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자의 한지 지화전
서울 불일미술관(법련사)
10월 31일부터 11월 6일

연꽃, 국화, 동백 등 30여 점
순지에 치자, 자초 등 자연염
“공양 위한 지화 조성은 수행”

 

지는 가을꽃의 아쉬움을 달래줄 지화전이 열린다. 40년 가까이 지화를 연구하고 만들어온 이송자 작가는 10월 31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울 불일미술관(법련사)에서 ‘이송자의 한지 지화전’을 개최한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연꽃, 목단, 국화, 동백 등을 소재로 한 30여 점의 지화 작품을 선보인다. 순지에 치자, 자초, 장록, 홍화, 쪽 등 자연염으로 물들이고 꽃대와 잎대를 작업한 꽃들이다. 계절이 아닌 인간 이송자가 피워낸 꽃들이다.

사찰꽃이라고도 불리는 지화는 말 그대로 종이로 만든 꽃이다. 꽃이 귀했던 시대 선조들의 지혜로 만들어낸 꽃으로 우리불교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이다. ‘화만’이라 하여 불전을 꾸미고 불타를 공양하기 위해 불전의 난간 등에 조화를 만들어 늘어뜨리고, 꽃을 병에 꽂아 불전을 아름답게 장식해 왔다.

염색한 한지로 피워내는 지화는 모든 장엄에 필요한 꽃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지화 자체가 하나의 장엄물이 된지 오래며, 부처님의 장엄물이자 공양물인 꽃을 만드는 일은 부처님께 귀의하는 수행의 하나이기도 하다. 육법공양 중 하나인 꽃은 만행화(萬行花)로서 꽃을 피우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견딘다는 뜻에서 수행을 뜻하며, 장엄과 찬탄을 상징한다. 신라와 고려시대 불심이 깊은 대중은 집에 불단을 세우고 작은 병에 지화를 꽂아 두었다.

우리나라 불교지화는 삼국시대 불교가 들어오면서 불전의 헌공화로 시작됐으며 대표적인 사례로 부처님께 올리는 육법공양 중의 하나가 되었다. 당시의 유물은 전해진 것이 없으나, 고려시대에 지화를 만드는 승려화장이 있었던 사실과 <관무량수경> 내용으로 그린 고려불화 ‘관경십육관변상도’에 있는 꽃을 재현해 본 결과 지화의 기법으로 만든 꽃을 사용한 도상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그 외 수월관음도, 수덕사벽화, 조선시대 감로탱화, <조선고적도보>에 사진으로 남은 법당 불교지화 장엄 등의 귀중한 사료를 통해 우리 불교전통지화의 양식임을 알 수 있다.

“한참 오래전, 절의 큰일이 있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종이를 오리고 물들이고 그저 열심히 거들었습니다. 꽃을 만들어 내는 꽃일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거들었던 그 꽃일의 시작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일이 되어 이제까지 곁에 붙여 두었습니다.”

이 작가는 1980년 안덕암 스님의 지화를 이어받아 서울 조계사 등 전국 각지의 사찰 행사에서 참여해 지화 보급과 전승 그리고 전수의 남다른 불사를 이어왔다. 한지 천염 염색을 기본으로 전통지화를 연구해온 이 작가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 연등, 지화 전수교육자이며, 중요무형문화재 125호 삼화사 국행수륙재 지화전수교육자이다. 1980년에 지화의 제작기법과 염색사사로 입문해 1991년에는 안성 봉덕사 경은 스님의 기법과 염색을 사사했다. 2001년 조계사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며, 2002년 중요무형문화재 목조각상 전시 연밭 장엄, 2010년 LA라크마 주립 박물관 영산재 지화 장엄, 2013~2014 LA한인축제 지화 시연, 201년 영천 은해사 조실 스님 다비식 연화대와 영결식장 장엄 등에 참여했다. 2015년부터 매년 연등회 문화마당에 참여하여 지화 시연과 체험으로 지화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이송자 作, 42수관음상과 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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