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려복지회, 공청회서 본인부담금 필요성 논의

국가·이웃종교 복지제도
본인부담금 중심 운영돼
복지법 개정안 입법예고

승가대중 인식 고취 과제
“복지제도 체감부터 해야”
종단·교구 공동홍보 필요

10월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열린 승려복지회 공청회.

올해로 시행 9년째를 맞은 조계종 승려복지제도가 본인기본부담금을 도입해 승가대중의 참여의식을 높일 전망이다. 국가복지제도뿐만 아니라 수좌복지회, 이웃종교 역시 본인부담금을 통해 복지제도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승가 또한 이에 발맞춰 승려복지제도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승려복지회(회장 금곡, 총무원 총무부장)10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서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현행 승려복지제도 본인부담금 도입의 타당성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

승려복지제도 본인부담금 도입의 필요성은 지난 2월 열린 종단지도자포럼서 가장 먼저 언급됐다. 국가복지제도를 비롯해 이웃종교 등 대부분의 복지제도가 본인부담금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제도운영을 위해선 본인부담금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의서도 본인부담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중앙종무기관 부실장 간담회 및 차팀장 회의 등을 거쳐 공청회가 마련됐다.

현재 조계종은 승려복지 본인부담금 납부를 골자로 한 승려복지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납부금액과 납부방법은 종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조계종은 이와 함께 납부대상을 구족계를 수지한 모든 스님으로 할 것인지, 소임공제를 하는 스님들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 후 확대할 것인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박종학 승려복지회 사무국장은 구족계 수계 후 5년 이하 스님에게 월 5천원, 6년 이상 스님에게 1만원을 납부하도록 할 시 연간 예상 수입은 약 10억 원이다. 또한 소임공제를 하는 5000여 스님들의 공제액 1%를 각출하는 방안으로 적용하면 연간 5~6억 원의 수입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201733200만원, 201867800만원, 2019년 상반기 53600만원 등 매년 승려복지제도에 사용되는 기금의 규모가 커지는 현재 상황에서 본인부담금이 재정 안정성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게 승려복지회 입장이다.

이에 따라 승려복지회는 재정 확충에 따른 지원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승려복지회는 만 60세 이상 스님들에 대한 건강검진비 지원을 수요도에 따라 확대하고, 검진기관 제한을 해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예방접종비과 간병비 지원 확대를 비롯해 승려복지 지원을 받지 않고 본인부담금만 납부한 스님들에게 납부 총액 비율에 따른 다비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스님들의 정서다. 무소유의 정신을 바탕으로 수행하는 수행자에게 복지제도는 장애가 된다는 성찰적 입장과 종단 정책이 수행생활에 크게 와닿지 않아 중앙종무기관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스님들이 많기 때문에 본인부담금 도입에 대한 여론 형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그럼에도 공청회에 참석한 스님들은 본인부담금 도입이 복지제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수덕사 부주지 주경 스님은 사설사암을 소유해 일부 노후준비를 한 스님 본사나 대중사찰에서 지내며 입적 때까지 보호받는 스님 본사나 문중의 보호 없이 의지할 곳도 없는 스님 등 승려복지에 대한 스님들의 입장을 3가지로 분류했다.

주경 스님은 종단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국가와 사회가 보장하는 기본적인 복지혜택과 종단이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스님들의 지나온 삶과 현실을 섬세하게 고려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설득이 뒤따라야 세 부류 스님들에게 긍정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중앙종회의원 묘장 스님은 승려복지제도의 본인부담금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스님은 재적승에 대한 복지제도를 시행하는 교구본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인 데다, 이를 종단분담금의 일환으로 생각해 부담스러워하는 곳도 있다면서 승려복지 본인부담금은 또 다른 분담금의 하나로 인식돼 부정적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 종도로서 소속감 체감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본인부담금을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화사박물관장 미수 스님은 스님들이 교구본사에 뭔가를 요구할 때는 성직자로서의 대우받길 원한다. 그러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행정적 관리를 하려고 하면 수행자라고 간섭을 피하려 한다면서 이러한 의식의 편차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진지한 논의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화엄사 복지국장 해덕 스님은 출가에서 열반까지 토탈복지를 표방한 화엄사 승려복지회의 사례를 들어 본인부담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덕 스님은 본인부담금이 장래에는 본인에게 회향된다는 것을 종단과 교구가 함께 노력해 모든 스님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면서 종단은 스님들을 위한 복지제도의 개발과 교육을 담당하고, 교구는 복지소임자를 선정해 복지제도가 교구에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승려복지제도의 본인부담금 도입이 주요 과제로 도출된 가운데, 승려복지회가 어떤 방식으로 대중 설득에 나설지 이목이 집중된다. 승려복지회는 오는 11월 중앙종회 정기회에 승려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시행령을 개정에 본인부담금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공청회에는 승려복지회장 금곡 스님과 중앙승가대 명예교수 보각 스님을 비롯해 이천시장애인복지관장 동준 스님, 공방환 승려복지회 위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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