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전주박물관 ‘깨달은 수행자, 나한 : 전라도와 강원도 나한의 만남’展

기획전시실 11월 29일 ~ 2월 26일
실상사 서진암 나한상 등 90점 전시
다양한 나한상 조형미 감상기회 기대

남원 실상사 서진암 나한상  조선 1516년(금산사 성보박물관 위탁 보관).
남원 실상사 서진암 나한상 조선 1516년(금산사 성보박물관 위탁 보관).
나주 불회사 나한상  ‘생각에 잠긴 나한’ (국립광주박물관 소장).
나주 불회사 나한상 ‘생각에 잠긴 나한’ (국립광주박물관 소장).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 친근한 얼굴들(국립춘천박물관 소장).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 친근한 얼굴들(국립춘천박물관 소장).

 

국립전주박물관(관장 홍진근)은 11월 29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특별전 ‘깨달은 수행자, 나한 : 전라도와 강원도 나한의 만남’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남원 실상사 서진암 나한상 등 수행을 통해 완전한 자유에 이른 다양한 모습의 석조 나한상 90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히 고려와 조선시대의 강원도 지역과 전라도 지역의 석조 나한상을 모아 전시한다. 나한은 부처와 보살에 비해 도상의 법식에서 자유로워 얼굴과 자세 표현이 다채로운 것이 특징이다. 단단하고 변함없는 석재에 새겨진 나한의 얼굴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특별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강원도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국립춘천박물관 소장)은 2001년에 영월의 절터에서 발견된 것으로, 다양한 표정 위로 해탈한 나한의 편안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중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친근한 얼굴의 모습을 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특별전 등 여러 전시를 통해 대중에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 부산박물관 등 국내는 물론 2021년 12월에 호주 파워하우스 뮤지엄에서도 전시됐다.

전라도 나한상들도 이에 못지않은 조형미와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서봉사 터 나한상(국립부여박물관 소장)의 미소년을 닮은 말끔한 미소, 불회사 나한상(국립광주박물관 소장)의 생각에 담긴 얼굴들, 실상사 서진암 나한상의 굳건함 등 지역별로 사용했던 석재와 조각 솜씨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나한상의 다양한 조형미를 감상할 수 있다.

나한은 아라한의 줄임말로, 살적(殺賊), 응공(應供), 응진(應眞)이라고도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을 다해 수행하여 아무 괴로움도 없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불제자를 말한다. 살적은 수행의 적인 번뇌를 항복받아 죽였다는 뜻이고, 응공은 모든 번뇌를 끊고 도덕을 갖추었으므로 인간과 천상의 공양을 받을 만하다는 뜻이며, 응진은 ‘진리에 상응하는 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깨달음을 얻은 후에도 열반에 드는 것을 미루고 중생 곁에 머물며 불법(佛法)을 지키고 모든 중생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중생을 제도한다.

불제자 가운데 16명의 뛰어난 제자를 ‘16나한’이라고 하며 이들은 무량의 공덕과 신통력을 지니고 있어 열반에 들지 않고, 세속에 거주하면서 불법을 수호하는 존자(尊者)다. 부처님이 열반한 뒤 제자 가섭이 부처님의 설법을 정리하기 위해 소집한 1차 결집 때 모였던 제자 500명을 500나한이라고도 한다. 나한은 인간의 소원을 성취시켜 준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신앙의 대상이 됐다. 중국의 당송시대에 유행했던 나한상은 삼국 후기부터 소개되어 고려시대에 크게 유행했다.

나한상은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지물을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극도로 생략된 모습이 있기도 하고 움직임이 크고 해학적인 모습도 있다. 나한상의 지물로는 염주, 발, 동물, 경전, 금강저, 과일 등이 있다. 다양한 모습 속에는 심오한 정신적인 면이 내제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불교조각의 다양한 미의식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전시 마지막에는 나한의 깨달음을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 영상을 상영한다. 번뇌를 넘어 깨달음을 위해 정진했던 수행자를 떠올리며 명상이나 휴식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기간 중 12월 6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2시 30분까지 나한을 주제로 한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홍진근 국립전주박물관장은 “고독한 수행으로 마침내 자유로워졌지만 다시 중생을 향해 손을 내밀었던 나한과 마주하며 마음의 위안과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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