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범어사 보제루서 영결식 엄수

후학 양성과 역경 불사로 전법행 사표
사부대중 3000여 명 참석해 추모 행렬
열반 직전까지 역경을 이어가며 전법
49재 용인 관음사, 막재 서울 불광사

“추운 겨울이 온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스님께서 가시고 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스님의 법향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정혜당 지오 큰스님이시여, 부디 극락왕생하옵고, 다시 이 땅에 중생 제도하는 거룩한 빛으로 돌아오소서!”

후학 양성과 역경(易經)의 불사로 전법행의 사표가 되어온 대강백 정혜당 지오 대종사의 영결식이 7월 1일 범어사 보제루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은 범어문도장으로 진행됐으며 △명종5타 △개식 △삼귀의 △영결법요 △행장소개 △추도입정 △법어 △영결사 △추도사 △조사 △조가 △헌화 △조의 및 조전 소개 △상좌대표 인사말 순으로 봉행됐다. 영결식에는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 스님, 원로의원 정여 스님, 주지 보운 스님, 중앙종회의원 무관 스님, 석산 스님을 비롯해 금하광덕문도회 문장 지정 스님 등 문도회 스님과 용인 관음사 주지 대혜 스님, 조원호 불광법회장 등 사부대중 3000여 명이 참석해 추도했다.

지유대종사는 법문을 통해 “사람들은 육신을 가지고 태어나 생로병사 온갖 고통에 괴로움을 겪는다. 육신을 버리고 집착을 여의 고통에서 모두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추모했다.

금하광도문도회 문장 지정 스님은 영결사에서 “스님께서는 교학에 밝으신 혜안으로 젊은 시절 부터 후학 양성과 역경 저술에 노력하신 대강백으로서 불교계에 모범을 보이신 수행자이시다”며 “정토에 가셔서 잠시 휴식하셨다가 다시 오셔서 이 어지러운 사바세계를 불광정토(佛光淨土)로 만들어 주십시오”라며 영결사를 전했다.

범어사 주지 보운 스님은 “지오 큰 스님, 범어사 강당에 여전히 스님의 음성이 남아 있고 책상에는 스님의 온기가 남아 있다 스님과 함께한 옛 일이 오늘 처럼 생생한데 어찌 이 모든 것을 두고 세연을 다하셨습니까? 너무나 이른 작별입니다”며 “서둘러 떠나신 만큼 속환사바하시어 대기대용의 설법을 토해 주시길 청합니다”고 추도했다.

조원호 불광법회장은 “법상에서 사자후를 토하시는 모습은 설법제인 부루나 존자의 화신인 듯 하였다”며 “열반하기 직전까지도 역경에 매진하여 수많은 경전을 번역하여 펴내신 것은 오로지 중생들에세 법음을 들려주시겠다는 보리심의 발로이자 이 시대 불교의 사명인 전법행의 사표이시다”고 말했다.

상좌를 대표해 대혜 스님은 “은사 스님이 걸어오신 수행의 길을 이제 우리가 걸어가고자 한다”며 “저희에게 주신 가르침을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며 수행해 조금이나마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영결식 후 사부대중은 인로왕번과 만장기를 들고 장의행렬을 장엄하며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으며, 스님의 법구는 범어사 경내를 돌아본 후 연화대로 이운됐다. 법구가 연화대에 안치 된 후 나무아미타불 염불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거화의식이 진행됐고 대중들은 “큰 스님 불 들어갑니다”며 흐느꼈다. 뜨거운 불길 속에 스님의 법구는 마지막으로 전하는 소리 없는 법문이 되어 금정산 아래 흩어졌다.

지오 스님은 1947년 음력 10월 7일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1970년 범어사 금강계단에서 광덕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1972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73년 범어사 승가대학 대교과를 졸업하고 1975년 동국대 부설 동국역경원 역경사를 수료했으며, 1976년부터 40여 년간 해인사, 범어사, 송광사, 통도사, 대만 묘종사, 중국 안휘성 감로사, 기원선사, 중국 양주 고민선사 등 제방 선원에서 35안거를 성만했다. 스님은 범어사 제97, 98회 보살계 수계법회 유나, 해인사 승가대학 학장, 범어사 승가율원 율원장, 범어사 승가대학 학장, 학교법인 금정학원 이사 등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스님은 6월 27일 오후 1시 32분 범어사 서지전에서 임종게 ‘身雖披染衣하나 心衣非定色이라 我今脫兩衣하니 佛恐羞自裸이라.(몸은 비록 염의(染衣)를 걸쳤으나 마음의 옷은 정해진 색이 없어라. 내가 지금 두 옷을 다 벗어버리니 부처가 나신(裸身)이 부끄러워 도망가네)를 남기고 세수 77세, 법랍 54세로 원적에 들었다.

스님의 저서로는 ‘사성체경’, ‘팔성도경’, ‘치선병비요경’, ‘불자독송집’, ‘초전법륜의 근본이념에서 본 교육적 의의(논문)’, ‘관음전예문’, ‘팔양신주경’, ‘보살계수계산림계본’, ‘약사경’, ‘초발심자경문’, ‘불교교리(구사 유식 5위 75과 100법)’, ‘반야심경사기’, ‘좌선하는 법(5문선경요용법)’, ‘참선의 요의(선요)’, ‘부파 및 종단불교’, ‘지장경’, ‘사미율의 1~3책’, ‘사미니율의 1~3책’, ‘범망경’, ‘보살계본경(보살계본1권(담무참역), 불설대승계경, 불설팔종장양공덕경, 보살수재경, 재가보살계, 보살계본(현장역), 보살선계경1권, 보살5법참회문, 보살계 갈마문, 불설재경, 불설8관재경)’, ‘화엄경 1~12책’, ‘부처님 법 우리가 지키고 보호하리(불설법멸진경)’, ‘금강경 5가해(범본 · 육가한역) 1~5책’, ‘서장 1~5책’ 등이 있다.

한편, 지오 대강백의 49재는 7월 3일 용인 관음사에서 초재를 시작으로 10일 2재, 17일 3재, 24일 4재, 31일 5재, 8월 7일 6재가 봉행되며, 49재 막재는 8월 14일 서울 불광사에서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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