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원력 결집불사, 4대 과제를 살피다

佛·法·僧 주제 4대 과제 제시
군포교·불교복지 등 가치 높아
불사별로 막대한 예산 소요 예상
모든 사부대중 동참 절실한 과제

지난 10월 5일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가 봉행한 백만원력 결집 지역대회. 이 행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을 비롯해 사부대중 700여 명이 참석해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마음을 모았다. 사진=양행선 광주전남지사장

한 사람의 원력이 100명을 움직이고, 1만의 원력이 100만의 강물이 되어 한국불교의 밝은 내일을 열 때까지 우리의 정진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417일 서울 조계사에서 선포식 개최 이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백만원력 결집불사가 어느덧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2017~2018년 조계종 안팎의 갈등상황으로 인해 흩어진 불심을 다시 한 곳으로 모아 한국불교 중흥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백만원력 결집불사. 사부대중 개개인이 매일 대승원력보살 발원문을 독송하고, 100원씩 모아 매월 3000원을 기부하는 형식의 수행·보시 캠페인이다.

무엇보다 백만원력 결집불사는 단순히 수행과 보시를 넘어 불교의 미래를 사부대중의 손으로 직접 그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를 위해 조계종은 불··승을 주제로 경주 열암곡 마애불 입불 부처님 성지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사찰 건립 육해공 3군본부 계룡대 영외법당 건립 불교복지 확대를 위한 불교요양병원 건립 등 4대 과제를 제시하며, 사부대중의 동참을 호소했다. 각 과제마다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이 필요한 대형불사다. 이에 본지는 4대 과제별 현황과 앞으로의 추진 계획 등을 정리했다.

열암곡 마애불 立佛
2007년 앞으로 넘어진 채 발견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 8세기 통일신라시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 절벽이 통째로 뜯어지며 바닥을 바라본 형태로 자리 잡은 열암곡 마애불은 불상의 코가 지상에서 불과 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른바 ‘5의 기적으로 불린다. 지난해 문화재청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연구한 결과, 진도 7에 달하는 강진이 잇따른 1430년에 넘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무엇보다 열암곡 마애불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4.6m, 발아래 연화대좌가 1m로 총 5.6m에 달하는 데다 불상 원형을 큰 훼손 없이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마애불이 발견됐을 당시에는 이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현대과학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정도였다. 마애불의 무게만 70~80톤에 달하고, 참배조차 어려울 정도로 주변 공간이 좁아 입불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마애불 발견 후 10여 년이 흐른 현재, 마애불의 입불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공장 같은 대형 건물 천장에 크레인을 설치, 내부 물건을 옮기는 방식의 호이스트 크레인(Hoist crane)’을 활용하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다만 안전성을 파악하려면 모형을 만들어 실험해야 하는데, 여기에만 24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우선적으로 석축 보강 등 주변 정비작업에 나섰다.

조계종도 여기에 발맞춰 마애불 입불을 위해 추진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이다. 현재 11월 중앙종회 정기회 이후 중앙종무기관과 중앙종회, 지역 교구본사인 불국사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꾸려 현장을 답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앙종무기관·산하기관 종무원 워크숍도 1214~15일 경주에서 개최하기로 정해 마애불을 참배할 계획이다.

