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통도사 극락암서 봉정법회
청량국사의 <화엄경수소연의초>번역을 완간한 반산 스님은 “절밥은 공짜라 생각했다. 살아보니 아니더라”고 말했다. “부처님 앞에서 이제야 밥값을 했다”며 부처님께 책을 올렸다. 책 위에 글 하나하나가 수행의 결과를 보여주는 사리처럼 촘촘히 박혀 있다. 연구 기간은 30년이다. 화엄학을 살아있는 법으로 대중에게 소개하고자 원력을 세웠던 반산 스님은 마치 화두를 부순 선사처럼 당당하고 평온한 얼굴이다.
30년 번역 대작 불사 마무리
조계종사(史) 길이 남을 불사
화엄경 주석 중 가장 방대해
참된 완성, 탁마하며 정진으로
<화엄경청량소> 출판기념회가 11월 21일 통도사 극락암에서 봉행됐다.
<화엄경청량소>에 대해 따라 붙는 수식어는 ‘방대하다’이다. ‘너무 글이 많아 손을 쉽게 댈 수도 없고 시작조차 어렵다’가 주된 설명이다. <화엄경>이 80권이니 경전을 제대로 보는 것도 힘든 여정인데 거기에 붙은 소(?,주석)와 초(?,정리문집)를 번역하고 스님의 견해까지 보탰다. 반산 스님의 <화엄경청량소>는 34권에 부록까지 총 35권이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스님들과 내빈들은 ‘이것이야 말로 한국 불교사에 남을 대작불사’라고 했다.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은 “오늘 이 번역서 완간은 법당을 짓는 것 보다 더 큰 공덕이다”며 “완간은 조계종사에 길이 두고 남을 소식이다. 앞으로도 정진해 많은 중생을 위해 좋은 책과 번역서를 내어 주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전계사 혜남 스님은 “번역하느라 정말 수고했다”며 “방대한 화엄경 가운데 청량국사 <화엄경수소연의초>는 그 양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반산 스님이 해냈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통도사는 전국 최대 화엄법회가 열리는 도량이다. 이번 번역은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격려했다.
경학원 회장 능허 스님은 “이 책은 경율론 삼장과 천문, 지리, 역사 그리고 동양 철학인 논어, 장자 등 모든 철학까지 섭렵하지 않으면 손톱도 들어가지 않는 분야이다”며 “완간 했다는 것은 21세기 한국 불교사에 길이 남을 대역사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책의 진짜 완성은 여러분에게 달려있다. 읽고 공부해서 혹시나 있을 허점을 파악하고 반산 스님께 물어라. 그게 번역을 해준 반산 스님께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감사의 태도이며 반산 스님의 공부를 완성하도록 돕는 길이다”고 말했다.
법문을 통해 불국사승가대학원장 덕민 스님은 “이제 책을 넘어 내가 앉은 이 자리에서 화엄 세계를 봐야 한다”고 했다. “화엄의 세계를 책으로 보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은 하나이요 세계는 하나이다. 불을 입으로 말하면 입이 불이 되어야 하고 물을 말하면 자신이 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느껴야 한다. 체득해 깨달아서 이 세계를 화엄세계 불국토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산 스님은 “부처님의 법을 골동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살아 있는 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원력을 세웠고 오늘에서야 부처님께 책을 올렸다”고 했다.
반산 스님은 “해인사 장경각 안내를 맡을 적이 있었다. 그 때 한 기독교인이 보기에 빨래판 같은데 왜 저 팔만대장경을 국가 예산을 들여 보호해야 하느냐고 질문했었다”며 “몽골의 침략을 막아 낸 신심의 결과물을 그렇게 폄하했다. 그 때 ‘현대에 맞게 부처님 말씀이 살아 있도록 하지 않으면 경전이 골동품 빨래판이 될 수 있겠구나’라 생각했고 모든 이가 읽고 깨달음의 길을 가도록 열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제야 부처님께 올리고 절밥을 먹은 빚을 갚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산 스님은 이어 책 출판에 대한 공로를 치하하며 함께 노력해준 오세룡 담앤북스 대표와 전수연성 원각사 총무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반산 스님은 아울러 책이 나오기 까지 법보시로 동참해준 통도사 전 방장 원명 스님,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 통도사 전 주지 영배 스님, 전 동국대이사장 법산 스님, 송광사 율주 지현 스님 등 스님들을 차례로 부르며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다.
반산 스님은 “모두 소개를 해 드릴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역경불사에 동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감사 인사를 재차 했다.
반산 스님은 1998년 은해사 승가대학원 졸업논문을 세주묘엄품 1권을 번역하면서 <화엄경청량소>번역을 시작했다. 해인사 강사, 능엄학림 연구원 및 쌍계사 강주를 역임하며 번역에 몰두했고 당시 담앤북스와 인연이 되어 2018년 11월 1권을 시작으로 출판하게 됐다. 2020년 9월 1일 3년에 걸쳐 34권을 완간했으며 <제35권 찾아보기 부록> 출판으로 마무리 했다.
완간 된<화엄경청량소> 전35권은 총 100만원이다. 전권 구입 문의는 담앤북스(02-765-1251)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