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 선정 2023년 10대 뉴스

기나긴 코로나19 팬데믹을 뒤로 하고 일상을 되찾은 2023년은 한국불교사에서 전법의 열기를 세상에 전한 해로 평가된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라는 대장정을 비롯해 잼버리대회 지원, 해외 재난 구호활동 등 불교계 대내외 활동이 두드러졌다. 이와 반대로 아픔도 많았다. ‘큰스님’으로 불리던 스승들의 입적, 도난문화재의 일본 반환 판결 등은 불자들이 잊기 힘든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 해를 장식한 한국불교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지난 11월 29일 원적에 든 자승 대종사의 다비식이 12월 3일 용주사에서 엄수됐다.
지난 11월 29일 원적에 든 자승 대종사의 다비식이 12월 3일 용주사에서 엄수됐다.

1. 스님들의 원적 잇달아

올해는 유독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어른스님들의 원적 소식이 많았다. 지난 6월 봉선사 조실 월운당 해룡 대강백을 시작으로 8월엔 불국사 회주이자 조계종 원로의원인 나가당 성타 대종사, 10월엔 태고종 종정을 지낸 지허당 지용 대종사, 11월엔 조계종 33·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하고 상월결사 회주로서 사부대중을 이끈 해봉당 자승 대종사가 원적에 들었다. 대종사·대강백의 잇단 원적에 한국불교계의 하반기는 선지식을 잃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이 스님들이 특정 제자들의 은사라기보다 수많은 대중의 스승이었다는 점에서 여느 때보다 애통한 해였다.

상월결사 인도순례에서 회주 자승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이 순례를 이어가는 모습.
상월결사 인도순례에서 회주 자승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이 순례를 이어가는 모습.

2.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

2월 9일부터 3월 23일까지 석가모니 부처님의 고향 인도에서 펼쳐진 상월결사 인도순례. 43일간 1167㎞ 7대 성지를 도보로 순례한 사부대중의 고행은 불교가 쇠락한 인도에 다시 한 번 전법의 가치를 전함과 동시에 한국불교의 위기를 실감하고 중흥의 원력을 세우는 밑거름이 됐다. 상월108원력문이 탄생하고 생활 속 공양게 낭독, 매일같이 이어진 예불과 108배는 그간 소극적이었던 불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앉아있는 불교’가 아닌 ‘찾아가는 불교’로서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가치는 인도순례 회향 이후에도 계속 전해지고 있다.

3. ‘부처님 법 전합시다’ 확산

“지장보살께서는 지옥중생을 다 제도하기 전까지는 성불을 다음 생으로 미룬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성불합시다’ ‘성불하세요’ (인사)를 다음 생으로 미루고, 금생에는 ‘부처님 법 전합시다’로 살아갑시다.”

3월 23일 조계사에서 봉행된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법회에서 단상에 오른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이 남긴 회향사다. 스님이 강조한 전법의 중요성은 이후 한국불교계로 확산돼 영향을 미쳤다. 조계종뿐만 아니라 이웃종단, 전국교구본사, 동국대, 신도·포교단체까지 범불교적으로 부처님 법을 전하는 단위활동이 크게 늘어났다.

사찰 문화재관람료 감면 시행을 위한 조계종과 문화재청의 협약식.
사찰 문화재관람료 감면 시행을 위한 조계종과 문화재청의 협약식.

4. 문화재관람료 전액 감면

사찰 문화재관람료 감면 시행은 60여 년간 이어진 해묵은 갈등을 해소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조계종과 문화재청은 지난 5월 1일 ‘불교문화유산의 온전한 보존 및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거쳐 4일부터 사찰 방문객의 무료입장을 시행했다. 온 국민이 향유하는 전통문화인 불교문화유산의 소중한 가치를 함께하고자 문화재보유사찰은 문화재관람료를 감면하고, 국가는 감면비용을 지원해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증진하자는 취지다. 올해 문화재관람료 감면비용 예산은 419억 원이며, 감면 대상 사찰은 총 64곳이다. 대부분 국립공원 내 국가지정문화재 국보·보물 보유사찰이다.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외국 청소년들이 사찰에서 사찰예절을 배우는 모습.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외국 청소년들이 사찰에서 사찰예절을 배우는 모습.

