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불교중앙박물관 ‘금석문 탁본 조사’ 10주년 맞아

​​​​​​​‘탁본 장인’ 흥선 스님 참여해
금석문 708점 탁본 조사 마쳐
11월 17일 성과 조명 학술대회
“제대로 된 선본 탁본도 문화재”

지난 2018년 강원도 고성 건봉사에서 열린 금석문조사사업 현장설명회에서 책임연구원 흥선 스님이 사명대사사적비편의 탁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강원도 고성 건봉사에서 열린 금석문조사사업 현장설명회에서 책임연구원 흥선 스님이 사명대사사적비편의 탁본을 진행하고 있다.

탁본(拓本)은 비석이나 기물 등의 각명(刻銘)·문양 등을 먹에 의해서 원형 그대로 종이에 뜨는 방법이다. 중국에서 시작되어 한국에 전해졌고 금석학과 함께 성행했다. 기실 금석학과 탁본은 함께 발전했다. 문자의 점획이나 선 등의 미묘한 부분은 탁본으로 확인하기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부터 중국은 명비(名碑)의 탁본을 떠서 첩(帖)으로 만들어졌으며, ‘법첩(法帖)’이라하며 서예의 명품 내지 교본으로서 활용됐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과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서봉)은 2013년부터 ‘금석문 탁본 조사 사업’을 시행해왔고, 올해로 사업 시행 10년을 맞았다. 

2013년 시범조사 때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해당 사업을 통해 불교 금석문 190점, 일반 금석문 518점 등 총 708점에 대한 탁본 조사를 마쳤으며, 이렇게 작업한 탁본들을 국립문화재연구원 누리집(https://portal.nrich.go.kr)에 공개하고 있다.

탁본, 기록의 예술
특히, 탁본 조사에는 ‘탁본 장인’인 흥선 스님이 책임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제대로 된 선본 탁본을 위해서는 많은 공력이 필요했다. 당장 탁본의 재료인 종이는 제일 좋은 한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먹물 역시 기계로 갈면 안 되며, 시중에 유통되는 먹물은 방부제가 들어있어 사용 금물이다. 오로지 좋은 먹을 하루 사용할 물량만 손으로 갈아서 탁본에 사용했다. 

종이를 밀착시키기 위한 ‘나무 솔’은 조사단에서 별도로 주문해서 만든 것을 썼다. 종이에 먹을 치는 방망이는 일반적인 솜이 아닌 좁쌀에 천을 감싸 제작했다. 모두 탁본 전문가 흥선 스님의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다.

탁본은 시간과 인내의 싸움이기도 하다. 완벽한 조건이 되도록 시간을 맞춰 작업해야 하며 먹을 칠 때는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먹봉을 두드려야 했다. 1.7m 비문을 한 면을 탁본하는데만 1시간이 소요됐다. 그렇게 먹의 농도를 조절하며 평균 5번을 먹봉을 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10년 간의 탁본 조사로 조사단은 △비신(碑身, 비석의 몸체)의 상태에 따른 먹방망이의 재료 다양화 △비면(碑面)에 먹이 남지 않도록 하면서도 선명하게 탁본을 뜰 수 있는 최적의 종이 두께 확보 △사전 현장조사와 세척, 탁본 후 이물질 제거와 습식 세척 과정 등 탁본과 관련한 업무 절차를 체계화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오른쪽 다섯 번째)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금석문 탁본 조사 사업 10주년을 맞아 불교중앙박물관과 개최한 ‘불변(不變)의 기록, 10년의 두드림’ 학술대회에서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왼쪽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오른쪽 다섯 번째)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금석문 탁본 조사 사업 10주년을 맞아 불교중앙박물관과 개최한 ‘불변(不變)의 기록, 10년의 두드림’ 학술대회에서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왼쪽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0년 탁본 성과 정리
11월 1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불변(不變)의 기록, 10년의 두드림’을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는 문화재청과 불교중앙박물관의 ‘금석문 탁본 조사 사업’ 10년 성과를 조명하는 자리였다. 

‘금석문 탁본조사 사업의 성과와 전망’주제 발표를 발표한 흥선 스님(금석문탁본조사사업 책임연구원)은 “10년간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닌, 질적으로 우수하고 예술성을 갖춘 탁본 자료의 확보 및 집성’을 목표로 전국의 주요 금석문 탁본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금석학 관련 연구와 가치 증진, 탁본 중요성의 대중화에 이바지했다”고 자평했다.

스님은 이어 “지금까지 전국 금석문의 10% 정도만 조사된 상황이다.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선본 탁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금석문 전반에 대한 인문학적 교육, 올바른 탁본 방법 등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학술대회에서는 △실상사 수철화상비와 무위사 선각대사비의 탁본을 통한 판독과 해석 △양평 이행원(李行遠) 신도비를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 김생(金生) 집자비(集字碑) 연구 △ 금석문의 기본 정보, 사진, 판독문, 해석문 등을 제공하는 국립문화재연구원 금석문 DB 구축 현황과 방향 △탁본 조사 사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탁본의 시각적 예술성과 미래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 △탁본 조사 사업 결과물의 아카이브 구축과 활용 방안 등이 발표됐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