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형 감독 영화 ‘벗어날 탈脫’ 
2월 21일부터 전국 극장서 개봉
모든 관계 끊고 수행하는 영목과
끝남 두려워하는 지원의 이야기
두 구도행이 던지는 메시지 눈길

영화 〈벗어날 탈脫〉 스틸 컷.
영화 〈벗어날 탈脫〉 스틸 컷.

남자 ‘영목(임호준 분)’은 자신을 비우는 수행을 한다. 죽음을 느꼈기에 절박하다. 죽기 전에 깨달음을 얻어야 하기에 여자친구와도 이별하고 108배와 좌선에 매달린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술 작가 ‘지우(위지원 분)’는 전시를 위한 영감을 얻고자 한다. 그녀는 끝남이 두려워 엔딩에 이르기 직전의 순간만을 그린다.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골몰하는 그녀에게 갑자기 한 남자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2월 21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개봉되는 서보형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벗어날 탈 脫〉(Not One And Not Two)은 감독 자신이 깨달음을 체험하고자 매일 108배와 명상을 하던 시기에 우연히 체험한 오묘한 순간을 영화적 언어로 펼쳐낸 작품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자각의 순간을 깨달음을 구하는 ‘영목’과 영감을 구하는 ‘지우’의 순간을 통해 드러냈다. 
 

영화 〈벗어날 탈脫〉 스틸 컷.
영화 〈벗어날 탈脫〉 스틸 컷.

장편영화로의 데뷔지만 서보형 감독은 단편 영화 〈탈날 탈〉과 〈솧〉으로 국내외 유수영화제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솧〉으로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상,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을 비롯해 미장센 단편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피렌체 한국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탈날 탈〉은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이번에 개봉되는 〈벗어날 탈脫〉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회 세계일화국제불교영화제에서 초청되며 “도발적인 시각적 전위를 다채롭게 펼쳐낸다” “자기만의 속도와 유머를 만들어낸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를 통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불일불이(不一不二)’다. 그랬기에 영문 제목도 ‘Not One And Not Two’다. 

영화 〈벗어날 탈脫〉 스틸 컷.
영화 〈벗어날 탈脫〉 스틸 컷.

서보형 감독은 “선불교에 몰두해 화두를 붙잡고 매일 108배와 명상을 하던 때가 있었다. 깨달음이 어떤 것인지 체험해 보고 싶었지만, 아무리 해도 얻지 못하여 몇 년을 괴로워하던 중 경계가 사라지고 오직 이것뿐인 오묘한 자각을 체험했다”면서 “말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이것을 영화적 언어로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다不一不二)’는 불교철학을 적용하여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인물 모두 죽음과 끝(The End)에 대해서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구도를 행하고 사유하지만, 결국 두 인물은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 〈벗어날 탈脫〉 스틸 컷.
영화 〈벗어날 탈脫〉 스틸 컷.

독특한 서사 구조에 서보형 감독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4:3 화면비의 회화적 미장센과 감각적인 연출이 어우러지며 매혹적인 영상미를 선보인다. 이는 본래 미술을 전공하고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개인전을 갖기도 한 서보형 감독의 독특한 이력이 있어 가능했다. 

런닝타임 72분 동안 영화는 모호하며 알쏭달쏭한 상징들이 이어진다. 명확하지 않기에 우리는 다시 한번 영화의 장면을 곱씹게 된다. 사실 선가(禪家)의 108공안들은 고도의 비유와 상징이 담고 있지 않는가. 오랜만에 만나는 불교영화 〈벗어날 탈脫〉 속 구도의 상징과 비유를 읽는 건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이 역시 영화를 만나는 재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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