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비구니 원로 혜해 스님의 입적 소식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 상황과 맞물려 대중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혜해 스님의 인생이 곧 한반도 분단의 아픔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다. 

1944년 금강산 신계사 법기암서 출가한 스님은 한반도 분단의 산 증인이었다. 해방 이후 남하해 한평생 용맹정진하며 승·재가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지만, 마음속 한 편에는 언제나 금강산 신계사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이 있었다. 신계사는 남북불교교류의 상징이기도 하다. 2004년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와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이 힘을 모아 신계사 복원 불사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혜해 스님은 복원이 진행된 4년간 고령에도 십여차례 방북해 감동하고 또 환희했다. 

생전 혜해 스님은 “금강산에서 출가했으니 금강산에서 이 생을 마치겠다”는 원력을 밝혔다. 그러나 스님의 간절한 뜻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2007년 10월 신계사 낙성식 이후 단 한번도 금강산를 밟지 못한 채 원적에 들었다. “금강산에 가서 신계사도 보고 법기암도 둘러보며 노닐다 가겠다”는 말에 금강산을 향한 스님의 그리움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스님은 “유골을 금강산에 뿌려달라”고 유언했지만 이 역시 현재로서는 막막한 일이다. 

스님의 원력은 사리 30여 과로 남았다. 사리는 주석처인 경주 흥륜사 법기암에 안치될 예정이지만, 유지에 따라 일부는 북한 신계사 법기암에 안치될 가능성이 높다.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원택 스님도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시기를 예단할 수 없지만 남과 북에 나눠 안치될 스님의 사리는 남북불교계의 뿌리가 하나이며 남북간 동질감을 드러내는 징표가 될 것이다. 혜해 스님의 삶과 드높은 원력이 얼어붙은 한반도에 다시금 평화를 가져올 씨앗이 되길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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