인도 부다가야 한국사찰
인도 북동부 비하르(Bihar)주에 위치한 부다가야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지 룸비니, 최초 설법지 녹야원, 열반지 구시나가라와 함께 불교 4대 성지 중 하나다.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은 곳으로, 이 자리에는 기원전 3세기경 아쇼카왕이 세웠다고 전해지는 마하보디 대탑이 있다. 부처님이 성도한 장소인 만큼 전 세계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지다. 대탑이 위치한 마하보디사원 인근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원이자 복합단지로서 주위에는 전 세계 각국에서 건립한 사찰들이 있다. 이미 미얀마·베트남·티베트·태국·네팔·일본 등에서 사찰을 세워 순례자들에게 저렴하게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조계종이 부다가야에 한국사찰을 건립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수많은 외국사찰이 들어선 부다가야에 한국사찰은 없기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국내 7대종교 지도자들과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왔지만 한국불교가 지은 사찰이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는 순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다행히 부다가야에는 영축총림 통도사 부방장과 조계종 전계대화상 등을 역임한 청하당 성원 스님(1927~2001)의 유지에 따라 청하문도회가 마련한 부지 7000여 평이 있다. 이 부지는 청하 스님이 입적하기 전부터 제자들에게 인도스님들 교육을 위한 도량을 만들라는 당부로 마련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하 스님은 입적했지만 후학들은 수년에 걸쳐 마하보디 대탑 남쪽 300~400m 거리에 부지를 매입하고, 지난해 국제수행학교 사띠 스쿨을 설립했다. 이에 조계종은 통도사 측과 한국사찰 건립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사띠 스쿨 총장인 붓다팔라 스님에 의하면 현재 청하문도회의 인도법인이 인도정부에 한국사찰 건축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따라서 종단은 설계 및 조감도를 준비해 제출해야 한다. 건축행위가 우리나라에 비해 복잡하지 않아 준비만 마치면 곧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붓다팔라 스님 설명이다.

계룡대 3군본부 영외법당
··공군의 3군 통합기지인 계룡대 영외법당은 미래 군포교의 일익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포교 전진기지로 평가된다. 현재 계룡대 법당은 영내에만 있는 데다, 장성과 영관급 장교들이 많은 계룡대 특성상 사병이나 위관급 장교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개신교와 가톨릭은 이미 영외 군인가족 아파트 인근에 교회와 성당을 지어 더 많은 대중이 편안하게 종교생활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불교 역시 이웃종교와 같은 어려움을 인지하고, 영외법당 건립을 추진 중이다. 올해 초 불교 교육관 건립을 위한 군 예산 약 40억 원이 책정됐으며, 조계종은 60억 원을 보태 법당까지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눈여겨볼 점은 계룡대 군법당 부지가 계룡대 제2정문으로 통하는 사거리라는 점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곳은 계룡대 인근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이다. 교회나 성당에 비해 부대 정문과 2~3배 가까워 부대에서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계룡대 주지법사인 공군장교 진홍 스님은 영외법당 부지는 계룡대에서 가장 좋은 위치다. 서울로 비교하면 광화문사거리와 같다현재 국방예산으로 지어질 교육관은 설계업체가 선정돼 설계를 진행 중이다. 종단 지원이 보태지면 이를 공조해 법당 설계도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자 노후 책임질 요양병원
불교요양병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불교계에서 필요성이 두드러진 과제다. 종립 대학병원 등 의료시설은 있지만 스님과 불자들의 노후를 책임질 요양병원이 없어 노후에 불가피하게 개종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과거 전주에 머물 때 어느 날부터 신도회장이 보이지 않아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교회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입소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그를 찾아갔더니 기도하지 않으면 식사를 제공받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로 불편하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호스피스 영적돌봄 활동을 펼치는 스님들도 불교계 전용 요양시설이 없어 개종하는 불자들이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종교계 설립 대학병원이 요양병원과 연계해 운영된다는 점을 불교계는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조계종은 승려복지회와 동국대 의료원이 협의해 일산병원 주변 부지에 불교요양병원과 요양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국대 의료원 소유의 일산병원 인근 수천여 평 토지를 종단 소유 토지와 대토하는 방법 등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설립 14주년을 맞은 동국대 일산병원도 앞으로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종단이 추진하는 요양병원 건립에 적극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구체적인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초기단계에서는 요양병원 250베드, 요양원 50베드 수준이 논의됐다. 이는 토지 확보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요양병원 건립은 앞서 소개된 다른 불사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부지를 비롯해 전문기기와 부대시설 등을 종합했을 때 2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이외에도 백만원력 결집불사는 한반도와 세계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나눔기금을 조성, 사회복지사업에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처럼 쉽지 않은 일들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향한 사부대중의 동참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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