 서양화들이 조선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이는 불화를 조성하는 화승들에게도 영향이 미쳤다. 그래서 근대기 불화 중에는 서양화 기법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조성된 근대불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215일부터 721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19~20세기 불교회화와 초본 총 2337점을 선보인다.

쌍월당 대선사 초상.  축연 스님이 조성했으며, 자신의 당호인 '혜산'을 적었다. 이는  스님 스스로를 예술 창작의 주체로 여긴 것이다.
쌍월당 대선사 초상. 축연 스님이 조성했으며, 자신의 당호인 '혜산'을 적었다. 이는 스님 스스로를 예술 창작의 주체로 여긴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활동한 대표적인 화승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까지 활동한 고산 축연(古山 竺衍) 스님은 금강산 유점사에 머무르며 전국적으로 작품을 남겼다. 축연 스님의 작품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의 등장하는 불보살들은 얼굴의 이목구비와 주름, 몸의 양감 표현에 서양화의 음영법을 사용해 입체감을 표현했다.

또한, 축연 스님은 <쌍월당 대선사 초상>에서 그림 안의 족자에 자신의 당호 혜산(蕙山)’을 적어 넣었다. 일반 문인화가처럼 개인의 이름을 남기는 것은 전통적인 불화 제작 전통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는 축연 스님이 승려 장인이면서도 스스로를 예술 창작 주체로서 인식하고 개성을 표현한 모습이다.

인물 밑그림 .  마곡사파 화승 약효 스님이 그린 것이다.
인물 밑그림 . 마곡사파 화승 약효 스님이 그린 것이다.

이 전시에서는 근대 화승들의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초본이 함께 전시된다. <인물 밑그림>은 마곡사파 화승 금호 약효(錦湖若效, ?~1928) 스님의 작품으로, 화면 위쪽에 약효가 초를 내다라고 적혀 있다. 불화 초본을 제작할 때 바탕천을 위에 덮고 베껴 그릴 수 있도록 필선을 또렷하게 표현하는 것에 비해 이 그림은 가는 붓으로 자유롭게 그린 필선을 보여, 일상적인 연습이나 제자에게 그려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꼼꼼히 그린 초본도 함께 선보인다. <지옥을 다스리는 지장보살 밑그림>은 서울 경국사에서 60여 년간 머무르며 불상과 불화를 조성한 보경 보현(寶鏡普賢, 1890~1979)의 작품이다. 이 초본은 세부를 그린 후 각 부분에 ()’, ‘(’), ‘진홍등 어떤 색을 칠할 것인지 자세히 적어 넣어, 이후의 작업 단계에서 참고할 수 있게 했다. 또한 1917년에 조성된 <지장암 자수지장보살도>와 화면 크기 및 구성이 동일해 자수 불화의 초본으로 그려진 사실을 알 수 있다.

지옥을 다스리는 지장보살 밑그림.  서울 경국사에서 활동한 보현 스님이 그렸다. 이는  1917년에 조성된 '지장암 자수지장보살도'와 화면 크기 및 구성이 동일해 자수 불화의 초본임을 알 수 있다.
지옥을 다스리는 지장보살 밑그림. 서울 경국사에서 활동한 보현 스님이 그렸다. 이는 1917년에 조성된 '지장암 자수지장보살도'와 화면 크기 및 구성이 동일해 자수 불화의 초본임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에서는 2021년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중 근대 불교회화 여러 점이 최초로 공개돼 눈길을 끈다. <제석천>19세기를 대표하는 화승 천여(天如, 1794~1878) 스님이 1843년에 그린 것이다.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은 파도 속에서 솟아오른 바위에 편안히 앉아 있는 수월관음의 모습으로, 1854년 전라도 지방에서 활동한 도순(道詢, 19세기 중반 활동) 스님이 그렸다.

<불화 밑그림>은 작은 화면에 먹으로 동자·옥졸·판관 등 명부 관련 불화에 등장하는 하위 권속의 모습을 빼곡하게 그렸다. 시왕도나 지장보살도, 감로도 등을 그리기 위한 습작으로 보이며, 근대 불화승의 일상적인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는 사회의 급격한 변동과 함께 불교와 불교미술을 둘러싼 위상과 환경도 변화하는 시기였다. 근대의 불교회화는 조선시대의 불교미술 조성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면서 오늘날의 불교미술로 계승되기까지 시도됐던 다양한 노력의 모습들을 만나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석천.  천여  스님이 1843년 조성했다. 이건희 콜렉션 중 하나다.
제석천. 천여 스님이 1843년 조성했다. 이건희 콜렉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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