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인터뷰- 제12대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

전국비구니회 제12대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11월 24일 서울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에서 조촐하게 진행됐다. 12대 집행부를 비롯해 1년간 각자의 위치에서 전국비구니회 실무를 이끈 30여명의 소임자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비구니회 발전을 위한 원력을 다시금 모아내는 자리였다. 행사에 앞서 1년간 전국비구니회를 이끈 12대 회장 본각 스님을 만나 지난 1년간의 소회를 물었다. 6000여 비구니 스님들을 대변하는 조직인 만큼, 본각 스님은 1년의 성과보다는 앞으로 남은 과제에 집중했다. 비구니스님 개개인을 위해, 그리고 비구니 승가의 발전을 위해 전국비구니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편집자주

전국비구니회 제12대 회장 본각 스님. 사진=박재완 기자

“대중공의에 의해 운영되는 전국비구니회, 6000여 비구니 스님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전국비구니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2019년 11월 13일,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제12대 회장에 취임한 본각 스님은 소통하는 비구니회, 일하는 비구니회를 만들겠다는 굳은 약속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그렇기에 지난 1년간 스님은 공약의 실현을 위해 일하고 또 일했다. 안정적인 수행환경 조성을 위한 복지체계 구축, 비구니승가의 도약을 위한 인재 양성, 대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춘 변화, 사찰음식과 불교차문화의 전통 계승과 연구, 비구니승가의 이론적 체계 및 역사성 조명 등. 실현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운신의 폭은 좁았다.

“사실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19 사태가 당혹스럽긴 했습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코로나19 사태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었지요.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더라고요. 외부로 향하는 활동들이 감소하다보니 모든 소임자들이 일심으로 매달려 내실 강화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이 됐습니다.”

본각 스님은 당면한 과제 중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갔다. 집행부 조직을 개편하고 분야별 제위원회를 신설했다. 조직 정비 및 확대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업무효율을 높이는 초석을 놓고자 했다. 특히 제위원회는 “대중공의에 의해 운영되는 열려있는 전국비구니회, 6000여 비구니 스님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전국비구니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본각 스님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소수 인원에 의한 주먹구구식 운영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모두가 함께 소통하고 결정하는 민주주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다. 각 위원회는 직제와 구체적인 역할, 기능과 운영세칙을 명시한 시행규칙에 따라 운영되며, 위원들의 회의는 모두 회의록으로 남아 기록으로 보관해 투명성을 높였다.

회칙제개정위원회의 역할은 전국비구니회의 기틀을 다시 다지기 위해 필수적이었다. 법령에 밝은 스님들이 모여 미흡한 법령을 세밀하게 검토했고 보완점을 찾아 나갔다. 불분명했던 집행부 부서별 역할을 명시하고 회장 등 임원의 권한과 역할범위를 구체화했으며, 운영위원회 구성과 운영위원장의 의무?권한, 원로의원과 비구니 종회의원의 자격 등을 체계화했다. 인사문제, 그리고 업무상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전국비구니회장 선출과 관련한 변화도 예고했다. 회칙 개정은 물론, 별도의 선거법 제정을 추진, 현재 입법예고 중이며 내년 총회에서 다룰 방침이다. 선거절차에 따른 규정 미비로 인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조직운영과 소임자 명단, 비구니회 회칙를 비롯해 제위원회 및 부설기관 운영규정 등은 전부 홈페이지에 공개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본각 스님은 “구성원들이 신뢰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른,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이기 때문에 누가 오셔도 시스템에 의지해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6000여 비구니스님들을 위해 일하는 전국비구니회가 스님들의 진정한 의지처가 되기 위해서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전국비구니회’로 거듭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국비구니회의 내실강화가 ‘사람’ 중심이 아니라 시스템과 규정, 제도 중심인 이유다.

지난 7월 전국비구니회가 기획실장 등 소임자를 이례적인 공개채용 형태로 모집, 임명한 것도 집행부가 아닌 인사?포상?징계위원회의 결정이다.

본각 스님은 “비구니 스님들의 특징이 잘 나서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막상 소임을 맡으면 너무나 책임감을 갖고 잘 하시는데 드러내질 않아서 인력풀이 좁다. 좀 더 폭넓게, 그리고 공평하게 스님들을 등용하기 위해 인사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비구니 명사 법계 후보자 13명을 선정해 교구본사를 통해 추천한 과정 역시 원로?명사추대위원회의 공식 회의에 따른 것이다. 물론 종법상 공식절차가 아닌 전국비구니회 내부규정에 의한 것이지만, 일부 교구본사를 제외한 상당수 교구본사들이 이를 존중했다는 점에서 성과다.

스님은 “비구니승가의 위계와 질서는 비구니스님들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며 “비구니승가의 위계와 질서가 잘 지켜지는 가운데 비구니승가의 발전과 위상제고가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한발 더 나아가 종단과 전국비구니회의 관계성 정립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비구니 승가복지 문제는 본각 스님이 안고 있는 가장 큰 화두다. 본각 스님은 “노스님들 중에 주거 공간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고, 젊은 스님들 중에도 어디 사찰이나 공동체에 소속되지 못하고 혼자 거주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기본교육 끝나고 선방 갔다 오면 자신의 짐을 어딘가에 내려놓기가 저어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우려했다.

이에 스님은 “소중한 비구니 스님들이 조직 속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수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것이 전국비구니회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자 역할”이라며 “스님들의 주거가 안정되는 것은 물론, 비구니 승가공동체, 수행공동체를 통해 함께 수행하고 함께 포교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진정한 승가의 복지”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과 복지정책 마련, 재정확보가 동시에 필요하다. 스님은 “여러 비구니 스님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 그 중에서도 생활과 수행에 직결되는 문제를 직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복지정책 마련과 실행이 12대 비구니회가 해나가야 할 2단계 과제”라고 말했다.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비구니 스님들의 안정적인 삶과 수행, 비구니 승가의 미래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지향점인 만큼,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의견을 청취해서 가능할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전국비구니회의 역할이라는 게 본각 스님의 확고한 신념이다.

스님은 승가복지 체계 구축과 함께, 비구니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체계 및 범위의 확대도 과제로 꼽았다. 지난 1년간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시스템을 안착시켰으니, 2021년은 더 많은 스님들이 교육을 받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본각 스님은 “6000여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자 본연의 모습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한다면 한국불교의 미래도 그리 어둡지 않을 것”이라며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자이자 스님다운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하는 전국비구니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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