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기획 템플스테이 & 피플2
조계사 템플스테이 봉사단

요일마다 인력 나눠 활동 진행
서로 묻고 배우며 영어 공부도
외국어·대화 기술 등 교육 절실
‘하심’으로 한국불교 알리기 최선 

조계사 템플스테이 봉사팀은 경내를 누비며 한국불교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진행·관득행·묘련화·일도심 봉사자.
조계사 템플스테이 봉사팀은 경내를 누비며 한국불교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진행·관득행·묘련화·일도심 봉사자.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조계사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사찰 탐방 1번지로 손꼽힌다. 북적이는 인파 속 높은 빌딩 숲을 지나 일주문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상인 듯 고즈넉하게 펼쳐진 특유의 공간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또 한 가지, 외국인들이 조계사를 1번지로 꼽는 이유는 바로 소통의 원활함이다. 낯선 문화를 향한 호기심과 설렘을 안고 조계사 경내에 들어선 외국인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활기찬 목소리, 바로 ‘조계사 템플스테이 봉사단’이 있기 때문이다.

“Hello, Welcome Jogyesa Temple.”

밝은 미소로 건넨 인사 한 마디에 낯선 공간이 주는 어색함도 무장해제된다. 외국인들이 느끼는 낯설음을 친근함으로 바꾸고, 한국불교를 향한 호기심까지 척척 해결해주는 이들. 10여 년간 봉사단을 이끌어 온 ‘템플스테이 화요일팀’ 관득행(70) 팀장과 묘련화(67) 총무, 정진행(67) 봉사자, 일도심(56) 봉사자다.

“재적사찰인 조계사에 도움이 되고자(관득행)” “그저 봉사가 좋아서(묘련화)” “불교를 친숙하고 쉽게 알리기 위해(정진행)” “불교에 의지해 번아웃(업무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극심한 상태)을 극복한 경험으로 퇴직 이후 봉사로 회향(일도심)”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불교와 인연을 맺은 후 매주 화요일마다 조계사 경내를 누비며 한국불교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참가자들과 연꽃등을 만들고 있다.
참가자들과 연꽃등을 만들고 있다.

조계사 템플스테이 봉사단이 정식으로 꾸려진 건 2005년이다. 연간 1만 명 이상 국내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조계사를 찾는 만큼 부족한 일손을 거들 인력이 절실했다. 자원봉사자들이 하나둘 마음을 내준 덕분에 현재 2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요일에 따라 평일 3~4명, 주말 5~6명으로 나눠 오리엔테이션과 사찰 안내, 연꽃등 만들기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화·수·목요일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진행돼 영어에 능숙한 봉사자가 필수로 참여해야 한다. 

외국인 참가자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템플스테이 화요일팀도 영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봉사자들을 위한 지원과 교육은 현저히 부족한 탓에 모르는 건 서로에게 묻고 배우며 어떻게 불교 용어를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 영어뿐만이 아니다. 한국불교와 문화유산에 깃든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습득력이 느리다 보니 항상 공부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거든요. 대화의 기술이나 외국어 능력을 향상하는 교육의 기회가 마련된다면 봉사자들이 전문성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들의 열정 덕분일까.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외국인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2주 전 조계사를 찾은 싱가폴 출신의 조부모, 손주 등 3대는 아시아 불교와 차이점을 짚어가며 한국불교에 큰 관심을 보였고, “조계사에서 평생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는 후기를 남겼다. 새벽 4시에 시작되는 예불과 도량석도 큰 인기다. 잠을 이겨내고 도량 곳곳을 거닐며 “비로소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참가자도 여럿이다.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사찰을 소개하고 있다.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사찰을 소개하고 있다.

“조계사를 찾는 외국인들과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게 저희 봉사자들입니다. 사찰의 첫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거죠. 한국의 불교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자긍심과 보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참가자들의 무리한 요구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하심’을 강조한 부처님 가르침을 되새기며 감정을 다잡곤 한다. 한국불교 일선에서 일한다는 사명감으로 미소를 잃지 않는 매 순간이 봉사자들에겐 수행과도 같다.

굴곡진 삶에 ‘쉼’이 되는 템플스테이. 한국불교의 진가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일은 그들에게 남겨진 제2의 인생이다.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템플스테이는 종교를 넘어 건전하고 건강한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나도, 남도, 지구도 모두 생명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과정이죠. 짧지만 강렬한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김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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