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옻밭아카데미 회원전
통도사성보박물관 12월 18일까지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옻칠 기법 계승한
옻밭아카데미 회원 18명 30여 점 선보여
전통 민화에 옻칠기법 더해 새 장르 열어
옻물감 특성으로 인한 새로운 색감 개발

강필순 作, 몽중연.
강필순 作, 몽중연.

 

통도사성보박물관(관장 송천)은 12월 3일부터 18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제7회 옻밭아카데미 회원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통도사 서운암 옻밭아카데미 회원 18명이 옻칠물감으로 그린 민화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옻밭아카데미의 옻칠민화는 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의 옻칠기법을 계승하여 그린 그림이다.

민화는 정통회화의 조류를 모방하여 생활공간의 장식 등을 위해, 또는 민속적인 관습에 따라 제작된 실용화를 말한다. 조선 후기에 서민층에서 유행했다. 대부분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관습 등의 항상성에 바탕을 두고 발전했기 때문에 창의성보다는 형식화된 유형에 따라 인습적으로 계승됐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민화는 민중이 그린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민화가 자유분방하고 격외적인 그림으로 대변되는 것은 외래문화의 영향을 덜 받고 민중이 그렸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이런 민화의 특성을 살리는 데 옻칠 기법을 더함으로써 달라진 시대에 부합하는 미술 장르를 열어 보이고 있다고 평가된다.

소재 면에서도 책가도 등 전통의 민화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 있는가하면 연꽃을 소재로 한 현대적인 느낌의 그림도 있다. 선조들의 민화가 그 시대를 그렸듯 옻빛아카데미 역시 이 시대에서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색감에 있어서도 옻물감의 특성으로 인한 새로움과 시대상이 반영된 색감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단청의 느낌을 품고 있지만 새로운 도형과 어우러진 또 따른 색감의 단청이 그렇다. 조선시대에서는 실현할 수 없었던 이 시대의 색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모색과 성과가 이번 전시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옻밭아카데미는 방수·방부·방충 등 옻칠 특유의 미학적 특성을 공부하면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성파 스님과 함께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옻칠민화를 그리는 작업이 전통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최상의 수행 방편이라고 생각하고 옻칠민화 작업에 정진하고 있다. 또한 옻으로 민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옻칠 목판 작업, 옻칠 채색화 작업, 나전칠예 작업 등이 수반되는데, 이 모든 과정이 수행이고 결실을 맺는 매회 전시가 삶의 결실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한다.

성파 스님은 “한국 미술은 고대에 불교미술과 결합하여 고려시대까지 찬란한 꽃을 피워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불화를 그리던 화원들이 전통을 바탕으로 시대에 맞게 그린 그림이 오늘날의 민화”라고 설명했다.

통도사에는 명부전, 해장보각, 용화전, 응진전 등의 전각에 많은 민화가 그려져 있는데, 소박하고 파격적인 형식 속에 부처님의 가르침과 민중의 염원이 갖가지 상상과 은유로 담겨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성파 스님은 이번 ‘제7회 옻밭아카데미 회원전’을 맞아 ‘화심수성花心水性’이란 휘호를 내렸다고 한다.

이현주 경상남도 문화재위원은 “이번 전시는 한국화의 많은 장르를 망라하여, 화조, 인물, 산수, 기명절지, 불화, 단청, 십장생, 문자도, 책가도, 운룡도 등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어 옻칠과 민화의 영역이 경계 없이 무한함을 알려주고 있다”면서 “해를 갈무리하는 즈음에 옻밭아카데미 회원의 노고가 우리 문화의 창달에 또 하나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성파 스님은 10여 년 전에 칠화를 시작했다. 우리 전통 산수화와 옻칠 그림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중국 대가들의 작업실을 오가며 오늘날의 옻칠민화를 완성했다. 성파 스님은 서운암에서 한국적 미술재료인 옻액을 활용해 칠화 작업을 하고 있다. 옻에 상처를 내면 흘러나오는 ‘옻액’에 석채, 흑연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직접 옻물감을 만들어낸다. 성파 스님에 의하면 칠화는 내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유화는 여러 번의 덧칠을 하고 마지막에 칠하는 색을 보여주지만 옻칠화는 덧칠한 부분을 깎아내 속을 보여준다. 표면을 버리고 이면을 드러내는 기법은 옻물감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그런 옻물감은 화려하면서도 중후한 맛과 멋을 내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색감이 생생히 살아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성파 스님은 검은 색으로 알려진 옻칠의 일반적인 개념을 깨고 빛깔의 스펙트럼을 무한 확장시켰다. 이와 더불어 한국화의 일부로만 알려져 있던 민화를 우리 회화의 중심축으로 옮겼다. 특히 전통 그림의 재료가 먹과 석채·분채라는 틀을 깨고 옻칠민화를 한국화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옻칠의 시간성과 상반되는 민화의 속도감 및 쾌활함이 하나의 화면 속에서 응축된 완결성을 이룰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055)384-0010.
 

박혜희 作, 고집멸도.
박혜희 作, 고집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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