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학 사진전 ‘한국의 단청, 화엄’
경인미술관 6월 23일부터 29일까지

법당 내부 꽃 단청문양 집중 조명
미황사 대웅보전 천정반자 단청 등
법당 200곳 꽃단청 사진 57점 전시

해남 미황사 대웅보전 천정반자의 단청문양.
해남 미황사 대웅보전 천정반자의 단청문양.

전통건축의 단청문양들을 20년 동안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 노재학 사진가가 문화유산회복재단 주최로 사진전을 연다.

6월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경인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한국의 단청, 화엄’ 展에서 노 작가는 사찰 단청장엄에서 볼 수 있는 꽃을 집대성했다. 노 작가는 지금까지 110곳의 전통사찰과 약 200곳에 이르는 법당의 단청장엄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이번 전시는 문화유산회복재단이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을 위한 대국민 교육홍보 차원으로 마련한 전시로 한국산사 세계유산 등재 3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1주년 기념 전시의 중심이 사찰벽화였다면 이전 전시는 한국의 전통사찰 법당 내부를 장엄하고 있는 꽃 단청문양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노 작가가 수행의 방편으로 생각하고 20년 동안 촬영한 법당 단청장엄 중에서 꽃 단청장엄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진 53점을 선보인다. 단청장엄의 확장과 연속, 비교의 개념으로 궁궐과 유가건축의 단청 사진 4점도 추가해 총 57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사찰의 꽃 단청장엄을 집대성한 유례없는 사진전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수백 년 동안 높고 어두운 곳에 있어 쉽게 관상하기 힘들었던 단청장엄의 꽃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궁궐이나 사찰 등 성스러운 전통건축물에서의 ‘꾸밈’을 이야기할 때는 ‘장식한다’고 하지 않고 ‘장엄한다’고 한다. 시각적인 ‘꾸밈’에서 끝나지 않고 엄숙함을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화엄(華嚴)은 그런 장엄의 세계 중에서 ‘꽃으로 엄숙히 장엄한 세계’를 말한다. 궁궐이나 사찰 등 한국의 전통건축 장엄에서 지속적이면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주형원리가 단청이다. 단청은 글자 그대로 ‘붉고 푸른 빛’으로, 청ㆍ적ㆍ황ㆍ흑ㆍ백의 오방색이 쓰인다. 동양철학의 음양오행론에 기초한 오방색은 우주순환의 시간과 공간 방위, 만유 상생의 원리, 사람의 기질까지 연결한 심오한 철학적 특징이 담겨 있다.

단청은 색채 중심의 미술이지만 단청의 바탕엔 문양(文樣)이 있다. 문양은 무늬와 비슷한 개념이면서 다른 결의 개념이다. 무늬는 자연의 것이고, 문양은 무니를 양식화한 인간의 것이다. 즉 문양은 자연의 무늬를 인간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인문예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단청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면 문양과 오방색의 결합구조이다.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단청의 중심은 색채가 아닌 문양인 것이다. 단청의 색은 문양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색채는 문양의 본질을 밖으로 드러내거나 깊이 감추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양은 추상과 정신 관념을 담는 상징 무늬이다. 법당과 같은 종교적 장엄일수록 문양의 정신 관념은 고도화된다.

한국의 전통사찰에서는 단청문양을 통해 불교교의를 펼치고 불국토를 구현한다. 문자언어로 집대성한 교의세계가 팔만대장경이라면 조형언어로 구현한 교의세계는 법당의 단청문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단청문양에서 꽃이 많이 보이는 것은 〈화엄경〉, 〈법화경〉과 같은 경전의 이름에 꽃을 넣어 불법(佛法)의 광대무변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해 왔고, 온갖 분별과 대립이 극복된 이상적 불국토를 연화장세계로 불러왔던 것처럼 ‘꽃’은 불교의 종교적 교의의 엄숙함과 숭고함을 담아온 조형적 상징체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꽃, 모란, 국화 등의 현상계 꽃의 이미지로 그려낸 단청문양 속에 진리의 법과 불국토를 펼쳤던 것이다. 그 꽃은 더 이상 자연현상계의 꽃이 아닌 것이다. 자연의 물성을 초월한 고차원적인 상징인 것이다. 전시기간 중 매일 오전 11시, 오후 3시 두 차례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작가로부터 직접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노 작가는 전시 기간에 맞춰 〈한국의 단청, 1권 화엄의 꽃〉을 출간한다. 511쪽에 이르는 책은 이번 사진전의 내용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심층 해설서다.

사진가 노재학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사진과 건축, 불교철학, 미술사학 분야를 두루 독학했고 전통건축의 단청문양들을 근 20년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수학과 예술, 불교철학으로 익힌 안목과 사유체계로 단청문양에 담긴 형이상의 상징체계를 실증적으로 풀어냈다. 단청문양-사진-해석을 아우른 한국 단청문양의 집대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9년엔 〈한국산사의 단청문양 전국순회 사진전〉을 서울, 부산, 대구, 전주 등에서 열었다. 저서로는 〈한국산사의 단청세계(미술문화,2019)〉 〈한국의 단청,1권 화엄의 꽃(미진사, 2021)〉이 있다. 전시문의 (02)733-4448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천정반자의 단청문양.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천정반자의 단청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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