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수갤러리 기획전 K-ART Ⅵ
십이지展: 열두 동물로 살펴보는 한국 문화 코드

서울 무우수갤러리 3월 30일까지
단청문양 등 전통재료·기법부터
아크릴·스프레이의 현대회화까지

조이락, 진달래 꽃비 내리다, 40.5x51cm, 비단에 석채, 2023
조이락, 진달래 꽃비 내리다, 40.5x51cm, 비단에 석채, 2023

십이지(十二支)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무우수갤러리가 3월 30일까지 ‘K-ART Ⅵ. 십이지展: 열두 동물로 살펴보는 한국의 문화 코드’를 연다.

이번 전시는 곽수연, 조이락 등 한국화가, 불화작가, 민화작가, 조각가, 팝아티스트로 구성된 13명의 작가가 민화, 한지화, 비단채색화, 수묵화, 도자, 조각, 팝아트로 표현한 십이지의 열두 동물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단청문양 등 전통재료와 기법을 활용한 작품부터 아크릴과 스프레이를 활용한 현대회화까지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올해의 십이지 동물인 토끼는 사람에게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동물로, 약하고 선하지만 영특한 동물의 상징이기도 하다. 조상들은 밤하늘의 달을 보며 방아를 찧고 있는 토기의 모습을 그리며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기도 했다. 토끼를 그린 김경현의 작품 ‘화(和), 48×66cm, 광목위에 수묵 채색, 2023’도 둥근 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김경현 작가는 “달의 이칭인 토월(兎月)은 달 속에 토기가 살고 있다는 오래된 민간설화에서 유래됐다. 그리고 옥토끼는 달에 살면서 떡을 찧거나 불사약을 만든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토끼는 장생불사적 이미지로 불려왔다”고 토끼를 그린 과정을 설명했다.

“‘만오천불도’를 그리기 시작하던 엄동설한, 하이얀 비단 바탕에 부처님 가득할 때 문득, 고개 들어 창밖을 내다보니 연분홍 진달래꽃 만발하네. 아득한 시간 바삐 가던 저 소야! 언제쯤 그 걸음 멈추려나! 2023 입춘 날에.”

소를 그린 조이락의 ‘진달래 꽃비 내리다(40.5×51cm, 비단에 석채, 2023)’는 작가노트의 ‘만오천불도’를 연상케 하는 수많은 부처님상을 배경으로 십이지의 하나인 소가 진달래 꽃비 속을 걸어간다. 천상계인지 인간계인지 알 수 없는 시공 속을 걸어가고 있다. 그림은 재료로 석채를 써서인지 익숙한 탱화의 느낌도 있으며 또 다른 십우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십이지의 하나인 소는 2천년 이상 우리 민족과 함께해 왔다. 농경사회 속에서의 소는 귀중한 재산의 상징이었다. 또한 주인을 끝까지 따르고 지키는 우직함과 부, 길조, 의로움, 자애 등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한 ‘십우도(심우도)’ 속의 소는 깨달음의 상징으로도 그려지고 있다.

양을 그린 김정현의 ‘인연(41×21.5cm, 비단바탕, 석채, 분채, 2023)’은 단청문양으로 양을 그렸다. 김정현 작가는 “한국에서 전통건축물에 채색하는 것을 단청(丹靑)이라고 한다. 나는 다양한 단청 문양 중 금문을 부단히 좋아한다. 금문은 비단의 무늬로 다양한 패턴과 각종 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종 모양들이 서로 얽혀있는 형상이다. 아주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다. 복잡한 듯 질서정연하게. 마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없으면 완성되지 못하는 인연들. 다양한 색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나의 작품이 된다. 우리네 인생처럼.”이라며 단청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선조들은 선사시대부터 여러 가지 생활문화나 종교를 표현하기 위해 동물상징을 많이 사용했다. 건국신화의 중요한 모티프 중 하나도 동물이다. 단군의 어머니로 나타나는 곰, 호랑이의 도움으로 살아난 고려시대 왕건의 6대조 호경장군, 해동 육룡 조선의 ‘용비어천가’ 등은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이해하고 한국민속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사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십이지의 열두 동물은 우리 민족 신앙의 원형이자 우리 문화의 근간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한국인은 해가 바뀔 때마다 그 해가 무슨 띠의 해이며, 그해의 수호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십이지의 동물이 지닌 상징성과 의미를 찾아 새해를 예점하기도 했다.

또한 그 해에 태어난 아이의 운명과 성격을 묶어서 해석해보기도 하고, 남녀간의 궁합을 보기도 했다. 이러한 풍속은 세대를 거듭해 전승되어 오늘날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한국인의 생활과 관념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십이지 열두 동물은 한국인의 삶과 우주를 이해하려는 독특한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십이지신은 땅을 지키는 열두 신장으로, 십이신장 또는 십이신왕이라고도 한다. 〈약사경〉을 독송하는 불도를 지키는 신장이라고 전해온다. 이들은 12방위에 맞추어 호랑이·토끼·용·뱀·말·소·원숭이·닭·돼지·개·쥐·양 등의 얼굴과 사람 몸의 모습을 보인다.

한국의 십이지신앙은 약사신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선덕여왕 때 이미 밀본 법사가 〈약사경〉을 독송해 병을 고쳤다는 기록이 있다. 김유신 장군도 〈약사경〉을 호지하는 이인(異人)과 교분을 나누었다고 전한다.

십이지신앙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전까지는 밀교의 영향으로 호국적 성격을 띠었으나 삼국통일 이후 단순한 방위신으로서 그 신격이 변모했다. 즉 탑을 만들 때 그 기단부에 십이지신상을 조각했는데, 경주 원원사지에 있는 삼층석탑이 그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조형예술로서 십이지신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 원원사탑이 건립된 8세기 중반 경덕왕 때이다. 이것은 탑이 불교건축에 있어서 구심점으로 인식된 삼국통일 이후의 일반적인 경향에 따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양효주 학예실장은 “십이지를 보다 다채롭고 재미있게 이해하고자 다양한 장르로 전시를 구성했다. 작품을 감상하시면서 열두 동물이 갖는 상징성과 각자의 수호 동물을 알아보며 신년을 유쾌하게 시작하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02)732-3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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