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그린 ‘해탈’
그림으로 그린 ‘해탈’
  • 박재완 기자
  • 승인 2019.04.13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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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현대블룸비스타 기획초대전
임효 ‘생각연습’ 展 4월 1일~6월 30일

불교의 궁극은 해탈이다. 그 해탈은 ‘생각’의 문제다. ‘어떤 생각에 머물고 있는가.’ 머무는 ‘한 생각’이 해탈이고 미혹이다. 어떤 생각을 품었을 때가 ‘해탈’인가. 그 생각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어떤 그림일까. 그 그림을 만나러 간다. 화가 임효가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양평 현대 블룸비스타에서 초대전 ‘생각연습’을 열고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임효作, 시공(時空), 2018, 나무보드옻칠자개 117x73cm
임효作, 시공(時空), 2018, 나무보드옻칠자개 117x73cm

 

“이 생각 저 생각이 나고 들기를 여러 번 한 뒤에야 완성되는 나의 작업은 줄의 매듭을 풀어내듯 생각의 씨줄과 날줄이 서로 얽히고 설켜서 만든 작품입니다. 생각의 씨줄과 날줄은 필연과 우연이 만나서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삶의 인연들이 엮어져 하나의 인생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듯이 마음으로 보는 또 다른 눈으로 보아야 그 속맛을 느낄 것입니다.”

임효의 ‘생각’은 수좌가 붙들고 있는 화두와 같은 것으로, 수좌가 화두를 놓치지 않기 위해 화두의 끝에 매달리고 또 매달리는 것처럼 임 작가는 생각을 지우고 또 지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해탈을 위한 비움의 작업이다. 그리고 비움의 작업 끝에서 만난 순간을 그림으로 옮긴다. 씨줄과 날줄이 만나 일어난 인연의 세계, 즉 연기의 순간에서 만난 공(空)의 세계다.

화가 임효의 ‘공(空)’은 푸른색이다. 푸른 허공에 꽃잎이 떨어진다. 그 꽃잎은 시간이다. 세월이 떨어진다. 세월이 가고 있는 것이다.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순간, 꽃은 인연을 다했으나 순간의 시간 속에서 공간을 갖게 된다. 떨어진 꽃잎 뒤로 계절이 지나간다. 임효의 지우고 지운 ‘생각’이 그린 ‘시공(時空ㆍ2018, 나무보드 옻칠 자개, 117×73cm)’이다. 임 작가의 그림은 그렇게 한생각의 순간, 생각을 지우고 또 지워서 만난 순간의 이미지다.

임 작가는 그렇게 모든 유정과 무정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만나는 순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그리고 지우고 또 지우면서 아무것도 없는 순간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 순간에 머물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순간을 ‘임효’만이 아닌 모든 보는 이의 것이 되길 원한다. 임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보는 이로 하여금 공(空)의 세계와 해탈이라는 궁극의 순간을 함께 나누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흐르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씨줄 날줄로 엮어진 실처럼 우리는 언제부턴가 엮이고 설긴 한마당의 인연입니다. 푸른 강물이 여러 계곡물이 모여 만들어지듯, 우리는 인연의 강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 작품 <인연의 강>의 설명.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그림들에는 모두 위와 같은 임 작가의 ‘생각’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임 화가는 2017년의 ‘공(共)ㆍ관(觀)ㆍ연(緣)’ 展에서 ‘고집멸도’, ‘공심’, ‘연’ 등 그림 속에 부처님의 생각을 그린 바 있다. 문자와 형상으로 만든 추상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옮겼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그 연장선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미술을 감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한 작가의 ‘생각’, ‘지운 생각’을 감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임효(林涍, 1955~) 화가는 전북생으로 1981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1985년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1986년 과천국립현대미술관 개관기념전에 <한국 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전>에 출품하면서 한국화단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며, 제7회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과, 제13회 선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상하이, 쥬리히, 바젤, 파리, 이스탄불, 피아, 싱가포르, 한국 아트페어 등 국제 아트페어에 참가하여 국내외서 주목받았다. 그는 24회의 국내외 개인전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을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중견 작가이다. 수묵과 채색,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뛰어넘어 독창적 화풍을 선보이는 작가로 개인전마다 새로운 조형실험을 통해, 전통적인 동양화 표현 방법과 현대의 다양한 회화적 표현 방법을 용해(鎔解)시켜, 그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031)770-8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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