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참선 도량은 바로 ‘우리 마음’

 고요함·시끄러움 양변서 명상
바른 공부로 나아가기 어려워
도량은 절에 한정된 것 아냐
어디나 도량 정견 확고히 해야

동국대에서 참선 명상을 배우는 학생들. 사진출처=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 페이스북.
동국대에서 참선 명상을 배우는 학생들. 사진출처=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 페이스북.

우리는 앞에서 참선 명상은 내 안의 평화와 지혜를 밝히는 길임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참선 명상을 잘못하면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양변에 떨어져 마음의 평화를 이루기가 어렵다. 그래서 바른 가치관인 정견(正見)을 세우고 참선 명상을 해야 한다. 

오늘은 바른 참선 명상으로 안내하는 정견 세우기 중에 재가 생활 수행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상생활에서 참선 명상하는 법, 생활과 수행의 일치에 대하여 알아보자.

재가 생활인은 먼저 본업에 충실해야 

참선 명상을 업(業)으로 하는 출가 수행자라면 수행과 전법이 본분사이니 참으로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재가에서 생업에 종사하며 참선 명상을 하는 이라면 다르다. 재가 생활인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가 우선이고 본분이다. 자기 본분을 잊거나 져버리는 수행자는 잘못된 업을 지어서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으로 갈 수가 없다. 

그러므로, 재가 생활인은 무엇보다 본분인 생업에 충실해야 한다. 생업에 충실해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잘 이어야 의식주가 안정이 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수행에 발심하게 된다.  

물론 현대 생활인들은 생업에 충실하며 돈을 벌어 좋은 집과 차, 명품 등 물질에 집착하여 평생을 그렇게 사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더라도 결국 늙음과 병과 죽음의 괴로움을 피할 수는 없다. 

반대로 재가 수행자가 참선 명상을 배우니 너무 좋다면서 가정과 직장의 생업을 소홀히 하고 절이나 명상센터에서 살다시피 하는 것도 문제다. 불교에 정견을 세운 수행자라면 참선 명상은 절과 집 어디에서나 할 수 있어야 한다. 

절이나 명상센터에서 하는 참선 명상만을 바른 수행이라 보고 집이나 직장에서는 참선 명상을 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양변에 떨어진 잘못된 견해다. 우리는 앞에서 참선 명상은 고요한 곳이나 시끄러운 곳에 관계없이 잘 할 수 있어야 바른 공부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마찬가지로 고요한 절이나 명상센터에서 참선 명상을 배우고 익혀서 집이나 직장에서도 참선 명상이 생활화되어야 바른 공부이다. 절(명상센터)과 집(직장)을 분별하고 고요함과 시끄러움의 양변에서 참선 명상을 하게 되면 바른 공부로 나아가기 어렵고, 마음에서 분별 망상을 비워 평화를 누릴 수가 없다. 

유마거사, ‘바른 마음이 도량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에 깨달은 재가자로 존경 받은 유마거사와 한 동자가 길에서 만나 문답한 기록이 <유마경>에 나온다.

‘거사님, 어디에서 오십니까?’
‘나는 도량(道場)으로부터 옵니다.’
‘도량이란 어디입니까?’
‘곧은 마음[直心]이 도량이니 헛되거나 거짓됨이 없기 때문입니다. 깊은 마음이 도량이니 공덕을 증익하기 때문입니다.’

<유마경>의 법문처럼 수행 도량은 절이나 선원, 명상센터와 같은 공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불교에서 도량이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마음을 말한다. 즉 깨달음 수행인 참선 명상의 도량은 바로 우리 마음이다. 마음도 분별 망상하는 마음이 아니라 ‘곧은 마음[直心]’을 도량이라 한다. 

우리가 ‘나’라고 할 것이 본래 없는데 ‘내가 있다’는 착각에 빠져 나와 너, 내편과 네편, 선과 악을 나누어 분별망상을 일으키면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날 수가 없다. 하지만, ‘나’라고 할 것이 본래 없다는 정견으로 나와 너, 선과 악이 둘이 아니라는 중도의 바른 마음을 닦아 영원한 행복으로 가는 것이 그대로 도량이다. 

