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선사문화진흥회 주관으로
4월 20~21일 제2회 학술대회
“성철·혜암 두 대종사 뒤 이어
전통 계승해야 할 소명 있어”
26일 상당법어집·진영 봉안도

조계종 제10대 종정 취임법회에서 혜암 스님이 주장자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공부하다 죽어라”라며 수행 정진을 강조했던 조계종 前 종정 혜암 스님(1920~2001)의 생애와 사상, 수행관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혜암선사문화진흥회(이사장 성법)는 4월 20~21일 합천 해인사 보경당에서 ‘혜암 대종사 탄신 100주년기념 제2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 조계종 전계대화상 종진 스님,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  백련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등 사부대중 5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회는 혜암 스님 생전 육성법문 동영상 시청과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기조발제로 시작됐다.

〈공부하다 죽어라- 집주 혜암대종사 상당법어집〉의 집주를 맡았던 신규탁 교수는 “이제 중국 선종의 어록을 참고해 우리 방식대로 본지풍광을 들어내야 한다”면서 “돈오돈수의 진면목을 언양한 해인총림 성철 스님과 혜암 스님 두 대종사의 뒤를 이어 전통을 계승해 나가야 할 시대적 소명이 후학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는 혜암 스님의 수행관과 사상 등을 집중 조명하는 논문들이 발표됐다.

‘혜암선사의 자성삼학(自性三學)의 선수행관 일고찰’을 발표한 조계종 교육아사리 문광 스님은 용맹정진과 두타고행을 중심으로 혜암 스님의 수행관을 살폈다.

용맹정진과 두타고행이 자성삼학과 다르지 않은 점을 혜암 스님의 선수행의 특징으로 꼽은 문광 스님은 “혜암 스님의 삼학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화두참선을 용맹스럽게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오용석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혜암 선사의 간화선에 대한 고찰’에서 혜암 스님의 간화선 사상과 방법론을 조명했다.

오용석 교수는 “혜암 스님은 선 자체에 가치 부여를 하고 두타행 중심의 수행 가풍을 확립했다”며 “스님이 제시한 화두 공부의 핵심은 한 생각 일어나기 이전 소식으로 의심해 들어가는 것이었고, 이런 화두공부법은 출재가 공통의 수행가풍을 이루며 재가자들을 적극 동참케 하는 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혜암 선사상의 경전적 배경과 한국불교에서의 위상’을 발표한 정영식 고려대장경연구소 연구위원은 혜암 스님의 선사상에 대한 경전적 배경을 살피고 한국불교에서 위상을 구명했다. 특히 정영식 위원은 혜암 스님이 정토사상을 설하지 않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혜암 스님은 오직 유심정토(唯心淨土)만을 주장할 뿐이며, 영가법문에서도 정토왕생을 설한 적은 없다. 이러한 점은 혜암 스님이 선승의 본분에 충실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사)혜암선사문화진흥회는 4월20~21일 합천 해인사 보경당에서 혜암대종사 탄신 100주년기념 제2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박재현 동명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부 교수는 ‘성인전(聖人傳) 이론과 한국불교의 큰스님 만들기에 대한 고찰’을 통해 올바른 선사의 선양에 대해 고찰했다.

박재현 교수는 “국내 불교학 분야에서는 인물연구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별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성인이 없는 종교를 상상하기 어렵듯이 성인전 같은 인물연구방법론과 그 성과는 종교의 발전 과정에서 핵심적인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혜암 선사를 ‘공부하다 죽어라’고 외쳤던 모범적인 선수행자의  모습으로 자리매김하는 데에서 그칠 것인지 아니면 만세의 사표, 고승의 새로운 표준, 깨친 수행자의 모델로 제시할 것인지를 한국불교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와 이념 속에서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현대불교의 동향과 혜암 성관의 수행과 교화’를 발표한 오경후 前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혜암 스님은 굴곡진 근현대불교사 안에서 두타행을 통해 정법안장을 지키고자했던 수행자였다고 평했다. 오경후 前교수는 “혜암 스님은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 얽혀있는 불교계의 뿌리 깊은 한계와 모순을 극복하고 정법안장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진력했던 인물”이라며 “때문에 혜암은 성철과 함께 한국 근현대불교사를 이해하는 키워드”라고 밝혔다.

학술대회에 앞서 입재식이 봉행됐다.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은 격려사에서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스승 혜암 스님의 삶과 사상이 제대로 들어나고 진면목이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내년 탄신 100주년 기념으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려 한다. 앞으로 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혜암선사문화진흥회 이사장 성법 스님은 “많은 학자들이 참석해 스승 혜암 스님의 사상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스님의 진면목이 드러나 사부대중이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혜암선사문화진흥회는 4월 26일 해인사 원당암서 〈공부하다 죽어라-집주 혜암 대종사 상당법어집〉 봉정식 및 김호석 화백이 그린 혜암 대종사 진영 봉안식을 봉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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