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규채 사진전 ‘진공묘유(眞空妙有)’
광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기획초대전
4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진공묘유(眞空妙有), 일체를 공(空)으로 볼 때, 일체는 성립된다. 쉽고도 어려운 진리의 세계를 사진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담양의 대나무를 소재로 작품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사진가 라규채 씨가 ‘진공묘유’를 사진으로 해석했다.

라 작가는 4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로터스갤러리(광주 무각사)에서 기획초대전 ‘진공묘유’ 전을 개최한다. 라 작가가 그동안 진행해온 Emptiness project(空 시리즈)의 열네 번째 개인전이다.

라규채 作 Untitled #020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수많은 점들로 이미지를 구성한 흑백사진들로 우리가 평소 눈으로 보고 있는 사물들의 본질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하고 있다. 라 작가는 “우리가 눈을 통해 보는 것은 대상의 본질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태양광에서 나오는 가시광선의 반사광에 의해 드러나는 외형적 허상을 보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태양광에는 가시광선을 비롯한 자외선, 적외선, X선, 알파·감마·베타선 등 수많은 광선들이 존재하지만 인간의 눈은 가시광선 하나밖에 인지하지 못하는 미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선사상(禪思想)을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적 물질에는 본래 실체가 없는 공(空)을 표현하고 있다. 그 공(空)의 끊임없는 진동이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를 만들어 나가며, 가시적 세계는 이러한 진동의 리듬이 만들어내므로 우주 속 삼라만상의 본질이란 단단한 실체가 아니라 미세하게 흐르는 파동과 진동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작품에서 텅 빈 공간과 간격을 통해 빈 공간이 형상적인 가시적(可視的)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망막의 단순한 지각활동으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가지적(可知的)세계와 형이상학적 충만함이라는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의미를 담아냈다.

라규채 작가는 광주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국내외에서 14회에 걸친 개인전(초대전)과 150여 회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또한 미얀마 주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포토에세이 ‘하늘은 나는 새는 뼛속까지 비운다’를 비롯해 6권의 사진집을 출간했고, ‘사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전시회 오픈행사는 오는 4월 10일 오후 6시에 진행한다. (062)383-0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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