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불교 관련 도서 ‘5종’에 그쳐
종교 37종 중 기독교는 30종
추천위원에 불교학자 2명 뿐
기독교는 7명… 목사도 참여
학술 부문 불교계 위원 ‘0명’
사실상 국고로 ‘출판선교’ 지원

“기독교 종수 많아, 위원 랜덤”
출판진흥원, 원론적인 해명만
불교출판계 “기독 편중 심각”

세종도서 온라인시스템 홈페이지 화면.
세종도서 온라인시스템 홈페이지 화면.

윤석열 정부의 불교 홀대가 출판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양서 보급을 위해 국고를 들여 선정하는 세종도서종교 부분 도서들이 기독교 도서 일색인 데다, 선정을 위한 추천위원들도 기독교 편중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준희)1122‘2023 세종도서 교양·학술 부문 지원사업 추천 결과를 공고했다. 이에 따르면 세종도서 교양 부문의 경우 10개 분과 9896종이 접수돼 550종이 선정됐고, 학술 부문은 10개 분과 2896종이 접수돼 390종이 선정됐다. 종교 분과는 교양 부문 37종이, 학술 부문 23종이 각각 선정됐다.

본지의 집계에 따르면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는 불교 관련 도서가 5(종교예술1)이었고, 학술 부문은 8(철학종교기술과학예술2)이 확인됐다. 반면 교양과 학술 부문 종교 분과의 기독교 편중은 심각한 상태였다. 교양 부문 종교 분과 37종 중 30종이 기독교 도서였고, 학술 부문 종교 분과 23종 중 13종이 기독교 학술서로 채워졌다. 각각 4종만이 선정된 불교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선정되는 불교도서 종수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세종도서 교양·학술부문에 선정된 불교도서는 22종이었으며, 2020년에는 21, 2021년에는 19종이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부터 13종으로 줄었고, 올해에도 이 수치를 유지했다.

이 같은 기독교 편중 현상은 각 부문별 추천위원 배정에도 나타난다. 올해 세종도서 교양부문 추천위원 212명 중 불교계 인사는 허남결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와 이자랑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2명뿐이다. 학술부문 추천위원 80명 중에는 불교계 학자나 전문가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기독교의 경우 교양부문 추천위원으로 교회 담임 목사와 각 교단 신학대 교수 등 7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학술부문 추천위원에는 2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러다 보니 선정 심사총평들도 기독교 일색으로 종교 분야 총평 상당 부분이 기독교 도서의 상찬이며, 불교와 다른 종교에 대한 내용은 몇 줄에 불과했다.

실제, 가장 많은 기독교 편중을 보여준 교양 부문 종교 분과 총평에는 약 2페이지에 걸쳐 성경 시대의 이야기, 기독교의 역사, 한국 기독교 역사, 기독교 인물들의 사상과 삶, 그리고 특별히 시대적인 이슈를 반영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독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읽히고, 공감을 할 수 있으며, 의미 있고 교훈을 주는 책들을 중심으로 추천했다. 1차 추천도서 모두 시민사회의 교양 수준을 올릴 수 있는 내용의 도서라고 상찬했다. 반면, 불교 도서에 대한 평가는 한국 사찰 문화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탐색이 전부였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측은 원론적인 해명을 내놨다. 진흥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종도서는 부문별 출판 종수에 비례해 선정된다. 추천위원도 분야별 추천 후보자를 받아 3배수로 후보자 풀을 구성해 무작위로 추첨해 선정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후보 도서로 기독교 도서가 300종이 들어오고, 불교 도서가 50종이 들어오면 불교 분과 1, 기독교 분과 3개 정도를 구성해야 한다. 추천위원들의 수도 차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독교 도서 편중 현상은 양서를 보급해 국민 독서문화 향상을 도모하고, 양서 출판 의욕을 진작시키겠다는 세종도서 사업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부문별 출판 종수를 비례해 도서가 선정될 경우 종교출판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큰 지분을 가진 기독교 출판계가 독식할 수밖에 없는 맹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도서는 도서 정가 90%의 금액으로 1종당 800만원 내외를 구입해 전국 공공·전문·병영 도서관 등에 보급되는 공공사업임에도 기독교 도서로 종교 도서 선정이 편중된 것은 정부가 나서서 출판선교를 도와주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불교계 출판사 관계자는 교양 부문 선정 도서인 <리퀴드 처치>는 미국 뉴저지주의 리퀴드 교회의 역동적인 6가지 사역을 소개한 책이고, <기독교 관점으로 본 세계사>는 기독교 창조론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의 책들이 어떻게 공공성을 가진 교양 대중 도서가 될 수 있는가라고 힐난했다.

이어 선정 결과뿐 아니라 심사총평도 고개가 갸웃한 부분이 많다종교분야뿐 아니라 역사·지리·관광 분야의 경우 불교문화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분야별 심사위원에 불교 전문가를 좀 더 폭넓게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 스님은 “세종도서 선정 사업은 국가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공공사업이다. 부문별 출판 종수에 비례해 선정한다는 운영 방식을 어느 정도 감안해도 37종 중 30종이 기독교 도서인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라며 선정된 책들의 내용도 선교사 이야기나 기독교 교리 관련 서적들이 많다. 이는 대중적인 교양 도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교출판문화협회, 종교평화위원회와 논의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책을 마련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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