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중심 ‘위구르 佛畵’ 총망라

중앙亞 미술학자 연구 성과 정리
투르판·쿠챠 지역 불교회화 조사
미륵·관음 등 도상 분류·분석 통해
동아시아 불화 東漸 연계성 확인

러시아 예르미타시 미술관 소장 ‘천수천안관세음보살도’의 모습. 2009년 저자가 국내에 소개하기 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불화다.

중국 신강 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투르판과 쿠챠, 인도-파키스탄 분쟁지 카슈미르는 동서 문명의 교차로 실크로드 중심에 있었고, 수많은 소국(小國)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영욕의 역사 한복판이기도 하다.

이들 지역에는 고창국이나 천산위구르 왕국 같은 불교문화를 발전시킨 왕국들이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베제클릭 석굴 등 다양한 석굴사원이 조성됐고, 이 안에는 다양한 도상의 불교회화들이 그려졌다. 불교회화들은 경전을 근거로 조성되는 만큼 투르판, 쿠챠 등 중앙아시아에 남아 있는 불화들은 그 원류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같은 중앙아시아 불교회화를 총망라한 연구서가 발간됐다. 중앙아시아 불교미술 전문가인 조성금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객원교수는 최근 <실크로드 대제국 천산 위구르 왕국의 불교회화(이하 위구르 왕국의 불교회화)>를 내놨다.

이는 조성금 객원교수의 동국대 박사논문 ‘천산 위구르 왕국의 불교회화 연구’를 확장·보완한 것으로, 위구르 왕국의 개요부터 미륵·관음 등 주요 도상의 전문적 분석까지 위구르 왕국 불화 전반을 망라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저자는 중앙아시아 미술의 중요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불교문화 동점(東漸) 과정의 횡적 연계성을 밝혀내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불화 도상들을 분류하고 조성 근거가 되는 경전들을 찾아 분석한 두 번째 챕터다. 저자는 투르판 출토 ‘불설예수시왕칠경변상도’, 북정 서대사 ‘미륵상생경변상도’, ‘천수천안관세음보살도’, 베제클릭 20굴 ‘비나야약사변상도’, 베제클릭 18굴 ‘소제재난경변상도’, 교하고성 출토 ‘귀자모도’의 도상을 분석하며 해당 도상들이 어떻게 동아시아 전반으로 동점하는지를 살피고 있다.

현재까지도 다수의 연구자들이 19세기 초 서구 열강 탐험대들이 붙인 불화의 제목과 소의경전과의 관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만, 조성금 객원교수는 불화와 경전에 집중해 새로이 도상과 도상학을 제시했다. 여기에 풍부한 관련 도판과 충실한 주석·지도·부록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조성금 객원교수는 “돈황 및 중원과 다른 경변상도가 천산 위구르 왕국 지역에 나타났고, 그 도상 역시 다양하게 표현됐다”면서 “이는 실크로드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로서 많은 종교와 다양한 도상들이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한국불화 원류의 일켠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조성금 객원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그는 “천산 위구르 지역의 불교회화 연구는 현재까지의 몇몇 연구 사례들을 통해서 볼 때 중앙아시아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회화 전반에 걸쳐서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아시아 불화는 현재까지도 도상 및 도상학적 기원이 불명확한 한국·중국·일본 불교회화의 성립과 발전과정을 밝히는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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