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행복한 ‘랜선 사찰여행’ 만나보실래요

​​​​​​​일주일에 한 편, 108사찰 소개 목표
강화 전등사 시작으로 콘텐츠 업로드
나쁜 시선, 악플 등 감당해야 하지만
뉴미디어서 佛法 전하는 데 큰 의의
유튜브, 더 넓은 포교의 장 활용되길

무여 스님은 수행자이자 유튜버이다. ‘무여 스님 TV’를 통해 사찰 여행 콘텐츠로 대중과 소통하는 스님은 최근 〈우리 함께 떠나요〉를 출간했다. 저서에 모두 담아내지 못했던 내용들을 출판사 ‘담앤북스’를 통해 본지에 전해왔다. 〈편집자 주

해인사 법기암에서 유튜브 촬영 중인 무여 스님.
해인사 법기암에서 유튜브 촬영 중인 무여 스님.

이제는 다가가는 불교로
불교가 너무 좋아 열아홉 살의 나이에 출가했다. 운문승가대학을 졸업한 후 사찰에서 소임을 맡아 생활하다 불교를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동국대에 편입해 석·박사 과정까지 밟게 됐다. 그러다 문득 ‘지금 내가 하는 공부가 책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공부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예전에 어린이·청소년 법회를 맡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 떠올린 것이 유튜브였다. ‘1인 방송’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찍어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 몇몇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니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무엇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지 고민했다. 나의 관심사가 무엇이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행과 촬영이었다. 곧 사찰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사찰에는 많은 문화재와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려운 교리 대신 사찰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영상으로 보여준다면 불교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당장 유튜브에 올려진 사찰 관련 영상을 찾아봤다. 당시에는 사찰 전각이나 풍광을 쭉 훑어보는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런 설명이 없거나, 설명이 있어도 재미가 없고 지루했다. 이 부족함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사찰 여행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우선 콘텐츠 이름을 ‘무여 스님과 함께 하는 사찰여행’으로 짓고 사찰의 유래와 역사, 이야기, 전각, 문화재를 소개하는 영상을 기획했다. 대중과 사찰을 연결하는 중간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채널명은 사찰 여행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담을 수 있도록 ‘무여 스님 TV’라고 지었다.

일주일에 한 편, 총 108개의 사찰을 소개하겠다는 원(願)을 세우고 지역별로 가볼 만한 사찰을 선정했다. 다음으로 사전 조사를 하고 대본을 준비했다. 대본에는 사찰의 유래와 역사, 전각별 차이점과 불상과 탑의 내력 등 반드시 전달해야 할 정보를 꼼꼼히 담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영상에 은근히 녹아들도록 경전이나 조사 어록에서 찾은 경구도 적어뒀다.

오프닝 영상은 항상 “반갑습니다. 아름다운 사찰여행.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그다음 사찰과 어울리는 좋은 경구와 평소 가슴에 와닿았던 부처님 말씀을 소개하고 본격적인 사찰 소개를 이어간다. 클로징 영상에서는 사찰에서 느낀 점을 간략히 이야기한 후 “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로 끝인사를 했다. 대본은 가능한 다 외우려 노력했다.

콘텐츠 기획을 끝내고 촬영 장비를 마련했다. 비싸고 좋은 장비보다 사용하기 편하고 가벼운 것으로 골랐다. 작은 캠코더와 삼각대, 액션캠, 녹음기 등 필수 장비만 먼저 구입했다. 액션캠은 가볍고 휴대하기 좋아서 초반 영상은 거의 액션캠 하나로 촬영했다.

편집 기술도 배워야 했다. 여러 편집 프로그램 중 ‘프리미어 프로’를 사용하기로 하고 책과 영상을 통해 사용법을 익혔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고 어색했지만 영상을 잘라 연결하고 배경음악을 넣는 법까지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108사찰여행의 첫발을 내딛어 보자!

첫 촬영의 아찔한 기억
첫 촬영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강화 전등사로 정했다. 액션캠 하나 들고 씩씩하게 찾은 전등사에서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촬영했다. 하지만 막연한 자신감과 달리 혼자 대본 외우랴, 촬영하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도 계획했던 영상은 모두 찍었다는 생각에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맙소사! 하나도 사용할 수 없는 영상뿐이다. 대체 무엇을 찍은 것인지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전부 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시작도 제대로 안 하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마음을 가다듬고 두 번째 촬영에 나섰다. 그런데 걸으면서 말을 하려니 숨이 차고, 누군가 쳐다보기라도 하면 너무 부끄러워 숨고 싶어진다. 결국 두 번째 영상도 실패다.

고민만 하다 며칠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마침 인연 있던 보살님의 도움을 받아 촬영을 시작했다. 그렇게 세 번의 도전 끝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봐줄 만한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 바로 편집해서 첫 영상으로 올렸다. 이것이 바로 2019년 3월 3일 업로드 된 ‘무여 스님과 함께 하는 사찰 여행-전등사 편’이다.