이와 같이 불교의 도량에 대한 바른 뜻을 마음에 새기고 참선 명상하는 이라면 절과 집, 명상센터나 직장, 지하철, 버스, 출퇴근하는 길거리 등등이 모두 공부 도량이다. 그러니 재가 생활인은 절이나 명상센터에서 참선 명상 수행을 배워서 절과 명상센터에 한정하지 말고 집이나 회사, 거리 등 생활 현장 어디에서나 공부하는 도량이라는 정견을 확고히 해야 한다. 

고양 흥국사 참선 명상 입문과정에서 명상하는 수련생들.
고양 흥국사 참선 명상 입문과정에서 명상하는 수련생들.

육조 혜능대사의 재가 수행자를 위한 법문

선종의 대선지식 육조 혜능대사는 <육조단경>에서 이렇게 법문한다.

“선지식아, 만약 수행하려면 재가에서도 가능하니, 절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절에 있더라도 닦지 않으면 서방에 있는 마음 나쁜 사람과 같고, 재가에서라도 수행하면 동방 사람이 착함을 닦는 것과 같다. 오직 원하건대 자기 스스로 청정함을 닦아라. 이것이 바로 서방 극락이다.”(<고우스님 강설 육조단경> ‘수행’) 

혜능대사도 수행은 재가에서도 가능하며, 절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다. 출가해서 절에 있거나 재가자가 절에 가 있더라도 마음을 닦지 않으면 마음이 나쁜 이와 같다고 한다. 반대로 비록 재가에서 마음을 닦으면 사바세계에서 착함을 닦는 것이다. 혜능대사의 이 법문에서도 수행이 절이라는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 닦는 것이 근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혜능대사도 유마거사와 마찬가지로 수행과 도량을 절이라는 공간 개념으로 보지 않고 우리 마음에서 번뇌망상을 비우는 청정함을 닦는 것이라 한다. 절이나 집이라는 수행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나 자기 마음을 바로 보고 분별망상을 비우는 청정함을 닦는 사람이 수행자인 것이다.  

직장이나 집에서 참선 명상하는 법

이제 불교의 근본 중도를 바르게 공부하여 정견을 세운 참선 명상 수행자라면 수행이 절이나 집이라는 분별을 떠나 언제 어디서나 하는 것임을 알 것이다. 특히 코로나시대를 거치며 온라인 공부도 활발해지고 있다. 비록 절이나 명상센터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서 참선 명상을 배우더라도 명상은 집이나 직장, 출퇴근하는 거리나 버스, 지하철 안에서도 할 수가 있다. 

처음에 참선 명상 이론과 방법을 배운 재가 생활인들은 가정에서나 직장을 구분하지 말고 매일 정해놓은 시간에 5분 이상 규칙적으로 명상하는 것이 좋다. 매일매일 정해 놓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하면서 출퇴근 하는 길이나 지하철, 버스 또는 운동할 때에도 참선 명상을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해나가면 잡념과 스트레스가 줄고 마음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참선 명상이 생활화되면 초조 불안한 생각, 어둡고 우울한 생각, 부정적이고 짜증나는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고 그런 번뇌망상을 흘러가게 내버려두고 화두나 호흡에 마음을 집중하면 선정의 힘이 늘어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화두나 호흡에 집중하는 참선 명상이 생활화되어 선정 삼매의 힘이 강해지면 마음이 고요해지면서도 맑고 깨끗해져 불현 듯 지혜가 나와 앞이 캄캄하던 어려운 문제도 척척 해결하는 능력이 계발된다. 

물론 직장이나 집에서 참선 명상한다고 가사나 업무를 소홀히 하라는 말이 아니다. 집에서 청소하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며 아이 키우는 일을 등한시 하면서 참선 명상하는 것도 양변이다. 참선 명상을 통해서 마음을 닦듯이 집안도 청정하게 해야 행복하다. 

직장에서도 맡은 바 본분을 다해야 한다. 직장에서 업무 회의를 하는데 마음은 참선 명상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 반대이다. 직장에서는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고 원만해야 한다. 동료들과 회의할 때에는 회의에 충실해야 하고, 업무할 때에도 업무에 집중해서 지혜와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흔히 ‘밥값을 한다’는 말은 절집에서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라 직장에서 오히려 더 중요하다. 

현대 사회와 같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직장에서는 스트레스가 많고 복잡한 인간관계와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 초조 불안, 우울이 없을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참선 명상을 배우고 생활화하여 직장과 집, 인간 관계와 일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양변에 떨어지지 않도록 정견을 확고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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