5. 잼버리서 더 빛난 한국불교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파행을 거듭한 가운데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의 적극적인 지원이 빛을 발했다. 무더위와 준비 부족으로 새만금 영내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전북 지역사찰들이 곧바로 지원에 나섰다. 특히 조계종은 전국 사찰에 긴급 지원 지침을 내려 사찰 개방과 함께 더위에 지친 대원들이 사찰에서 휴식을 취하며 템플스테이를 통해 다양한 한국불교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같은 불교계의 발 빠른 대응에 정부와 지자체는 감사의 뜻을 전했고, 불교계를 향한 국민의 호평이 쏟아졌다.

6. 출가 절벽 끝 변화 모색

출가자 감소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40년 넘는 역사의 중앙승가대가 운영의 어려움으로 동국대와 통폐합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불교계에 적잖은 충격이었다. 지속된 출가자 감소로 신입생 확보에 적신호가 켜지고 재정 문제가 겹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절차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조계종은 미래본부에 출가장려위원회를 조직하고, 수원 봉녕사는 4주간의 여성출가학교를 신설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성과는 내년에야 알 수 있겠지만 출가 문호를 넓히는 시도로써 기대를 모은다.

7. ‘네버엔딩’ 종교편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종 종교편향 사례들이 줄을 이었다. 올해 초 시무식에서 찬송가를 불러 종교 중립 의무를 훼손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종교화합자문위원회 폐지로 종교 간 화합을 저해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종교편향 행정으로 불교계의 공분을 샀다. ‘노아의 방주’ 대형 조형물 지자체 유치 논란과 윤석열 정부의 기독교 편향적 인사, 송현공원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도 잇따라 도마 위에 올랐다. 불교 홀대는 출판 영역까지 확대, 양서 보급을 위해 국고를 들여 선정하는 ‘세종도서’에서도 종교 부분 도서들이 기독교 도서 일색인 데다, 선정을 위한 추천위원들도 기독교 편중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의 판결로 일본에 돌아가게 된 비운의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대법원의 판결로 일본에 돌아가게 된 비운의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8. 결국 日로 가게 된 부석사 관음상

결국 서산 부석사의 관세음보살님은 부석사로 돌아오지 못하고, 다시 현해탄을 건너게 됐다. 대법원 1부는 10월 26일 서산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금동관음보살좌상 인도 소송 상고심에 대해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6년부터 관음상을 놓고 이어진 7년간의 법정 공방은 부석사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에 불교계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서산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패륜적 판결”이라고 울분을 토했고, 조계종도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반역사적 최악의 판례를 남겼다”고 힐난했다.

9. 다시 제자리 찾은 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왕실의궤 오대산 사고본이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지난 11월 10일에는 실록과 의궤를 오대산으로 옮기는 이운행렬 재연행사가 진행됐고, 다음 날에는 고유제가 봉행되며 환수 행사가 마무리됐다. 이 같은 기념행사를 거쳐 이운된 오대산 사고본은 새롭게 조성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이하 실록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실록박물관은 월정사가 운영하던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새 단장한 것으로, 조계종과 월정사는 오대산 사고본의 환지본처를 위해 이를 국가에 기증했다.

오대산 사고본은 110년만에 제자리를 찾으며 그 영혼과 역사가 회복됐다. 앞으로는 결집된 지역의 역량과 원력을 바탕으로 잘 보존·활용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10. 해외구호 활동에 십시일반 앞장

올 한 해도 불교계는 재난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적극적인 구호활동으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했다. 올해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5만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불교계는 곧바로 구호성금 모금에 돌입했고, 재난 극복을 기원하는 전국 사찰과 불자들의 보시가 줄을 이었다. 이재민들을 위한 컨테이너 주택, 생필품 등을 지원해 일상회복도 도왔다. 또 올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생기자 전쟁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긴급구호 모금이 진행됐고, 전쟁종식과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기도회도 잇따라 봉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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