사실 첫 영상을 올리는 날 무척 떨렸다. 온 세상에 나의 영상을 내보인다는 생각에 설레었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아무도 안 보진 않을까, 나쁜 댓글이 달리지는 않을까? 다행히 주변 지인들이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며 응원해 준 덕분에 곧바로 300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감사하고 소중한 분들이다. 영상에 달린 댓글 하나하나 모두 확인하고 답했다. 힘들게 촬영한 영상인 만큼 보람도 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바로 다음 촬영 준비가 시작됐다. 일주일에 한 번, 총 108개의 사찰 여행 영상을 올리겠다고 계획했기에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다음 촬영할 사찰에 관해 조사하고 대본을 작성했다. 촬영 장비를 챙기고 편집 노하우도 정리해뒀다.

촬영 현장에서 웃지 못할 사건도 많았다. 양구에 있는 군법당에서 스님 인터뷰를 진행하고 돌아와 영상을 확인하는데, 놀라 기절할 뻔했다. 촬영 중 액션캠이 움직이는 바람에 스님이 아닌 천장만 찍은 것이다. 그 먼 곳까지 가서 몇 시간이나 진행한 인터뷰인데. 참으로 안타까웠다.

봉화 청량사에서의 촬영도 기억에 남는다. 새벽 일찍 출발해 힘들게 촬영을 마친 후, 입고 있던 두루마기를 무심결에 벗어든 채 산길을 내려왔다. 주차장 가까이 와서야 두루마기에 끼워뒀던 녹음기가 생각났다. 아뿔싸. 아무리 찾아봐도 녹음기가 없다. 설상가상 길을 잘못 들어서 미끄러운 산길에 넘어지기도 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그야말로 힘든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2년간 매주 사찰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건 구독자들의 따뜻한 응원과 반갑게 맞아주신 스님들 덕분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유튜버를 꿈꾸는 스님들께
‘부캐(부캐릭터)’ 전성시대다. 본인의 진짜 역할과 모습이 있고 그와 다른 부가적인 캐릭터가 존재한다. 진짜 자신의 모습보다 ‘부캐’가 더 매력적이고 인기 있는 분들도 많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내 정체성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승려, 수행자다. 그리고 5년 차 유튜버이기도 하다. 승려로서 유튜브 방송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모습을 영상을 통해 세상에 공개하기까지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은 1인 방송 시대,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다.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영상을 만들어 전 세계에 내보일 수 있다. 특히 내 마음대로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해 업로드 할 수 있다는데 큰 매력을 느꼈다.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까짓것 한번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유튜브를 하며 가장 속상했던 것은 몇몇 분들의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스님이 왜 방송을 하느냐, 돈벌이를 위한 것 아니냐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사실 촬영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오해를 받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댓글도 마찬가지다. 영상에 달린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고 답글을 달아주고 있는데, 나쁜 말들을 아무렇게나 쏟아내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밖엔 없다.

촬영할 때의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사찰에서 촬영하다 보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너무 부담스러워 어디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면 유튜브를 할 수가 없다.

‘무여 스님 TV’를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넘었다. 처음과 달리 지금은 유튜버 스님들도 많아졌다. 불교가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활용하거나 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콘텐츠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템플스테이 지도법사스님이라면 직접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공유한다면 사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다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려는 스님이라면 수행자로서의 기본적인 소양, 즉 위의(威儀)와 여법함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영상 속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승가를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다면 전문적으로 스피치 교육을 받는 것도 권한다. 나 역시 아나운서에게 개인 강습을 받고 조계종 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연수교육과 BTN 설법학교 수업도 들었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워지기 위해서는 계속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풍부한 불교 지식과 상식도 필수다. 경전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고, 뉴스를 통해 시사 상식과 교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공부가 바탕이 되어야 쉽고 재미있게 불교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이다. 유튜브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매체이기에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 번 업로드된 영상은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제작 과정에서 여러 번 확인해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나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유튜브를 통해 스스로의 수행을 점검할 수 있게 됐다. 또 사회적 이슈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유튜브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과 우리 산사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앞으로 더 많은 스님들이 유튜브를 포교와 전법의 장으로 활용하게 되길 바란다.

무여 스님은
1999년 출가해 운문승가대학과 삼선불학승가대학원,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잠실 불광사에서 어린이 청소년 법회 지도법사로 활동하다 문화를 통한 전법의 필요성을 느끼고 2019년 3월 유튜브 채널 ‘무여 스님 TV’를 개설했다.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무여 스님과 함께 하는 사찰 여행’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올해 5월까지 120여 곳이 넘는 사찰을 소개하며 구독자 5만 명 돌파, 누적 조회 수 41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서울 화계사·성남 봉국사 불교대학 강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경기도 고양시 보리선원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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