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博 ‘스투파의 숲’ 전시
오는 4월 14일까지 기획전시실
인도 불교미술품 97점 등 선봬
남인도 문화재 한국 소개 ‘최초’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는 스투파 장식 장엄물 ‘싯다르타, 머리카락을 자르다’의 모습. 3세기 말 조성됐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는 스투파 장식 장엄물 ‘싯다르타, 머리카락을 자르다’의 모습. 3세기 말 조성됐다.

스투파(Stpa)는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안치하는 조형물이다. 솔도파(率堵婆)의 약칭인 탑파, 탑은 모두 스투파에서 유래한 말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셨을 당시 제자들과 신도들은 불사리(佛舍利)를 8등분하고 8개의 불탑을 만들어 봉안했다. 아소카왕 때 이 불사리를 재발굴해 8만4000개의 탑에 분납했고, 이것이 불교도들의 예배의 대상이 되었다. 그 후에도 많은 스투파가 건립됐고, 이는 불교의 대표적 예배와 신앙의 대상이 됐다. 

탑파 신앙은 불교의 전래와도 관련이 있다. 남인도에 불교가 전해진 것은 기원전 3세기 중엽으로 당시엔 아소카왕이 인도 전역에 부처님의 사리를 보내 스투파를 조성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조성된 스투파와 불교 관련 유산들은 불교가 어떻게 전래·정착됐는지를 알게 하는 자료이다.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세워진 남인도 스투파와 불교미술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오는 4월 14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특별전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으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는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 남인도 고유의 문화와 불교가 만나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남인도 미술 세계를 알 수 있는 문화유산 200여 점이 전시된다. 남인도 불교문화유산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특별전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지난해 7월 17일부터 11월 13일까지 개최한 ‘나무와 뱀:인도의 초기 불교미술’의 한국 전시다. 해당 전시에는 인도 데칸고원 동남부 지역에 해당하는 남인도 미술이 소개되며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 12개 기관, 영국, 독일, 미국 등 4개국 18개 기관의 소장품이 출품됐다. 이 중에는 발굴된 후 한 번도 인도 밖으로 나간 적 없던 유물이 대거 포함돼 있다.

생명력 가득한 남인도 미술 세계에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한국의 특별전은 두 가지 숲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는 ‘신비의 숲’이다.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 뿌리내린 남인도 고유의 문화에 불교가 스며들면서 이색적인 숲이 탄생한다. 인도인들은 숲속의 정령이 풍요를 가져와 준다고 믿었는데, 그 중에서도 나무와 대지에 깃든 신을 남성형은 약샤, 여성형은 약시라 불렀다. 자연의 정령이던 이들은 불교가 전해지면서 스투파 장식의 조각으로 등장한다. 자연의 정령과 불교의 신들이 어울려 살아가던 생명의 숲을 표현하기 위해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스투파의 봉분을 형상화한 둥근 원들로 순환의 질서를 형상화한 공간을 연출했다. 

두 번째는 ‘이야기의 숲’이다. 북인도에서 시작된 불교의 석가모니 부처님 이야기는 남인도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문화와 만나 북쪽과 달리 활기찬 분위기로 바뀐다. 무엇보다 석가모니의 이야기가 그려진 남인도 스투파의 규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획한 점이 눈길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다양한 상징과 서사로 이루어진 그의 인생 드라마가 돌 표면에 조각되어 드라마틱한 인도 미술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인류 고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였던 인도에서 일어난 문화의 흐름과 불교 신앙의 전파가 남인도 고유의 미술에 어떤 자극과 상상력을 제공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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