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이하 민추본)가 창립한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민추본은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바탕으로 분단과 대결, 불신의 남북역사를 화합과 평화, 통일의 역사로 만들겠다는 서원으로 창립했다. 

2000년 6월 8일,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된 창립법회에는 당대를 대표하는 선지식들이 자리해 마음을 보탰다. 불교계 통일운동은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던 시기, 조계종 민추본의 탄생은 민족 동질성 회복을 목적으로 한 새로운 대사회운동의 첫걸음이었다. 

분단 이후 반세기가 지나면서 남과 북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서로 다른 체제로 심리적 거리는 멀어졌고 서로에 대한 편견도 깊어졌다. 남과 북의 거리감은 정치적으로는 쉽게 풀 수 없는 숙제였다. 그러나 남북 불교계의 만남은 조금 달랐다. 우리민족의 전통종교로서 남북 사람들의 뿌리깊은 동질성을 일깨웠다. 남북간 협력으로 금강산 신계사 복원 불사를 원만 회향할 수 있었던 근원에 바로 신심에 기반한 동질성이 있었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단절된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고 문재인 정부에도 경색국면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10여년 대북교류가 소원해진데다, 종단 안팎의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민추본의 존재감도 희미해지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남북간 정치상황은 언제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민추본은 굳건한 조직, 준비된 조직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래야 갑작스레 닥쳐올 평화의 물결 속 물꼬를 트는 마중물의 역할을 할수있기 때문이다. 민추본을 향한 종단과 불자들의 관심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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