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 특유 생동감 넘치는 불교를 만나다

오는 4월 14일까지 기획전시실
인도 불교미술품 97점 등 선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스투파의 숲' 전시실 전경.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스투파의 숲' 전시실 전경.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세워진 남인도 스투파와 불교미술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오는 4월 14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특별전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으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는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 남인도 고유의 문화와 불교가 만나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남인도 미술 세계를 알 수 있는 문화유산 200여 점이 전시된다. 남인도 불교문화유산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특별전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지난해 7월 17일부터 11월 13일까지 개최한 ‘나무와 뱀:인도의 초기 불교미술’의 한국 전시다. 해당 전시에는 인도 데칸고원 동남부 지역에 해당하는 남인도 미술이 소개되며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 12개 기관, 영국, 독일, 미국 등 4개국 18개 기관의 소장품이 출품됐다. 이 중에는 발굴된 후 한 번도 인도 밖으로 나간 적 없던 유물이 대거 포함돼 있다.

생명력 가득한 남인도 미술 세계에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한국의 특별전은 두 가지 숲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는 ‘신비의 숲’이다.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 뿌리내린 남인도 고유의 문화에 불교가 스며들면서 이색적인 숲이 탄생한다. 인도인들은 숲속의 정령이 풍요를 가져와 준다고 믿었는데, 그 중에서도 나무와 대지에 깃든 신을 남성형은 약샤, 여성형은 약시라 불렀다. 자연의 정령이던 이들은 불교가 전해지면서 스투파 장식의 조각으로 등장한다. 자연의 정령과 불교의 신들이 어울려 살아가던 생명의 숲을 표현하기 위해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스투파의 봉분을 형상화한 둥근 원들로 순환의 질서를 형상화한 공간을 연출했다. 

두 번째는 ‘이야기의 숲’이다. 북인도에서 시작된 불교의 석가모니 부처님 이야기는 남인도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문화와 만나 북쪽과 달리 활기찬 분위기로 바뀐다. 무엇보다 석가모니의 이야기가 그려진 남인도 스투파의 규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획한 점이 눈길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다양한 상징과 서사로 이루어진 그의 인생 드라마가 돌 표면에 조각되어 드라마틱한 인도 미술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인류 고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였던 인도에서 일어난 문화의 흐름과 불교 신앙의 전파가 남인도 고유의 미술에 어떤 자극과 상상력을 제공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특별전  ‘스투파의 숲’서 눈 여겨 볼 다섯 장면들

끝없이 이어지는 연꽃. 기원전 2세기 후반 조성됐다.  
끝없이 이어지는 연꽃. 기원전 2세기 후반 조성됐다.  

남인도 특유 생명력을 만나다
적도에 가꺼운 남인도는 열대 계절풍 기후로 석가모니가 태어나 자란 북인도에 비해 춥지 않고 사시사철 덥고 습하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풍요롭다. 이는 남인도 불교미술에도 반영됐다. 스투파를 장식한 갓돌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꽃과 넝쿨이 보인다. 이는 건강한 생명력과 재생을 의미하며, 영원히 반복되는 생명의 윤회를 상징한다. 

커다란 그릇을 받쳐 든 약사. 기원전 50년 조성됐다. 
커다란 그릇을 받쳐 든 약사. 기원전 50년 조성됐다. 

풍요의 신을 만나다
전시는 남인도를 다스렸던 사타바하나왕의 안내로 시작된다. 남인도에서는 일찍부터 유럽과 동남아시아 국제 교역으로 상인과 장인 계급이 많은 부를 축적했다. 그들은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고안할 만큼 유쾌한 상상력의 소유자들이었고, 남인도 불교는 그들의 후원을 받아 전래 초기부터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사원을 지을 수 있었다. 전시 유물 중 ‘약사’는 풍요로운 자연의 정령을 의인화한 것이다. 토착 종교와 불교가 만나면서 이들은 다양한 표정을 지닌다. 

파프라와 스투파 출토 사리. 석가모니 부처님의 유골이 아니라 아쇼카왕이 스투파를 증축할 때 더한 보석이다. 하지만 사리와 함께 있기에 사리와 같은 위상을 지닌다. 
파프라와 스투파 출토 사리. 석가모니 부처님의 유골이 아니라 아쇼카왕이 스투파를 증축할 때 더한 보석이다. 하지만 사리와 함께 있기에 사리와 같은 위상을 지닌다.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 부처님의 사리를 옮기는 코끼리가 신나보인다.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 부처님의 사리를 옮기는 코끼리가 신나보인다.

사리,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에 든 후 제자들은 화장 후 얻은 사리를 8개의 스투파에 나눠 안치했다. 이후 불교에 귀의한 아쇼카왕이 스투파를 열고 진신사리를 꺼내 인도 전역에 8만4천 스투파에 다시 나눠 안치했다. 사리는 인도 남쪽으로 불교와 함께 전해졌다. 그 과정이 담긴 부조들은 인상 깊다. 사리 이운을 하는 코끼리는 신나 보이기까지 한다. 전시된 파프라와 스투파 출토 사리도 눈여겨 볼 성보다.    

빈 자리를 향한 경배. 기원전 2세기 후반에 조성됐다. 
빈 자리를 향한 경배. 기원전 2세기 후반에 조성됐다. 

보이지 않아도  믿게 하는 힘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와 빈 대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발자국, 그의 가르침을 뜻하는 수레바퀴처럼 그가 있어야 할 자리는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스투파 조각에서 보이지 않아도 그의 존재를 믿게 하는 상징의 힘을 찾아보자. 상징과 은유로 대상을 나타내던 것에서 인간의 형태로 조형화되는 변화의 순간을 이번 특별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싯다르타, 머리카락을 자르다. 3세기 말에 조성됐다. 
싯다르타, 머리카락을 자르다. 3세기 말에 조성됐다. 

생기발랄한 남인도 불교미술 속 佛傳
인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석가모니의 전기인 불전은 동아시아 불교에서 팔상(八相)으로 요약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인도에서는 더욱 자세한 장면이 포함된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장면이 석가모니의 체발(剃髮) 장면이다. 싯다르타 태자가 출가해 먼저 화려한 머리 장식을 자르는 장면은 속세의 쾌락과 권력을 포기하는 순간일 수 있지만 동시에 깨달음을 얻기 위한 길에 들어서는 무엇보다 귀한 순간이다. 그리하여 불교에서 이 순간을 ‘축발(祝髮)’이라고도 하듯이 남인도 부조 속 인물들은 모두 축제를 즐기듯이 신난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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